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기간 메시지를 전하는 팝업창, 펼치면 입체모형이 일어서는 팝업북, 깜짝 세일 등의 팝업스토어는 경험해 보았지만 팝업 식당은 처음이다.

노들섬 몇 개의 식당 중 '잘 먹고 잘 사는 방식을 제안하는 팝업 식당' 엔테이블을 다녀왔다.

달마다 혹은 계절마다 주방을 책임지는 파트너가 바뀌고 고객들은 색다른 메뉴를 같은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참신하고 재미나다. 

 

 

 

 

& Table

엔 테이블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겨울보양식 & Table>이었다.

팝업 식당이 차려질 때마다 인테리어와 소품들도 바꾸는 듯했는데 그 부지런함도 놀라울 따름이다.

 

 

 

 

 

오늘의 메뉴 소고기탕, 삼계탕, 삼계죽은 능이버섯과의 궁합으로 특별함이 느껴졌다.

몇 가지 전통음료와 소다도 주문 가능했다.

 

 

 

 

 

잔잔히 흐르는 한강과 한강철교가 내다보이는 창가에는 2인석 테이블, 중앙에는 4인석 테이블들이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오픈된 주방 뒤쪽으로는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도 놓여있었다. 

 

 

 

 

 

창가 자리를 예약한 덕에, 한강 위에 설치된 달빛 노들과 한강철교 뒤로 63 빌딩, IFC몰, 쌍둥이 빌딩이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360도 회전하며 최고의 View를 볼 수 있다는 N서울타워 레스토랑이나, 63 빌딩의 높은 층에 자리 잡은 뷰 맛집 고급 식당들이 부럽지 않았다.

 

 

 

 

 

과하지 않게 장식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고, 무료 간행물인 월간 매거진<& TABLE>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자부심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식당이 좋아 보였다.

 

 

 

 

 

고기, 파스타, 이국적인 음식 심지어 밀키트까지 선보였다고 하는데 오늘은 익숙한 음식이다. 

 

 

 

 

이런 뷰에 조금은 특별한 음식이어도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음식을 받고 보니 정말 만족스러웠다.

나는 흑미찹쌀이 담긴 삼계죽을, 남편은 국물에 밥을 말아먹을 수 있는 탕을 선택했다.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닭은 쫄깃하니 정말 담백했다. 넉넉히 들어있는 능이버섯은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입안에서 똑똑 터지는 식감의 흑미 찹쌀은 고소함을 더했다.

 

 

 

 

 

탕국물을 한 수저 떠 먹어 보니 간이 적당하고 맛있었다.

 

 

내일로 마감인 이번 팝업 후 그들의 다음 테이블이 궁금해졌다. 날이 따스해지고 먹고 싶은 메뉴가 차려지면 또 오기로 하고 식당을 나와 노들서가로 향했다.

 

 

인도 커리 & Table 

내가 기다리는 식당의 간판이다.

 

 

 

 

 

 

 

 

202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다.

 

산타클로스와 하늘을 나는 레인디어 그리고 엘프 요정을 믿지 않는 초등학생들도 받을 선물에 한껏 들떠있다. 부모들도 이날을 핑계 삼아, 평상시에 잘 사주지 못했던 선물을 심사숙고하며 준비한다. 

 

유치원마다 매년 이맘때쯤 부모를 초대해 발표회를 연다.

산타모자를 쓴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화려한 옷을 입은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고, 악기 연기로 화음을 맞추거나 연극을 하며 솜씨를 뽐낸다. 자신의 아이를 찾으려는 부모와 부모를 찾으려는 아이들의 고갯짓이 한없이 아름답다.

 

반짝거리는 트리, 빨강과 초록이 적절하게 섞인 소품들로 장식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가족들은 저마다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들을 하며 한 끼를 즐긴다.

 

아이들과 함께 집 안 한 구석에 트리를 세우고 약간의 오너먼트로 장식을 하며, 문 앞에 리스를 걸어 분위기를 낸다.

요리하는 엄마나 아빠가 솜씨 발휘 한 음식을 식탁에 차려 두고 가족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정겨운 풍경들이다.

 

군대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아들, 기숙사에서 연말을 보내는 딸.

아이들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예전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강하게 불러와 마음을 짠하게 했다.

 

 

 

 

 

Bakery Cafe

URBANRI ST.

 

 

 

둘만 남은 크리스마스지만 추억을 남기고자 동탄에 있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다녀왔다.

소설 속 근사한 성의 문을 여는 듯 무거운 갈색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법의 세계처럼 다른 세상이다.

 

 

 

 

 

위로 막힌 천장이 없다면 카페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 혹은 놀이공원에 놀러 온 기분마저 들었다.

 

 

 

 

 

 

넓은 공간 곳곳에 통 크게 마련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무척 화려하고 예뻤다.

 

 

 

 

 

각 코너마다 제각각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었는데,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마음에 드는 공간을 선택해 앉을 수 있어 인기가 있어 보였다.

 

핑크빛이 도는 철제 천장에 홀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이곳은 NO KIDS ZONE이다. 코너 특색에 맞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었다.

 

 

 

 

 

1층은 다양한 부대시설과 수족관 코너로 어린이들이 많았지만, 젊은 연인들과 우리처럼 나이 지긋한 부부들도 많이 보였다. 이층에서 내려다본 카페는 낭만적인 거리 같다.

 

 

 

 

 

베이커리 코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화려한 빵들이 크리스마스 시즌 장식을 올린 채 진열되어 있었다.

언젠가 먹어보았던 팡도르와 바스크 치즈케이크도 있었고, 이름을 기억하기도 어려운 색다른 빵들이 정말 많았다.

 

 

 

 

 

키오스크에서 음료 두 잔을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카페를 선택하듯 신중하게 자리를 고르고 창가 자리 편안한 소파에 앉았다.

 

 

 

 

 

커다란 선물주머니를 메고 벽을 막 넘어가려는 거대한 산타 모형을 보니 미소가 지어졌다. 

음료는 맛있었고 자리는 매우 편안했다. 

 

1층은 음악소리, 어린이들 소리, 사람들의 분주함도 크게 느껴졌지만 넓은 공간이라 그런지 오히려 방해받지 않는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아이들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느낀 여러 가지 감정들은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뿌연 안개가 사라지며 서서히 걷히듯 희미해질 것이다. 다음 해 또 그다음 해 그리고 그다음 해의 다음 해가 되면 익숙해질 것이다. 어쩌다 시끌시끌한 분위기의 성탄을 보내게 되면, 이번 해는 특별하다 색다르다 하게 될 것이다.

 

세월은 그렇게 지나간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외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공간 넓은 한 식당을 예약하려 하니 그날은 예약이 되질 않는다.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도 마찬가지.

물론, 황홀하게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은 비싼 가격을 치르고 예약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줄지 않는 연말.

북적거리는 좁은 식당에 들어가기도 꺼려지고, 한두 시간 기다리며 원하는 식당을 차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예약 없이도 자리를 잡고 간단한 요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답사격으로 찾아간 카페다.

 

 

 

 

Bakery Cafe

르디투어

 

 

파란 하늘 아래 감각적인 3층 건물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곽희수 건축가의 작품이다.

헤이리의 한 거대한 카페 생각이 났다.

 

 

 

 

 

은은한 색감의 넓은 공간에 군데군데 초록 식물이 도드라져 보였고, 위로 막힘없이 올려다보이는 계단은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베이커리 카페답게 빵을 만드는 작업 공간이 한쪽에 넓게 자리했고, 중앙에 진열된 빵들은 예사롭지 않았다.

 

 

 

 

 

다양하고 화려한 빵들도 궁금했지만, 독특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카페 구경이 먼저다.

올라가는 계단에는 신을 벗고 편하게 올라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좌식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마루 위도, 폭신한 매트 위도 좋을 것 같았다. 

 

 

 

 

 

2층 벽면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고, 부드러운 곡선의 테이블과 의자들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마음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계단참 한 구석과 2층 실내에 놓인 두 개의 크리스마스트리는 색감을 달리 장식해 다른 느낌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창을 내다보니 어제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아 바닥에 남아 있었다. 푸르름과 화려함이 살아나는 계절이 돌아오면 통유리로 보이는 경치가 더 예쁠 것 같다. 

 

 

 

 

 

3층으로 올라오니 몇몇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앙증맞은 트리 소품이 올려진 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넓은 창으로 해가 정말 잘 들어 나중에는 커튼을 칠 정도였다.

 

 

 

 

 

주문을 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가지런히 진열된 다양한 종류의 빵들은 아무거나 집어 들어도 후회 없을 정도로 다 맛있어 보였다.

 

 

 

 

 

 

차가운 온도로 보관되고 있는 케이크 종류와 생크림이 들어간 빵들도 고급스럽고 깔끔했다.

 

 

 

 

 

너무 단 빵을 고르기보다는 사과파이 (7.5)와 담백한 베이컨 더치 브레드(6.2)를 골랐다.

함께 마실 음료는 따뜻한 아메리카노(5.0)와 카푸치노(5.5)를 주문했다.

 

 

 

 

 

잘 구워진 저민 사과 아래 부드럽고 달콤한 커스터드와 바삭한 파이의 조화는 정말 맛있었고, 치즈와 베이컨이 올려진 속이 꽉 찬 바케트도 브런치로 적당했다. 빵과 잘 어울리는 커피맛도 좋았다.

 

 

어느새 긴 테이블 옆으로 젊은 친구들이 인스타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카페를 나오려는 데 그 많은 좌석들이 대부분 차 있었고, 계단에 마련된 좌식 좌석은 이미 가족이나 친구들의 편안한 놀이터가 되어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이 좌석을 잡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스쳤다.

 

 

한 번의 검색으로 왔지만, 유명한 건축물, 근사한 분위기, 청결하고 단정한 매장, 고급스럽고 특별한 빵과 음료 모두가 마음에 들었던 카페다. 

 

 

 

 

 

 

 

12월, 연말이 되니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눈에 띈다.

연말 분위기 물씬 나는 Cafe를 딸과 함께 다녀왔다.

 

 

 

Cafe

두레브

 

 

 

1층에 들어서니 살짝 어두운 실내조명, 중앙 오픈 키친, 한쪽 벽면에 진열된 와인병들,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베이커리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라기보다는 와인바 같은 느낌의 독특한 분위기다.

 

음료와 베이커리뿐 아니라 수플레, 파니니, 버거, 샐러드 등 다양한 브런치 메뉴가 있었는데 여느 레스토랑보다 식사 종류가 많아 보였다.

 

 

 

 

 

곳곳에 놓인 크리스마스 소품들이 차가운 느낌의 카페 분위기를 따뜻하게 녹여 주었고, 연말 분위기가 느껴져 살짝 마음이 들뜨기도 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넓은 공간임에도 거의 만석이었고, 조금 소란스러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창가 자리 높고 넓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창밖으로 널찍한 야외 테라스 좌석이 좋아 보였지만,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파라솔을 내리고 있었다.

 

 

 

 

 

텀블러 느낌의 아메리카노 잔이 독특했고, 따뜻한 음료는 넉넉한 양이 맘에 들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은 푸짐한 식사를 주문해 먹고 있었지만, 우리는 저녁 약속이 있어 간단한 빵과 음료를 주문했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12월...... 후회보다는 아쉬움이 크다. 

코로나로 아직 되돌리지 못한 사람들의 일상, 대학 캠퍼스를 마음껏 활보하지 못한 딸의 새내기 일 년이 마음 저리게 아프다. 

 

드라마 정주행하며 순삭되는 시간처럼 세월은 흘러가고, 사람들은 예기치 않은 사건들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하며 살아 간다.

 

일 년을 알차게 후회 없이 지냈다는 딸의 말을 그대로 믿고 대견한 맘이지만, 허락되지 않았던 상황에 안타까움과 짠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쪽으로 달라질 내년을 기다려보는 수밖에.

 

 

 

 

 

 

 

 

황금 코다리

헤이리점

 

 

생선을 정말 좋아하지만 자주 먹게 되지는 않는다. 나 먹자고 생선을 손질해 구워 먹기도, 조려 먹기도 다 귀찮고 어려운 노릇이다. 가끔씩 맛있고 도톰한 생선이 정말 먹고 싶다.

 

파주에 볼 일이 있어 오게 되면, 늘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이벤트를 생각해 둔다. 남편의 계획이다. 

 

 

 

 

 

정갈한 밑반찬들은 셀프코너에서 더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코다리&시래기 조림과(소, 26.0) 공깃밥을 주문했다.

 

 

 

 

 

커다랗고 도톰한 코다리가 직사각형의 큰 접시에 담겨 나왔다. 한 점 발라 먹으니 정말 너무 맛있다.

마른김에 커다란 살을 올리고 시래기와 콩나물 조금, 장에 있는 고추를 하나 넣어 돌돌 말아먹으니 담백한 맛이 최고다.

짜지 않고 심심한 양념에 푹 무른 무와 쫄깃한 가래떡까지 나무랄 데 없었다.

 

 

 

 

 

 

Cafe

GINO

 

 

파주 외진 곳에 있는 이 유럽풍 건물은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 장소이다.

 

 

 

 

 

 

크림색의 건물로 들어서면 신발장이 있다. 실내화로 갈아 신고 입장하니 마치 가정집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깨끗한 마루바닥과 이국적인 분위기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음료 메뉴는 만원으로 동일했고, 몇 가지 디저트류와 식사도 가능했다. 초코음료가 유명한 듯 BEST 별을 걸고 있었다.

솔티카라멜초코와 녹차라테를 주문한 후 내부를 둘러보았다.

 

 

 

 

 

1층은 드라마에서 퀘벡 레스토랑으로 나왔던 곳이다.

그리 넓진 않았지만 고풍스러운 엔틱가구와 소품들 그리고 벽을 채운 다양한 인물의 초상화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드라마뿐 아니라 뮤직 비디오 촬영도 했는지 한 아이돌 그룹의 사진도 액자에 담겨 있었다.

 

 

 

 

 

TV에 나왔던 피아노도 그대로 있었는데 윤기 나는 그랜드 피아노를 오랜만에 본 듯했다.

 

 

 

 

 

도깨비와 은탁이가 앉았던 테이블에 앉고 싶었으나 어린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나올 때까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드라마의 엄청난 팬임에 틀림없을 정도였다. 그들이 잠시 다른 자리로 가 있을 때 사진은 남길 수 있었다.

 

 

 

 

 

나무 계단을 오르면 윤 회장의 집무실로 사용되었던 곳인 2층이다.

계단과 계단참 벽에도 다른 모양 다른 크기의 액자들은 마찬가지였다.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생한 인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도대체 이런 수많은 그림을 어디서 구하는 건지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열린 문으로 들어가니 이곳도 입이 떡 벌어진다.

주말이지만 아직 이층에는 손님이 없어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파노라마에 담긴 카페 2층의 모습은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이국적이다.

 

 

 

 

 

 

 

따스한 햇살을 받은 창가 소파 자리는 감히 앉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고급진 커버의 책들을 정리해 놓은 책장 앞에서는 액자에 담긴 작은 그림들을 판매하기도 했다.

 

 

 

 

 

 

드라마에 나왔던 장소를 직접 찾아와 보는 것은 의미 있고 재미나다. 

반대로, 왔던 장소를 다시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을 때의 기분은 또 새롭다.

이런 재미에 드라마 촬영지는 인기가 넘치나 보다.

 

 

 

 

 

 

녹차라테는 달달하고 맛있었지만, 남편이 주문한 초코음료는 너무 짜다고 했다. 이름이 솔티에 히말라야 핑크 솔트를 더한 것임을 알고도 달달함을 기대했던 남편의 착각이었다.

고급스러운 잔과 받침, 서비스로 나오는 바삭하고 얇은 쿠키가 분위기를 더해 주었다.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실내 분위기, 편안한 자리, 아늑한 공간이 매력 있었던 카페다.

 

 

 

 

 

 

 

 

한가족 

숯불닭갈비

 

 

김유정문학촌 길 건너 보이는 식당으로 향했다.

철판에 볶아 먹는 닭갈비 대신 오늘은 숯불에 구워 먹는 닭갈비다.

 

 

 

 

 

식당 마당에는 아기자기한 분재와 소품들, 조형물이 있어 문학촌의 연장인 듯 보였다.

 

 

 

 

 

뼈를 잘 발라 여러 군데 칼집을 내고 달고 매운 양념을 한 닭고기를 철판 위에 올렸다.

타지 않도록 계속 뒤집다가 어느 정도 익었을 때 먹기 좋게 자른 후, 그제야 떡을 올리고 다시 구워주며 떡이 말랑해지기를 기다렸다.

 

 

 

 

 

먹음직스럽게 익은 고기를 상추와 깻잎에 싸서 쌈장과 고추를 넣어 먹으니 맛있다.

꼭 돼지갈비를 먹는 듯한 느낌과 맛이다. 

 

 

 

 

 

고기 몇 조각이 남았을 때 적당히 배가 불렀지만 막국수와 볶음밥을 주문했다.

매운 양념이 올려진 막국수도, 철판에 볶아먹는 그 맛과 같았던 밥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Cafe 

이디오피아 벳(집)

 

 

춘천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단어들이 있다. 그중 공지천과 이디오피아는 한 세트다.

오늘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카페 이디오피아에서 커피 한 잔의 기회가 주어졌다. 

 

 

 

 

 

빨간 물이 든 나무에 고드름처럼 걸린 조명이 밤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로스터리전문점이라는 이곳은 1968년이 시작이다.

입구부터 걸린 그림의 주인공은 이디오피아의 황제였던 하일레 슬라세 1세다.

 

6.25 전쟁 당시 UN 참전국이었던 이디오피아의 황제는 힘없는 한국을 돕기 위해 황제 근위병인 '킥뉴'부대를 파병했다.

6천 명 이상이 참전하여 춘전 일대에서 253회 전투에 참여하였다. 수백 명이 부상을 당하고 목숨을 잃었지만 단 한 명의 전쟁포로도 없었던 용감한 부대였다.

 

전쟁이 끝나고 1965년 군 철수를 하기까지도 우리나라의 전쟁고아들을 도우며 한국을 위해 희생했다고 하니 정말 고마운 나라요 황제요 부대였다.

 

 

 

 

 

춘천 시민들이 '킥뉴'부대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이디오피아 참전기념비를 세웠고, 1968년 춘천을 방문한 황제는 이디오피아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념관 건립을 요청하여 그 해 반 지하 형태의 이디오피아 집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디오피아 벳(집)이란 이름과 현판도, 황제가 즐겨마시던 이디오피아 황실의 커피 생두도, 황제의 상징인 황금 사자모양의 사용도 모두 하일레 슬라세 황제의 배려였다.

 

 

 

 

 

온통 갈색으로 치장된 카페는 옆으로 공지천 일대를 감상할 수 있는 뷰를 가지고 있다.

중간에 문을 달아 더 길게 느껴지는 카페는 마치 배를 탄 듯 물 위에 떠있는 느낌이 들었다.

 

 

 

 

 

카운터 옆에서는 익숙한 이름의 커피 원두와 더치커피 등을 판매하고 있었고, 위로 다양한 메뉴들이 걸려있었다.

 

 

 

 

 

비엔나(7.0)와 바닐라라테(6.0)를 주문했다.

 

 

 

 

 

이디오피아 벳이라는 문구와 황금사자 문양은 잔과 쟁반에도 새겨져 있었다.

역사가 담긴 이 로고는 다른 카페의 그것들과는 달리 엄숙함마저 느껴졌다.

 

 

 

 

 

1974년 이디오피아가 공산화되며 황제는 폐위되었고, 여기저기 자신의 마음이 담긴 이곳을 방문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지만, 그가 뿌린 씨앗이 지금은 이디오피아 수상부터 관광객들까지 찾는 명소이자 이디오피아 돕기 사업과 두 나라의 국제교류를 이어가는 끈이 된다고 하니 정말 의미 있는 장소가 되었다.

 

 

카페 앞으로 돔 지붕의 이디오피아 참전기념관과 기념탑을 바라보며 꿈만 같았던 일박 여행을 마무리했다.

돌아가는 길은 늘 그렇듯 뿌듯함과 아쉬움이 공존한다. 

 

 

 

 

 

 

 

 

 

 

 

 

 

 

독립기념관 근처에 있는 천안 커피

 

Coffee Works

 

 

 

 

 

심플하고 깨끗한 외관은 외딴곳에서 유일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카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입구를 들어서니 모던하고 깔끔하다.

 

 

 

 

 

커피머신에 붙은 노란 리본이 한눈에 띄었고, 흰 벽에 붙은 '커피 플레이보 휠'도 반갑다.

카페의 외관과 카운터부터 마음에 들었다.

 

 

 

 

 

한쪽 코너에는 갤러리 느낌의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천장에서 다른 길이로 내려온 알록달록한 한복 조각들, 작은 소녀상과 빈 의자에 걸린 세월호 리본, 스틸 그릇에 담긴 배지와 영문으로 쓰인 메시지.

 

예사롭지 않은 카페다.

 

 

 

 

 

카운터 앞 쪽으로 놓인 긴 테이블 위에는 아담한 사이즈의 커피 원두와 장애 아동들이 그린 그림이 담긴 엽서를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한쪽 벽면을 차지한 소박한 책꽂이에는 눈에 익은 책 몇 권이 전시되어 있었다.

인테리어나 소품, 전달하는 메시지가 확실해 보이는 이 카페가 더 궁금해졌다.

 

 

 

 

 

복층으로 되어있는 카페 1층은 중간에 긴 테이블, 창 옆으로 소파 자리,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양한 매력을 준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다락방 느낌의 공간에 아담한 창과 몇 개의 테이블이 더 마련되어 있었다. 

여기도 아늑하고 좋다.

 

 

 

 

 

나는 계절이 느껴지는 단풍 라테를(5.5), 남편은 갈증을 해소시켜 줄 자두 에이드(5.5)를 주문하고 야외 테라스로 나갔다.

찬 가을바람이 아직은 견딜만해 자리를 잡았다.

 

 

 

 

 

낮은 담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시골 풍경이 너무 좋았다.

모내기 후 싱싱한 초록의 논도 예쁘고, 추수 전 풍요로운 황금 들판도 멋진 풍경이었으리라.

 

황량한 논 중간중간 세워져 있는 대형 마시멜로 모양의 곤포 사일리지.

볏짚에 발효제를 뿌린 후 돌돌 말아 비닐에 꽁꽁 싸 둔 곤포는 발효 후 배합사료에 섞어 소먹이로 쓰인다고 한다.

힘들었을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볏짚까지 정리해 둔 농부들의 안도와 편안함이 느껴졌다.

추수를 끝낸 논을 바라보는 것 또한 즐겁다.

 

 

우유가 들어간 음료였음에도 커피 원두 맛이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카페 메뉴로는 낯선 자두 에이드를 남편은 연신 맛있다며 마셨다. 

 

음료의 퀄리티도, 다양한 매력의 공간도, 카페의 참여와 연대도, 계절마다 변할 시골 풍경도 좋다.

단풍나무길을 걷는 것도 좋았지만 천안에서 마신 커피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유림면

 

 

 

시청 길 건너 이 오래된 식당은 메밀 전문 국숫집이다.

유명한 식당이라기에 붐비기 전 오픈 시간 맞추어 방문했다. 이미 두 팀이나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그리 많지 않은 메뉴지만,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판 메밀은 필수, 비빔메밀과 냄비국수 중 고민하다 따뜻한 국수를 선택했다.

 

 

 

 

 

먼저 메밀간장과 파 그리고 투박하게 썰린 여린 색의 단무지가 나왔다.

커다란 단무지를 조금씩 베어 국수와 함께 먹는 재미가 있었다.

 

 

 

 

냄비국수(8.5)

 

국수라기보다는 우동에 가까운 면은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고, 입안 가득 씹히는 어묵의 맛도 담백했다.

국물 한 숟가락 떠먹으니 짜지 않은 깊은 맛이 최고다. 수란을 반 갈라 터트려 먹으니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졌다.

 

 

 

 

메밀국수(8.5)

 

판 메밀의 면은 부드럽고 매끌매끌하다. 파를 듬뿍 담은 메밀 간장에 꼭 담가 적셔 먹으니 입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맛이 일품이다. 아래로 한 단 더 있었지만 양도 무척 적게 느껴졌다. 남은 메밀 간장을 후루룩 마시니 수정과를 먹는 듯 계피향이 돌았다. 

 

모든 음식이 짜지 않고 담백했고 넉넉하지 않은 양이었지만 그 정도 먹으니 만족스러웠다.

모든 것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것이 오랜 식당의 비결인 듯싶었다.

 

 

 

 

 

Cafe

정담

 

 

 

정동극장 1층에 마련된 카페다. 맞은편으로 정동교회가 보인다.

토요일 볕 좋은 날 교회 마당에서 신부와 신랑이 웃으며 서 있었다.

 

오래전 가을 나의 결혼식 날도 이 비슷한 날씨였던 듯하다.

말로는 이제 불행 시작이라느니, 결혼을 왜 하냐느니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눈부신 신부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한옥 느낌이 나는 한쪽 벽면과 야외 마당이 내다보이는 유리 벽 사이 카페의 내부는 길고 좁다.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하고 야외로 나갔다.

 

 

 

 

 

마당가에 마련된 자리에 앉으니 따뜻한 햇살이 좋다.

다가오는 추위에는 야외 좌석들이 무색할 것이다. 늦기 전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 한정메뉴 차이티라테는 따뜻한 우유에 꿀을 넣어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나는 중국차 향이 좋았다.

 

 

 

 

 

겉바속촉을 기대했던 허니브레드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빵이 눅눅한 느낌이 들었다.

빵 위로 화려한 크림이 올라간 비주얼이 아니라, 그릇에 따로 담긴 묽은 소스도 내가 생각했던 디저트가 아니었다.

 

출출하던 차에 남편은 맛있다며 먹었고 나도 달달한 빵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다시 걷는 정동길은 이제 익숙하다. 

하루에 한 두가지만 하고 돌아가도 그 흔적에 낭만이 머문다.

 

 

 

 

 

 

선궁

중화요리

 

 

 

서초동 한가람미술관에서 피카소전 관람 후, 중식을 먹기 위해 찾아간 식당 선궁.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지만 사람들이 꽤 있었다.

널찍한 홀과 분리된 룸이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되는 식당이다. 남편이 미리 예약을 해두어 우리는 룸으로 들어갔다.

 

 

 

Lunch Course 

 

 

평일 점심을 남편과 함께 먹다니! 여름휴가가 맞아떨어지기 쉽지 않았는데 올해는 행운이다.

그러니 레스토랑마다 야심 차게 내놓은 평일 런치 코스 중 하나는 꼭 먹어야 하는 날.

그나마 부담스럽지 않은 25,000원 코스를 선택했다. 

 

 

짜사이와 양배추 초절임

 

게살스프

 

류산슬

 

칠리중새우

 

고추잡채와 꽃빵

 

탕수육

 

식사 

 

후식

 

나는 짬뽕을 남편은 자장을 식사로 선택하고,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먹으니 무척 배가 불렀다.

조리 후 바로 서빙되는 음식들은 따뜻하고 식감이 살아있어 더 맛있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먹는 코스요리라 특별했고, 분리된 공간에서 조용한 식사를 할 수 있어 더 좋았다.

 

 

 

 

Cafe Todah

토다 우면동 지점

 

 

식당이 있는 평화빌딩에서 차로 조금 이동해야 하는 이 카페는 서초동 지점도 있다.

어디가 더 가까운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이 공들여 찾았다는 곳인 우면동 지점으로 갔다.

 

코로나 때문에 야외 좌석이 있거나 거리두기가 충분해 보이는 곳을 찾으려는 남편의 배려가 고마웠다.

 

 

 

 

베이글 맛집인지 크림 맛집인지 카운터 옆 유리 진열대 안에는 빵에 발라 먹는 크림의 종류가 빵 보다 많았다.

네임텍만 남아있는 다양한 베이글들은 이미 다 팔린 듯했다.

 

주차장이 없어 길가에 주차된 차들과 열을 맞추어 둔 것이 이내 마음에 걸렸다. 근처 세진 모터스 주차장에 주차하면 처음 한 시간은 2.000원에 이용 가능하다는 안내가 있었지만 다시 주차하기에는 조금 번거로웠다.

 

야외 좌석은 더위로 마땅치 않았고,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내부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그래 Take Out이다!

 

 

 

 

바닐라 라테(5.5)와 모히또 에이드(5.5)를 들고 나왔다.

주차도 더위도 코로나도 안심이다.

 

돌아오는 길에 독특한 카페 인테리어, 유명하다는 베이글 등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라테가 너무 맛있어 정말 만족스러웠다.

 

많은 것을 느끼고 본 전시회와 맛있는 코스요리 그리고 달달한 라테까지 행복한 여름휴가다.

 

 

 

 

 

Cafe DAENERYS

카페 대너리스

 

 

양평 세미원에서 나와, 북한강변 뷰가 좋다는 카페를 찾아 조금 북쪽으로 이동했다. 

 

유명한 카페, 게다가 주말이니 자리가 없을 수도 있겠다, 아쉽지만 테이크 아웃을 해야 하나,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점심도 못 먹었는데 등등의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카페 앞 주차장은 이미 만차. 안내를 따라 옆으로 내려가니 다른 주차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 차를 주차했다.

 

건물 외벽이 수직정원이다. 관리가 어렵긴 하지만 대기오염과 실내온도를 낮추는 등 환경 친화적이라 들었던 정원.

담쟁이덩굴들에 뒤덮인 고풍스러운 건물을 보니 내부도 신비로울 것만 같았다. 

모든 생각이 이상하리만치 날아가던 순간이다. 

 

 

 

 

들어서니 에어컨 바람이 유독 시원하게 느껴졌다. 

입구부터 럭셔리한 케이크 코너, 계산대 옆에 진열된 베이커리들이 배고픈 나를 자극했지만, 열체크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뒤엉키며 복잡했다. 여유로운 자리를 먼저 찾아야 했다.

 

 

 

 

테이블의 크기가 다른 카페들과 달리 널찍하다.

테이블마다 자리를 차지한 팀 옆으로 충분히 함께 앉을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거리두기를 넉넉히 해야 할 듯했다.

 

 

 

지하로 내려가 야외 좌석으로 나가봤다. 북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좌석들이 곳곳에 무척 많다.

넓은 공간과 좌석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그다지 많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침 자리를 비웠는지, 최고의 뷰와 최고의 거리두기가 가능한 파라솔 아래 빈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이 자리다!

무척 더운 날이었지만, 강바람이 불어와 시원했다.

 

 

 

 

좋아하는 그린티 라테 Iced(8.5)와 시원한 망고에이드(8.0) 그리고 어니언 스위트콘(7.0)을 주문했다.

음료는 가격에 비해 평범했지만 역시 자리값이다.

 

 

 

 

점심으로 대충 때우려고 주문한 빵은 별 기대 없이 잘랐는데, 생각보다 안에 내용물이 실하게 들어있었다.

맛있었다.

 

 

 

 

수상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도 몇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고 모터보트에 이끌려 시원하게 강을 가르는 모습이 역동적이고 대단해 보였다.

윙~~ 하고 울리는 모터의 소리가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간혹 그 소리가 멈출 때의 고요한 강이 더 좋았다.

 

 

 

 

강의 매력에 푹 빠져 한없이 그 앞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후드득 비가 쏟아진다. 이번엔 폭우다.

다행히 나무와 파라솔이 겹으로 안전하게 지켜주었고, 내리 꽂히는 강한 빗줄기는 강 표면에 무늬를 선사했다.

환상적이었다.

 

 

 

 

이런 낭만적인 일은 매주 벌어진다. 현실감 없는 현실. 

소설이나 꿈과 다를 바 없는 매일의 일상들. 오늘은 소설의 행복한 장이고 즐거운 꿈이다.

 

 

 

 

한동안 비 구경을 했다. 그칠 것 같지 않은 비는 마른하늘을 이기지 못해 기세가 꺾이고, 잦아들었다.

 

돌아가야 할 시간.

테이블을 치우고 나오는데 사실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자리를 선뜻 다른 이에게 내주는 대신, 음료와 빵을 리필하며 어두워진 하늘 아래 조명받은 강의 모습을 볼 때까지 한없이 앉아 있고 싶었다.

 

 

 

 

수직정원은 건물 뒤쪽도 마찬가지였다. 무수한 잎들 사이 하늘이 들어서 있는 네모난 창의 모습만 다를 뿐.

 

 

수직으로 이어진 담쟁이 잎들의 초록 물결, 손만 뻗으면 닿을 북한강, 파란 하늘과 갑작스러운 소나기,

이 모든 것이 너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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