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분위기 있는 카페에 앉아 맛있는 브런치 먹는 것이 그렇게 하고 싶었다.

군 휴가 이틀을 남기고 기회가 왔다. 남편이 평일 휴가를 내서 얻은 브런치 타임이다.

 

2주 동안 매일 친구들과의 밥약, 술약으로 여유 있는 시간이 없었던 아들.

그나마 코로나로 인한 인원제한, 시간제한 덕에 집에서 야식은 함께 먹을 수 있었다.

 

 

 

 

Brunch Cafe

37.5

 

브런치로 유명한 체인점 37.5

 

광교 호수공원을 산책할 때 보았던 파란 문의 카페. 야외 테라스 테이블에 알록달록 차려진 음식들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좋아 보였었다. 오늘은 신동 카페거리다.

 

 

 

아메리카노 두 잔과, 콜라가 먼저 나오고

 

 

 

아들의 브런치,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13.5)가 카페 문과 같은 색감의 그릇에 담겨 나왔다.

파스타면을 오무라이스 처럼 길쭉하게 모아 놓으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파스타는 정말 맛있었다. 적당하게 썰린 편 마늘과 아스파라거스의 식감, 면과 어우러진 담백한 소스가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선명한 색감의 절임 야채는 식욕을 돋구어주는 새콤하고 매운맛이 있었고,

 

 

 

함께 먹으려고 주문한 푸짐한 정통 미국식 브런치(15.5)는 딱 예상되는 그 맛이었다.

오랜만에 먹은 소시지와 해시드 포테이토가 내겐 특별히 맛있었다.

 

 

 

아들이 떠났다.

군복을 갖춰입은 아들에게 폰 카메라를 들이대니 거수경례를 하며 응답한다. 

경례를 하는 표정에 군기가 잔뜩 들어 긴장이 묻어난다. 카메라가 자신의 상관이나 되는 듯이.........

보내는 마음이 좋지 않다. 훈련소로 갈 때와는 다르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 울컥하는 감정이 있다.

휴가를 자주 나올 수도 없겠지만, 또다시 보내야 하는 마음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모든 게 생각 같지 않다. 아들이 부대로 떠나고 나니 해주지 못한 일들이 생각난다. 챙겨주지 못한 것들도 아쉬움을 남긴다. 이러이러한 일을 계획하고, 저러저러한 마음을 먹지만, 서로 다른 상황과 생각, 감정들의 차이는 원래의 기대나 계획에 부응하지 않는다. 실수나 예상치 못한 일들도 도처에 깔려있다. 우리네 삶은 잘 짜인 대본, 극에 맞게 준비된 배경, 한치의 실수도 없이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극 무대와는 다르게 흘러간다.

 

 

올 11월 상병이 되는 아들.

늘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낸다고, 정말 할 만하다고 얘기하는 아들. 그럼에도 나는 상상 속의 온갖 것들을 끄집어내 걱정을 하며 마음을 졸인다. 6개월 동안 그러했듯이, 남은 1년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리라 믿는다. 최근 소초 환경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잘 적응하며 살아내리라 생각한다. 상처 받지도 주지도 말고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하다 보면 시간은 가겠지.

 

걱정은 접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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