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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부친 ooo님께서 2021년 10월 8일 별세를 하셨기에 삼가 안내드립니다.

 

 

직장 동료의 아버님이 어젯밤 세상과 이별하셨다.

폐암으로 오랜 기간 투병하셨고, 얼마 전 대동맥 파열로 쓰러지신 후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들었었다.

 

육아로 오랜 기간 쉬다 다시 일하신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가벼운 인사 정도만 하고 지냈다.

활달한 성격에 키가 크고 덩치도 좋아 화통해 보이지만, 늘 인사를 건네는 건 내쪽이었고 그녀는 무언가로 바빠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가지 못했었다.

 

카톡의 프로필 사진을 열어 보았다.

500개 이상의 사진 중 1페이지는 부친의 사진이다. 활짝 웃고 계셨다.

조금 더 넘겨보니 그녀 아이들의 재미난 포즈 사진들, 남편과 함께한 가족사진, 그리고 같은 노인 사진 몇 개를 더 볼 수 있었다.

 

 

친정아버지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 더 누워있지 못하고 일어났다.

얼마 전 통화할 때 "아빠는 이제 그만 가야지." 하며 평화롭게 말씀하시던 목소리가 마음을 누른다. 늦게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셨지만 지금까지 신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아빠는 늘 감사함으로 때를 기다리신다고 하신다. 그게 가능이나 할까? 두려움 없이 그날을 기다릴 수 있을까?

 

젊은 시절의 나는 왜 아빠에게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했을까? 함께 더 많이 웃고, 더 상냥하게 해드리지 못했을까?

가난했어도, 우리에게 사랑의 표현이 서툴렀어도, 엄마를 고생시켰어도 나의 아빠였는데 말이다.

어떻게 그러셨는지 모르지만 없는 살림에 세 남매 대학교육, 결혼까지 다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셨으니 충분했는데 말이다.

아빠의 세월의 시간을 나는 정말 조금도 알지 못한다. 

 

 

 

장례식은 가족분들이 모여 가족장을 하려 합니다. 멀리서나마 따뜻한 마음의 위로를 부탁드리며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녀의 마음이 어떨까 헤아리다 애잔해진다.

강해 보이는 그녀가 겪어왔고, 겪어 내야 할 시간들을 생각하다 나의 감정들과 뒤섞인다.

마음이 아리고 슬픈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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