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김윤성
한결같은 빗속에 서서
젖는 나무를 보며
황금색 햇빛과 개인 하늘을
나는 잊었다.
누가 나를 찾지 않는다.
또 기다리지도 않는다.
한결같은 망각 속에
나는 구태여 움직이지 않아도 좋다.
나는 소리쳐 부르지 않아도 좋다.
시작도 끝도 없는 나의 침묵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무서운 것이 내게는 없다.
누구에게 감사받을 생각도 없이
나는 황홀을 느낄 뿐이다.
나는 하늘을 찌를 때까지
자라려고 한다.
무성한 가지와 그늘을 펴려고 한다.
김광석 3집에 담긴 노래 중 하나.
나무.
담담하게 말하는 듯한 김광석의 목소리.
"한결같은 빗속에 서서 젖은 나무를 보며 눈부신 햇빛과 개인 하늘을 나는 잊었소"
요즘 무한반복 듣고 있는 이 노래의 가사는 김윤성 님의 시다.
엊그제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 종일 쏟아졌다.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있는 나무를 한참 올려다보았다.
끄떡없이 서서 누구의 시선에도 상관없이 묵묵히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
어제는 바람 한점 없는 눈부신 가을날이었다.
길을 걷는데 이름 모를 나무에서 갑자기 열매가 똑 떨어진다.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열매를 품더니 인내의 끝에 성숙한 결실이 떨어진다.
나무는 눈이 부시고 빛난다.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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