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더위는 아직이지만 아침저녁 서늘한 기운과 공기는 가을이다.
계절과 함께 본격적인 나들이도 시작되었다.
일산에 볼일이 있어 잠시 들린 후, 돌아오는 길에 서울 북악팔각정으로 향했다.
북악팔각정
굽이굽이 난 북악 스카이웨이를 오르다 보면 양 옆으로 무성한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계절마다 변하는 산의 모습이 아름다울 거라 잠시 생각했지만, 높은 고도와 커브길을 도는 자동차의 흔들림에 살짝 멀미가 나기도 했다.
가파른 도로에는 산악 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몸에 딱 달라붙는 방수 방풍의 옷을 입고 부지런히 페달을 돌리는 모습에서 젊고 활기찬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 넓지 않은 차로에 차와 바이크가 함께 달리는 것이 위험해 보였다.
70, 80년대 이 도로는 신혼여행지로 유명했다고 한다.
택시를 타고 북악 스카이웨이 길을 올라 팔각정 휴게소에서 쉬어가는 여행. 소박한 허니문이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래전부터 명소였는데 오늘에서야 알게 된 것도 신기한 일이다.
주차장에 주차 후 계단을 오르니 팔각모양의 정자가 보인다. 휴게소에서는 음료나 라면, 스낵 등을 판매하고 있었고 별도로 마련된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었지만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어젯밤 야경을 본 사람들 중 일부의 소행인지, 빈 맥주캔과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고, 카페의 것인 듯 보이는 테이크 아웃 잔도 군데군데 세워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 훌륭한 관광지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무척 안타까웠다.
자욱한 안개 때문에 파란 하늘 아래 도드라진 산너울을 볼 수 없는 게 아쉬웠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전망을 보다니 믿기지 않았다. 조망 명소에 서서 내려다보니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들과 그 앞의 평창동 주택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한산과 북악산 사이 호수처럼 보이는 이 마을은 공기도 뷰도 좋아 고급 주택들이 많은가 보다.
크기와 색이 다른 우체통 두 개가 뜬금없었지만 카메라에 담으니 특별해 보인다.
허니문을 온다면 이곳에 사랑의 메시지를 적어 넣어두어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팔각정 위로 올라가 보았다.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니 남산 타워가 흐린 하늘 가운데서도 우뚝 서있다.
남산 아래 서울 도심의 모습도 성냥갑으로 세운 모형처럼 모여있었다.
북악산에 서서 남산과 북한산을 조망하다니 너무 멋진 일이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오늘이기에 다시 한번 올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차창밖으로 단풍을 보며 스카이웨이를 올라 파란 하늘 아래 서울의 풍경을 내려다보거나, 혹은 노을로 물든 후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서 도심의 화려한 불빛을 감상하거나.
관리하시는 분들의 부지런함과 여행객들의 시민 의식으로 청결함도 기대해 본다.
Cafe 더숲 초소 책방
북악산에서 인왕산으로 이어진 도로로 5분이 좀 더 걸렸을까? 이내 도착한 카페는 주차장이 협소했다.
다행히 안쪽으로 안내를 받았다.
비 오는 봄날, 좋은 느낌이 남았던 cafe라 남편도 다시 와보고 싶었나 보다.
못 보던 액자가 걸려있었는데 한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중이었다.
Cafe, Bakery, 책방, 그리고 갤러리까지 운영이 되다니 이 동네의 명소인 이유가 있었다.
오늘은 에어컨이 시원한 1층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플랫 화이트(5.5), 아몬드 브리즈 라테(6.0)와 공주 밤빵(6.5)을 주문했다.
작은 하트가 앙증맞은 Flat White는 라테의 우유 양을 줄여 진한 커피의 맛을 더 느낄 수 있는 음료다.
시럽을 넣지 않고 마시니 쌉쌀한 커피의 맛이 나쁘지 않았다. 남편이 마신 아몬드 브리즈 라테는 시중에 나와있는 아몬드 음료의 맛일 거라 예상이 되었다.
공주 밤빵은 여느 베이커리의 그것과는 달랐다.
밤을 거칠게 으깨어 빵 사이사이 푸짐하게 넣었고, 달지 않고 고급스러웠다. 겉에 울퉁불퉁한 소보루와 견과류가 식감과 달달함을 더해주었다.
가을답지 않은 더운 날씨로 야외 좌석을 포기하고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반대로 아직 남아있는 커피를 들고 야외로 나가 보았다.
3층 파라솔 아래 앉으니 더위 사이사이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야외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았다.
들어오려는 차와 나가려는 차, 출차를 돕기 위해 키를 들고 나온 사람들로 주차장은 북적거렸다. 이미 너무 유명세를 탄 카페라 산 중턱에서 고요하게 책을 읽거나 사색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아쉬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 요일, 어느 시간대에는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곳곳에 마련된 야외 좌석중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고 테이블 위 책 한 권과 펜 하나, 디저트는 없어도 따뜻한 음료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나만이 알고 싶은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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