수련(睡蓮).

밤이 되면 잠자 듯 꽃잎을 접고, 아침이 되면 다시 피는 꽃. 

호수 산책은 늘 오전이니 잠자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수면 위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내밀고 수줍게 떠있는 은은한 자태가 아름답다.

큰 키와, 화려하게 구불거리는 너른 잎, 연근을 제공해 주는 연꽃과는 다르지만, 그 못지않게 아름답다.

 

 

 

7월 4일, 광교 호수공원

 

 

흰 색, 분홍색, 심지어 노란 옷을 입는 화려한 꽃들이 물 위에서 반짝거리며 깨어있다.

초록의 무수한 잎들을 배경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 위에서 자라는 꽃이라.... 도무지 자연의 섭리는 신기할 뿐이다.

 

 

 

7월 11일, 광교 호수공원

 

한 주 후, 확연하게 많아진 수련의 잎들과 꽃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뗏목을 타듯, 나룻배를 타듯, 수련 잎에 올라 호수를 건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트 모양이라 우겨도 될 법한 잎의 모양, 풍성한 꽃잎, 화려한 색감과 생기 있는 수련은 모습은 흐린 물에서 유독 아름답게 느껴진다.

 

 

 

 

철마다 지루하지 않게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공원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요즘 이 날도 비가 쏟아졌다.

잠시 파라솔이 있는 야외 Cafe에 앉아 비와 풍경 그리고 모닝커피를 즐겼다. 

 

 

 

아주 오래 전 온 가족이 세미원으로 나들이 갔던 날이 기억난다.

가끔 예전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이 기억을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사진의 위력이다.

 

무척 더웠던 그 해 8월, 휴가 여행으로 그을린 벌겋던 얼굴들로, 환상적이었던 세미원을 돌아다녔던 그날.

 

 

 

2006년 8월, 세미원

 

 

수련과 연꽃을 동시에 볼 수 있었던 세미원

 

 

연꽃의 모습은 수련과는 다르다.

부처님 오신 날 화려하게 볼 수 있는 연등의 모습이 연상되는 자태다.

 

 

 

무더위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아침, 오래전 그날의 추억에 미소 지어본다.

 

 

 

 

 

 

 

'♭일상·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과 함께한 브런치  (0) 2021.09.03
첫 휴가  (0) 2021.08.24
떠나 보내며 2  (1) 2021.06.22
Flowerpots  (0) 2021.06.18
오뉴월 만난 꽃들  (0) 2021.06.14

 

발재반점

 중화요리 

 

고궁을 거닐며 꿈과 같은 시간을 보낸 후 광화문을 빠져나오니, 그 새 늘어난 경찰 인력들과 산성처럼 느껴지는 차벽이 나의 꿈을 깨우고 말았다.

 

점심으로 자장면 한 그릇씩 먹기로 하고 더케이 트윈타워 B동 지하로 내려갔다. 직장인들의 점심을 책임질 식당 몇이 있었는데 깔끔하고 좋아보였다. 

늘 먹는 자장보다 걸쭉한 소스에 쫄깃한 면발이 고급스럽고 맛있었다.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부터 걸으면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작품명이 사랑이었던가? 날씬하게 서있는 한 가족의 모습이 재미나 보인다.

 

 

 

옥상정원

 

광화문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옥상정원으로 먼저 올라갔다. 

 

 

 

 

인왕산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뒤쪽에 서있는 북한산.

높게 솟은 북악산 앞으로 청와대의 파란 지붕, 그리고 그 앞으로 경복궁과 광화문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좀 더 가까이 보니 광화문을 둘러싼 차벽과 고궁 안의 사람들마저 보인다.

 

 

 

마치 경복궁의 안내도를 보듯 오늘 직접 보았던 주요 건물들의 위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곳이 전망대로는 최고다.

 

 

 

 

역사관

 

 

체험관, 어린이 박물관, 기획전시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와 체험 공간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중 역사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여정을 파노라마처럼 조명할 수 있었는데,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들은 교과서를 보는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파란만장한 역사를 돌아보며 슬퍼하고 원통해하거나 혹은 대견한 마음으로 천천히 둘러보았다.

 

 

 

1부 1894~1945 / 자유, 평등, 독립을 꿈꾸며

 

근대국가를 수립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과,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처절한 저항, 새로운 문화와 교육으로 변화해 가는 선조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2부 1945~1987 평화, 민주, 번영을 향하여

 

광복 이후 정부 수립 과정과 6·25 전쟁, 민주사회와 삶의 기본권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코너.

 

 

 

3부 1987~ 나~ 대한민국 ~세계

 

<영화 1987> 마지막 장면. 울면서 무언가에 끌리듯 버스 위로 올라가 '호언 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던 한 여대생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 어마어마했던 시민들의 연합, 6월 민주항쟁 이후 민주화와 세계화, 남북관계의 변화, 네트워크의 발전 등으로 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와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1994년 7월 8일. 남북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사망한 김일성. 그다음 날 신문기사이다. 

 

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 진솔이 건에게 건넨 말 "김일성 죽었을 때 어디서 뭐 하고 있었어요?"가 생각났다.

서로의 옛날을 모를 때, 동시에 같은 날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면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 드는 것 같아 대부분 다 기억할 수 있는 날을 묻는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남편은 이 날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았다.

어린이들과 함께 와서 둘러보고 이야기 나누며 체험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박물관을 나오는데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여태껏 잘 버텨주었다. 

커피 두 잔을 테이크 아웃한 후, 인근 카카오 T 주차장으로 향했다.

 

경복궁에선 조선시대의 체취를, 역사관을 둘러보며 대한민국 근대사의 발자취를 따라다닌 오늘.

선조의 노력과 희생을 담보로 누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 감사했다.

 

크던 작던, 지도자던 시민이건, 목숨을 아끼지 않던 작은 노력을 하던, 우리는 자기 자리에서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지켜야 한다.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말이다. 하루하루 허투루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견디는 시간

이윤주

 

 

<2019, 행성B>

 

 

삼십 대가 쓰고 삼십 대가 읽는 <나의 서른에게 시리즈> 중 1편이다.

삼십 대가 아니라 살짝 민망하지만 읽어보았다. 

커버의 은은한 느낌, 가볍게 잡히는 책 크기와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가 사랑스럽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견디고 버텨야 하는 하는 일이라는 건 삼십 대도 마찬가지. 

그녀의 나를 견디는 시간 안에는 책과 글쓰기가 있다.

 

아픈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정확히는, 아픈데 내가 아픈 것을 아는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_이윤주 <나를 견디는 시간> 중

 

 

권정생의 소설 <몽실 언니>를,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를, 제임스 설터의 단편 <어젯밤>을, 페르난두 페소아의 소설 <불안의 서> 등을 읽으며 위로와 힘을 얻는다는 그녀. 역시 국문학도다. 소개된 책 중 <몽실언니> 외에는 낯설다. 

찾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삼십의 문턱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두 아이의 엄마.

그 시절을 어찌 견뎠을까 잘 모르겠다. 하루하루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잘도 견뎌냈다.

나만의 비밀스러운 시간들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소중한 책, 장 그르니에의 <섬>이 생각났다.

 

내가 인간의 삶을 일종의 광기로 생각하고 이 세상을 티끌 하나 남김없이 사라지는 한 줄기 수증기라고 생각했던 그때, 그 쓰잘 데 없는 주제(고양이)에 대해 심각하게 연구하는 것보다 더욱 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일은 하나도 없었다. 이러한 연구는 우리를 살아가게 해 주고 헛되이 나마 오래 살도록 도와준다. 

 

앞으로 다가오는 나날을 어떻게 해서든 견디어내고 싶다면, 그 어떤 것이건 하나의 대상에 다만 몇 시간이라도 열중해 보라. 아마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으리라.

 

알고 보면 우리가 배우는 그 수많은 것들은 모두 무시해 버려도 좋을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 끝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인내의 놀이'를 배운다는 것은 결코 그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장 그르니에 <섬> 중  

 

 

 

이 블로그 제목은 책 <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를 견디는 시간에 하는 인내의 놀이________________.

 

 


 

서른이던 그렇지 않던, 저자의 <나를 견디는 시간>들을 엿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작가의 솔직하고 진정성이 엿보이는 글을 읽으며 공감했다.  좋은 느낌으로 남은 책이다.

 

 

 

 

 

아직은 견딜만한 7월의 더위. 

오후부터 뒤늦은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예정되어 아침부터 잔뜩 흐리다.

 

선선하게 느껴지는 아침 공기와 드러나지 않을 낯의 강한 햇살. 

오늘은 한참 돌아다녀도 좋겠단 생각으로 고궁 산책을 나섰다. 

 

 

 

경복궁

 

 

 

 

광화문

 

무허가 대규모 집회를 막기 위해 수십대의 경찰버스가 차벽을 세우고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고, 많은 경찰인력들이 동원되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숨 가쁘게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늘어나는 확진자 수는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당분간 대규모 집회는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안쪽으로 보이는 흥례문, 근정문, 그리고 근정전.

얼마 전 보았던 화성행궁과는 규모가 다르다. 역시 궁궐 중 으뜸이다.

 

1395년 창건되어 1592 임진왜란으로 전소된 후, 270년 만에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중건되었고,

또다시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의해 훼손된 후, 90% 이상의 전각이 헐리는 비극을 맞이했던 역사의 현장.

1990년부터 추진된 복원 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흥례문

 

광화문으로 입장 후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했다. (대인 3,000)

소독제의 펌프를 손으로 만지는 게 신경 쓰였는데 '발꾹 손소독기' 좋은 아이디어다.

흥례문에서 표를 내고 입장!

 

 

 

 

 

근정문과 근정전

 

근정전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 근정문.

고궁의 지붕 위에서 악귀를 막아주는 잡상들처럼, 움직임 하나 없이 서있는 호위무사들의 존재가 분위기를 한층 경건하게 만들어 주었다.

 

 

 

드디어 나타난 근정전.

왕의 즉위식이나 국가의 공식행사를 치르던 곳이기도 했던 이곳은 경복궁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북악산 보다 거대해 보이는 이 건물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왕좌 뒤에 있는 일월오봉도가 왕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측면으로 이동해 천장을 올려다보니 일곱 발톱을 가진 칠조룡 두 마리가 번쩍거리며 내려다보고 있다. 

아무도 왕을 해칠 수 없다는 듯이.

 

 

 

왕의 자리에서 내려다보면 어떨까? 뒤를 돌아 시야를 아래로 향해 보았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당과 궁궐 밖 거리 풍경까지..... 왕의 위치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위치이다.

 

 

 

흐린 하늘과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근정전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사정문과 사정전

 

왕이 업무를 처리하며 국정운영을 했던 곳. 미니 근정전 느낌이랄까.

역시 왕의 자리. 일월오봉도가 배경이다. 

 

 

 

 

강녕전

 

왕이 독서와 휴식 등 일상생활을 했던 곳 강녕전.

고단한 업무 후 쉼을 얻거나 신료들과 편안하게 국정을 논의하기도 하는 등, 한 박자 긴장을 늦출 수 있는 공간은 왕도 필요했을 것이다. 

 

 

 

 

양의문과 교태전

 

담벼락부터 분위기가 화려했던 교태전은 왕비의 침전이다. 

평생 궁안에서 살아야 했던 중전과 궁녀들의 마음을 헤아려 마련한 아름다운 장소.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들에 반해서 우리도 오래 머물렀으니, 당시 선조들의 마음씀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 듯하다. 희미하지만 마루 뒤쪽 열린 문으로 아미산 정원도 보인다.

 

 

 

 

 

아미산 정원과 굴뚝

 

교태전 뒤뜰에는 아름다운 계단식 화단, 아미산이 있다.

이 정원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국보이기도 한 4개의 굴뚝이다.

 

 

 

6 각형 모양의 연한 주황 굴뚝 몸체에 다양하게 장식된 동식물 무늬들은 각각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며 만들었을 정성과 정교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교태전에서 뜰을 바라보며, 혹은 거닐며 힐링했을 옛 여인들의 미소와 안도감이 느껴지는 장소이다.

 

 

 

 

자경전 꽃담과 굴뚝

 

자경전은 흥선대원군이 고종의 양모인 조대비를 위해 지은 건물이다.

교태전과 마찬가지로 이곳 담벼락 역시 화려하고 색다르다.

예쁜 벽을 장식한 무늬들은 정교하고 정성스러웠고 색감도 화려했다. 꽃담이라 불릴만하다.

 

 

 

뒷담의 한 면을 돌출시켜 만든 십장생 굴뚝은 난생처음 보는 굴뚝이었다.

한가운데 십장생 문양을 구워 박아 넣고, 위아래로 학과 불가사리 그리고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상 등을 배치하여 악귀를 막고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역시 아미산 굴뚝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보물이다.

선조의 지혜와 예술적 재능 그리고 정성의 합작품인 것 같다.

 

 

 

 

 

건청궁

 

공사 중인 향원정을 지나 경복궁의 가장 북쪽에 있는 건청궁으로 들어가 봤다.

왕의 처소 장안당, 왕비의 처소 곤녕합과 옥호루로 이루어져 있다. 

 

 

 

병풍처럼 그려져 있는 일월오봉도가 왕의 처소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 준다.

고종이 머물렀던 왕의 처소 장안당.

 

 

 

명성왕후의 처소 곤녕합과 옥호루이다. 을미사변 때 명성왕후가 살해된 비극의 장소가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사실을 알고 보니 더 쓸쓸해 보인다.

 

 

 

 

집옥채

 

독특해 보이는 이 건물은 서재와 외국 사신 접견장소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전통양식에 중국풍을 가미하여 만든 이국적 건물이다.

 

 

 

 

신무문

 

경복궁의 북문 신무문.  그 사이로 보이는 청와대가 신기했다.

왕이 살았던 경복궁, 대통령이 살고 있는 청와대.

끝과 시작을 마주하며 서로 밀고 끌고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묘해졌다.

 

광화문부터 직선 길이로 끝까지 다 둘러보았다. 물론 구석구석 놓친 곳들이 있지만.

늘 근정전과 경회루를 보고 나면 만족하며 돌아가기 일쑤였는데, 여유롭게 끝까지 다다르고 보니 어느 하나 놓칠 것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었다.

 

광화문으로 되돌아가는 길 경회루 쪽으로 향했다.

 

 

 

 

경회루

 

왕이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거나 외국 사신을 접대했던 곳이다.

신무문 쪽에서 걸어 나오다 보니 경회루로 출입할 수 있는 문이 세 군데나 있었다. 

 

 

 

남편이 폰 카메라 파노라마 기능으로 경회루의 모습을 한눈에 담았다.

고요하고 잔잔하게 빛나는 연못 위에 고상하게 떠 있는 경회루의 모습은 산과 나무 고궁의 지붕들과 어우러져 너무 아름다웠다. 

 

 

 

 

수정전

 

경회루 앞으로 위치한 수정전. 세종 때 한글 창제의 산실인 집현전이 있던 곳이다.

궁궐 내에 설치된 관청을 궐내각사라 칭하는데 그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물이라고 한다.

이 건물 앞쪽에 밀집되어 있던 궐내각사들은 '조선물산 공진회'를 개최하며 일본에 의해 대부분 철거되었다.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중건될 당시에 500여 동의 건물들이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웅장하고 거대했을까.

그리고 아름다웠을까. 조선의 위상과 왕의 위엄을 소망하며 얼마나 벅찬 마음을 가졌을까.

나에겐 충분히 아름답고 대단했던 오늘의 경복궁으로 감히 상상을 해본다.

 

 

 

고궁은 쓸쓸하고 흐린 날과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여유 있게 둘러보았다고는 하지만 건물 하나, 기둥 하나, 장식 하나, 나무 하나, 조각 하나, 돌 하나가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다 알 수는 없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장소. 고궁이 주는 매력이다. 

 

 

다음 일정은 간단한 식사 후, 근처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다.

 

 

 

 

 

28

정유정 장편소설

 

 

2014.2 은행나무

 

내가 사랑하는 노래 <28>과 같은 Title.  

제목부터 궁금했다.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가상의 도시 화양에서 일어난 끔찍하고도 참담했던 28일의 이야기이다.

 

광견병처럼 사람과 동물 사이에 상호 전파되는 전염병.

코로나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때 소설을 접해서인지 더 긴장감 있게 글을 읽었다.

 

 

 

절대악의 존재 동해의 악행들과,

재앙의 혼란 속에서 고개를 든 후 거침없이 행해지는 온갖 야만적인 일들의 연속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구역질 나게 악랄한 일들이 벌어졌던 과거, 그리고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

 

 

 

작가가 재앙 속에서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생존을 향한 살아있는 존재들의 처절한 노력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생존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내려는 울부짐.

기자 윤주의 시선과 생각이 담긴 글에서 그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살아남기'는 윤주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목표였다. 그 외 나머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다.

 

그 손이 떨고 있었으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않았다. 재형은 처음부터 그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무섭다고 호소하고 있었는데. 살아 있어 무섭고, 살고 싶어서 무섭다고.

 

그때 살려고 애쓰는 것 말고 무엇이 가능했겠느냐고, 삶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본성이었다. 생명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본성. 그가 쉬차를 버리지 않았다면 쉬차가 그를 버렸을 터였다. 그것이 삶이 가진 폭력성이자 슬픔이었다. 자신을, 타인을, 다른 생명체를 연민하는 건 그 서글픈 본성 때문인지도 몰랐다. 서로 보듬으면 덜 쓸쓸할 것 같아서, 보듬고 있는 동안만큼은 너를 버리지도 해치지도 않으리란 자기기만이 가능하니까.

 

그들은 누군가를 향해 모이는 것이었다.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확인시켜 줄 누군가. 시선을 맞대고 앉아 함께 두려워하고 분노하고 뭔가를 나눠 먹을 수 있는 누군가, 시시각각 조여드는 죽음의 손을 잊게 해 줄 누군가를 만나고자 그곳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가 그리웠다. 밤은 미치도록 길었다.

 

 

 

수의사 재형

어린 시절, 사랑하는 개들을 살리지 못했던 죄책감으로 유기견들을 보살피며 드림랜드라는 곳을 운영한다. 

종에 관계없이 살아있는 것들의 생명을 지키고자 헌신했지만,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개를 향한 절대적인 사랑은 결국 그를 파멸의 길로 몰고 간다.

 

작가의 말을 보면 이 이야기는 우리의 이기심으로 참혹하게 죽어간 동물들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 이야기이며, 인간을 넘어 생명을 지키고자 헌신하는 존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인간일 거라는 희망에서 소설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희망의 끈을 쥐고 끌고 가는 인물은 바로 재형일 것이다. 

 

나는 때로 인간 없는 세상을 꿈꾼다. 자연의 법칙이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곳, 모든 생명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세계, 꿈의 나라를__________. (재형)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온몸으로 버티고 살아야 할 119 구조대원 기준.

개들에게 처참히 살해된 아내와 전염병으로 잃은 딸,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목격한 간호사 수진의 끔찍한 최후.

그것도 모자라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극적으로 얻은 삶.

 

살아남기가 이토록 힘들다면 누가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아니, 누가 살아남으려 하겠는가.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이해하기에는 너무 잔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주인공 쿠키, 스타, 링고 세 마리 개들.

인수공통 전염병이 상징하듯 이들은 인간들과 함께 사는 또 다른 가족이다. 서로를 보듬을 수도, 서로를 해칠 수도 있는.

개들의 세계에서도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노력은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인간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감정 표현이 너무 생생해, 그들의 시선으로의 감정이입이 어렵지 않았다.

 

스타가 코를 들고 목을 문질러주거나, 입술을 핥아주거나, 온화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면 링고의 가슴에는 한 여름 밤하늘처럼 찬연한 별들이 뜨고는 했다. (링고)

 

 

 

직접 눈으로 보듯, 내가 그 인물이 된 듯 , 실감 나는 표현과 묘사는 한강의 소설을 읽으며 감탄했었던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또 다른 작품 <7년의 밤>과 <종의 기원>이 궁금하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재미와 그 안에 알맹이가 담긴 소설일 거라 생각하며 기대를 가져본다.

 

 

 

 

 

 

주말 아침.

더위가 몰려오기 전에 산책 후 예쁜 카페에서 모닝커피를 하기로 했다.

 

 

 

신동 카페거리는 원천리 천을 끼고 있는 수변공원 옆에 위치한다.

산책 후 커피 한 잔과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쉬어가기에도,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훌륭해 보였다.

공원을 한바퀴 돌고나서 오픈 전인 카페들과 베이커리 등을 구경했다.

 

 

Cafe

ofmoment

 

 

세련된 빌라 1층에 자리 잡은 카페들은 다양한 느낌을 풍겼다.

모던하며 심플하거나, 작고 아기자기한 분위기, 간판이나 외관의 색이 이국적인 카페 등 어디 들어가야 할지 선택이 어려워 보였다. 우리는 이른 시간 (9시 Open) 열려있는 카페 오브모먼트의 문을 자연스레 열었다.

 

 

 

 

세상에나! 이런 카페가 있었다니.

유럽 느낌이 물신 풍기는 이곳은 엔티크 한 테이블과 의자로 치장되어 있었고, 소품 하나하나가 남달라 보였다.

마치 골동품을 취급하는 엔틱가구점 처럼 느껴졌다.

 

 

 

 

QR체크와 손 소독 후 음료를 주문했다.

나는 소금이 들어간 밀크솔티라테(5.5), 남편은 건강음료인 KPA 주스(케일+파인애플+애플) (6.5).

커피머신 위에 올려놓은 잔들마저 우아하다. 카운터 한 켠에 예쁘게 놓인 스콘과 쿠키들은 장식품인 듯 앙증맞아 보였다.

 

 

 

 

제일 위 칸, 특이해 보이는 케이크가 궁금해 물어보니 꿀 케이크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체코 황실 케이크로 프라하에 가면 꼭 사 와야 하는 간식 중 하나다.

좀 비싸도 체코가기는 어려울 듯싶으니 먹어볼걸 했나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역시 서재에 눈이간다. 천장에 화려하게 매달린 샹젤리제와 어울리는 책장과 테이블 그리고 소품들.

책을 힘껏 채우지 않은 여유로운 책장도 마음에 들었다.

 

 

 

 

테이블 하나 더 놓을 수 있는 공간 활용을 마다하고, 분위기와 장식에 온 힘을 쏟은 듯 보이는 카페.

정말 엔틱가구 사장님인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화장실마저 자신있게 열어 놓을 정도로 그 안 분위기도 은은한 매력을 준다.

이곳 화장실 사용은 어려울 듯싶다.

 

 

 

 

배달과 Take Out 주문은 있는 듯했지만, 매장은 우리가 첫 손님이다.

창 옆 우아한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야외 자리도 좋겠지만 이곳은 도무지 실내 분위기를 박차고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자리가 없으면 모를까.

 

 

 

 

예쁜 트레이에 담긴 두 잔의 음료는 비주얼로도 맛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소금 커피는 생각보다 짠맛이 강하고 진했다.

초록 음료에 꽂힌 스트로우는 새겨진 문구처럼 폐기 시 미생물에 의해 자연 생분해되는 친환경 옥수수 전분 빨대다.

 

카페 인테리어, 테이블, 소품, 음료, 디저트, 잔과 트레이 심지어 빨때까지...... 여기저기 부지런히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유럽 황실에 초대된 듯 모든 것이 고급스럽고 색다른 느낌이었다.

 

 

걸어서 올 수 있는 수변공원과 신동 카페거리를 자주 올 것 같다.

다음번엔 오늘 봐둔 베이커리에서 팥빙수를 먹기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Cafe를 나와 화성행궁으로 천천히 걸었다. 

수줍은 노을과 불을 밝힌 카페의 조명이 한껏 분위기를 잡아주었다.

 

오늘은 성곽길을 걸으며 걷는 산책이 아니라 화성행궁 안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화성행궁 야간개장 

달빛 정담

 

 

 

신풍루

입장을 위해 표를 구입했다. (어른 1,500)

행궁 정문인 신풍루로 입장하면 화려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거대한 문구가 반갑게 환영해 준다.

 

 

 

타이틀 그대로 달빛 아래서 정답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추억을 만들기 딱 좋은 장소였다.

 

 

 

카톡 프로필 혹은 인스타에 많이 올린다는 그 유명한 달 모형을 실물로 만났다.

사진 찍기 이른 감이 있었지만 달 앞에서 한껏 뛰어오르며 추억을 남기는 팀도 보였다.

 

 

 

좌익문

좌익문으로 보이는 중앙문, 그 뒤에 봉수당까지 일직선으로 잡히는 그림이 환상적이다.

멀리서 보니, 회갑연이라도 열리는 듯 훤히 불을 밝힌 봉수당의 모습이 살아있는 듯 느껴졌다.

 

 

 

 

봉수당

실제 혜경궁 홍 씨의 회갑연이 열렸던 봉수당은 화성행궁의 가장 주된 건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낮에 보았던 건물의 모습과 다르게, 밤의 그것이 더 환하고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행궁 뒤쪽으로 가니 우거진 소나무 숲 속을 밝히는 청사초롱이 환하다. 

 

 

 

미로한정

길을 따라 미로한정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 보았다. 

'장래 늙어서 한가하게 쉴 정자'라는 의미의 이곳은 정조의 뜻이 담겨있는 곳이다.

 

지난번 왔을 때 정자에 앉아 한눈에 보이는 행궁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청년 두 명이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행궁 옆, 정조의 어진이 모셔진 화령전으로 가보았다. 

이곳은 축제의 중심인 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운한각

정조의 어진을 모신 전각인 운한각.

불에 사로잡힌 듯한 건물과 그 안 정조대왕의 초상화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운한각, 복도각, 이안청

운한각과 복도로 이어진 이안청은 화재나 홍수 등 피해가 있을 때 어진을 옮길 수 있도록 만든 건물이다.

이 모두가 우리나라 보물 2035이다. 

별이 쏟아져 내릴 듯한 하늘과 그 아래 근사하게 서있는 보물이 너무 아름답다.

 

 

 

내삼문과 운한각

산 정상에 작게 보이는 서장대는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어디서든 보인다.

반대로 이곳에 올라서면 사방이 탁 트여 아래로 지나가는 짐승 한 마리도 놓치지 않을 것 같다.

 

 

 

 

불을 밝힌 토끼 몇 마리가 어색하게 있었는데 포토존인가 보다. 이 사진을 보니 화령전을 지키는 수문장 같다.

하늘의 색이 점점 달라진다. 실제 보는 것과 폰 카메라에 담기는 색이 다른 시간이 있다. 신기하다.

 

 

 

 

완전히 어둠이 내리고 행궁을 빠져나올 때, 달 모형은 진짜 달이 되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절로 행복해졌다. 

 

 

 

신풍루를 빠져나오니 광장의 모습도 매력적이다.

팔달산 정상에서 훤하게 불을 밝힌 서장대는 우리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격려하고 있는 듯하다.

 

마침 아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얼마만인가! 야외지만 스피커 폰을 켜고 남편과 함께 반가운 목소리를 들었다.

비어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조금 더 통화를 했다.

 

바뀐 보직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건강하다고, 백신 맞고 휴식 중이라는 아들의 목소리는 편안하게 들렸다.

상사, 동기, 후임들과도 잘 지내고 있는 듯 보였다. 무엇보다 7월 중 첫 휴가 소식도 전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의 금요일 밤은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날이 되었다.

 

 

 

진미통닭

수원 통닭 거리

 

 

 

배가 고픈지도 모르고 다녔다. 오늘 야식은 통닭이다. 가마솥에 튀긴 푸짐한 옛날통닭! 

거리에 야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카페거리만 유명한 게 아니었다.

 

 

 

후라이드 한 마리가 담긴 닭 포장을 남편이 조심스레 들었다. 코를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가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평일, 퇴근 후, 야경을 보기엔 이 시간이 골든 타임이다.

행궁과 화령전의 품격 있는 모습과 어우러진 불빛, 청사초롱 밝혀진 송림과 그 안의 정자,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색과 느낌, 축제 이름을 빌려 꾸며진 소품과 이벤트들 그리고 화룡점정 반가운 아들의 소식.

 

바삭거리는 고소한 통닭과 음료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은 밤을 새워도 좋겠다란 생각을 하며......

 

 

 

 

 

일주일 중 가장 기분이 들뜨는 금요일 오후.

 

낮 더위가 시작된 이후로 저녁 산책, 해 질 녘 하늘, 야경 감상 등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오늘은 화성행궁 야경을 보기 위해 퇴근 후 행궁동으로 향했다.

 

남편이 약속 장소로 오기 위해 한시간 남짓 기다려야 한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들어간 Cafe.

 

 

 

정지영 커피로스터즈

행궁 본점 

 

 

 

이름을 걸고 운영하고 있는 이 카페는 요즈음 카페 트렌드인 듯 허름한 건물을 개조한 곳이다.

1층은 생두를 볶는 로스팅 룸, 3층은 커피 아카데미로 5층까지 야무지게 운영하고 있었다.

나름 유명한 카페인가 보다.  행궁동 근처 3곳뿐 아니라 망포동에도 있다. 커피맛이 궁금해졌다.

 

 

 

B1

입장을 위해 지하 1층에서 먼저 QR체크를 해야 한다. 주문도 역시 이곳에서다.

뒷면에서 봐도 세련된 커피머신과, 그라인더 안에 넉넉히 담긴 원두, 빈티지하고 어두운 조명의 카운터 등

건물 외관과는 다르게 분위기 있다.

 

 

 

원두와 티셔츠 등 굿즈도 판매하고 있었고, 집에서 만든 듯한 모양의 수제쿠키도 몇 가지 종류가 있었다.

크로플을 하나 포장하려 했지만 이미 sold out이었다. 

 

 

 

주문 전 자리를 잡기 위해 5층 루프탑까지 올라가 봤다. 가파른 계단을 한 번 올라갔다 내려오니 힘이 들었다.

한쪽 코너 선반에 무더기로 쌓여있는 빈 컵들을 보니 직원들의 고충이 느껴졌다.

 

 

 

2F. 

볼륨 높인 음악소리, 좌석을 꽉 채운 사람들의 수다 소리, 이곳의 분위기는 명랑하고 즐거워 보였지만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는 좀 정신없게 느껴졌다.

 

 

 

3F

아카데미를 들여다보았다. 수업 시간이 아닌지 한적했다.

코로나 시대에도 늘었다는 카페 창업,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자격증이 필요한 시대, 밥은 걸러도 커피는 꼭 챙겨 마시는 커피광들, 자연스레 커피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듯하다. 

 

 

 

4F

실제 이 공간은 음악과 책 그리고 풍경을 즐기는 공간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풍경이 보이는 통유리 창, 도서관 같은 너른 테이블, 은은한 조명.

Cafe이름을 달리해도 좋을 정도로 아래 분위기와는 달랐다.

 

이곳에 자리를 잡기로 하고 주문을 위해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배를 채울 수 있는 메뉴를 찾다가 코코넛 커피로 주문했다. 이제 편안히 자리를 잡고 책을 꺼내 들었다. 

진한 우유에 에스프레소 샷, 그리고 코코넛 특유의 달콤함이 느껴지는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머지않아 QR체크를 위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힘들게 올라온 남편.

루프탑으로 자리를 옮겨 조금 더 앉아있기로 하고, 그의 빈 속을 달랠 음료 주문을 위해 내가 나섰다.

 

 

 

5F

아까 둘러봤을 때는 빈 테이블이 많았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거의 자리가 차 있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달라질 하늘이 시동을 거는 듯했고, 저 멀리 팔달산 위에 서장대도 보였다.

 

 

 

흑임자 라테. 특별히 500원 추가 디카페인으로 주문했다.

조금 더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루프탑 조명들이 존재감을 뽐낼 때 행궁의 야경을 담기 위해 일어섰다.

 

 

카페 전체적인 느낌은 건물 특성상 어수선하고 조금 정신없기도 했지만, 신뢰 가는 원두, 커피에 대한 열정, 손님 받기에도 바쁠 소문난 카페에 책과 음악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 배려가 마음에 들었다.

 

낮의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저녁 바람과 꿈틀대는 하늘 아래 풍경들, 그리고 금요일 저녁의 안도감이 더 좋은 인상을 남겨 주었던 카페다. 

 

 

 

 

힘겹게 시작한 한 주의 초 화요일.

지루한 한 주에 생기를 더해 줄 깜짝 이벤트. 남편의 아이디어다.

 

 

 

보정동 카페거리

 

말로만 들었던 보정동 카페거리.

 

성수동 카페거리, 광교나 신동 카페거리를 거닐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내가 생각하는 '카페거리' 모습에 가장 가까웠던 보정동.

 

길고 좁은 거리에 줄지어 있는 Cafe들은 저마다 야외 테이블과 조명이 일치하고 있었다.

 

 

 

거리 전체가 하나의 Club인 듯한 색다른 분위기가 해 질 녘 하늘과 반짝거리는 조명을 받아 한층 낭만적으로 보였다.

낮 하늘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이맘때 하늘의 색감은 너무 새롭고 아름다웠다.

 

이곳에는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치장한 카페들이 정말 많다.

pub이나 와인바, 레스토랑도 심심찮게 보였고, 간혹 베이커리나 옷과 잡화를 파는 상점도 있었다.

 

 

 

 Cafe

에코의 서재

 

책을 좋아하는 우리가 선택한 카페다. 야외 파라솔 아래 담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 보여 들어가 봤다.

 

 

 

다양한 음료가 있었지만 밤공기가 차게 느껴져 따뜻한 음료 두 잔을 주문했다.

커피 가격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소나기가 후두둑 잠시 내렸고, 낭만적인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이 모든게 영화의 한 장면인 듯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실내 분위기도 궁금했다. 자리를 서재 쪽으로 잡아봤다.

여기도 좋다. 은은한 조명이 마음에 든다.

 

 

 

얼핏 봐도 우리 집 책장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니, 신기하게도 집에서도 볼 수 있는 책들이 정말 많다.

취향이 비슷한가? 주인장이 조금 궁금해지도 했다.

 

카페를 나와 주차해 놓은 도로로 가기 전 한 번 더 거리를 둘러봤다.

 

 

 

완전히 어두워진 밤하늘과 이국적인 cafe들의 분위기에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리 풍경은 아직도 한창이다.

 

자그마한 케이크를 놓고 생일 파티를 하는 아가씨들, 색감 좋은 음료 두 잔을 예쁜 테이블에 두고 눈을 맞추며 소곤거리는 연인들, 한껏 멋을 부리고 두 아이와 데이트 나온 젊은 엄마,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와 안주를 즐기며 쿨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젊은 남자들.....

 

그들의 낭만적인 장면들이 사진처럼 머리속에 남아 미소 짓게 만든다.

 

이날. 그들뿐 아니라 우리도 느꼈다. 그 낭만을.

 

 

 

 

 

 

 

 

대학 새내기 한 한기를 비대면 수업으로 마무리하고, 여름 방학부터 기숙사 생활이 허용됐다.

딸을 데려다 주기 위해 송도로 향했다. 

 

집에서 한 시간 남짓 멀지 않은 거리지만, 딸이 고등학교 시절 기숙사 들어갔을 때와는 다르다.

완전한 독립은 아니지만 왠지 그쪽에 가까운 느낌이 드는 게 기분이 이상하다.

 

송도는 매우 낯설었다. 내가 생각했던 예전 그 모습이 아니다. 
깨끗하고 정비된 거리, 세련되게 솟아있는 아파트들, 서울 중심가처럼 번쩍이는 건물들. 국제도시로 충분해 보였다.


이곳이 딸에게는 금방 익숙해지겠구나. 다행이다. 좋은 동네라서....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지만 밥을 먹여 보내기로 하고 찾은 곳. 맛있지만 건강에도 좋고 든든하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주꾸미 볶음이다.

 

 

신복관

 

 

 

쭈꾸미세트(12.0) 3인분을 주문하니 밑반찬과, 넓은 목기 그릇에 담긴 샐러드,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시원한 묵사발 한 대접이 나왔다. 셀프 코너에서 밑반찬은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여기에 볶은밥까지 포함이다.

 

주꾸미를 찍어먹을 수 있는 퐁듀와 볶은밥에 추가되는 통치즈 사리 중 고민하다 퐁듀를 선택했다.

 

 

 

 

퐁듀에 찍어서 한 번, 깻잎에 싸서 한 번, 쌈무에 싸서 또 한 번, 어떻게 먹어도 맛이 있다.

콩나물이나 파채와 어우러지는 그 맛도 일품이다. 

무엇보다 두툼한 주꾸미의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우리를 만족스럽게 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볶음밥. 통치즈를 얹어 녹여먹지 않아도 남은 퐁듀와 함께 먹으니 아쉽지 않았다.

적당한 식사에 모두 만족하며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캠퍼스로 향했다.

 

 

 

캠퍼스가 모두 평지다. 오르막길이 없다. 

내가 가 본 대학 캠퍼스들은 어김없이 오르기 힘든 구간이 있었는데 말이다.

 

해질 무렵 선선한 날씨와 공기, 높은 담이 없는 학교 교정, 옷을 맞추어 입은 듯 어울리게 서 있는 건물들을 보니 시원하고 뭔가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학생들이 북적거리지는 않았지만 단단히 포장된 상자나 캐리어를 곁에 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입사 절차를 받으러 가는 학생들, 기특하게 혹은 아쉽게 그 모습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부모들을 보며 우리도 그 대열에 자연스레 합류했다.

 

 

 

 

시간이 오래 걸려 유리문으로 복도를 들여다보니, 깨끗하고 시설 좋은 복도로 학생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부모들의 입장은 허용되지 않으니 그 많은 짐을 혼자서 나르고 정리해야 한다.

필요한 서류를 내고 확인받은 후, 방 키를 받고, 카트를 대여해 기숙사 방까지 두 번 왔다 갔다 하며 짐을 내려놓으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

 

 

 

 

마침내 땀을 뻘뻘 흘리며 내려온 딸.

마지막 포옹 그리고 잘 지내라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텅 비어 보이는 딸과 아들의 방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이미 수없이 있었던 일인데..... 유난스럽다.

최근 늦은 밤 딸의 귀가에 자는 시간이 맞춰져 있었는데, 고장 난 시계 덕에 일찍 자리에 누웠다.

 

 

가족.

부모와 자녀.

머릿속에 시끄러운 생각들이 떠다니다 최은영의 책 쇼코의 미소 중 한 단편이 생각났다.

 

 

 

 


딸이 태어난 후로는 그늘진 마음에도 빛이 들었다. 마음속 가장 차가운 구석도 딸애가 발을 디디면 따뜻하게 풀어졌다. 

 

있는 마음 없는 마음을 다 주면서도 그 마음이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까 봐 불안하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그저 그 마음 안에서, 따뜻했다.

 

아이는 저만의 숨으로, 빛으로 여자를 지켰다. 이 세상의 어둠이 그녀에게 속삭이지 못하도록 그녀를 지켜주었다.

아이들은 누구나 저들 부모를 지키는 천사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최은영_미카엘라 중>

 


 

 

 

내 안에 품고 있을 때부터 계속 나를 지켜주었던 두 자녀. 나의 삶의 동력이 되어주었던 그들.

 

엄마란 존재가 그들에게는 신과 같이 절대적이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뭐든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성인이 되어 부모의 배려가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지금까지도,

그들은 나의 소중한 천사들이다.

 

온 마음과 신경이 그들에게 향해 있어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주었고 줄 그 마음이 되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나의 부모를 완전히 헤아릴 수 없듯이.....

 

그럼에도 따뜻할 것이다.

 

 

이제 모두가 새롭게 출발이다. 

따뜻한 온기를 마음 밑바닥에 장착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가치 있는 인생을 향하여.

찬란한 끝을 위하여.

 

 

파이팅! 모두.

 

 

 

 

 

 

 

'♭일상·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휴가  (0) 2021.08.24
호수 위에 떠 오른 수련  (0) 2021.07.15
Flowerpots  (0) 2021.06.18
오뉴월 만난 꽃들  (0) 2021.06.14
우아한 꽃사과 나무  (0) 2021.04.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