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DAENERYS

카페 대너리스

 

 

양평 세미원에서 나와, 북한강변 뷰가 좋다는 카페를 찾아 조금 북쪽으로 이동했다. 

 

유명한 카페, 게다가 주말이니 자리가 없을 수도 있겠다, 아쉽지만 테이크 아웃을 해야 하나,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점심도 못 먹었는데 등등의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카페 앞 주차장은 이미 만차. 안내를 따라 옆으로 내려가니 다른 주차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 차를 주차했다.

 

건물 외벽이 수직정원이다. 관리가 어렵긴 하지만 대기오염과 실내온도를 낮추는 등 환경 친화적이라 들었던 정원.

담쟁이덩굴들에 뒤덮인 고풍스러운 건물을 보니 내부도 신비로울 것만 같았다. 

모든 생각이 이상하리만치 날아가던 순간이다. 

 

 

 

 

들어서니 에어컨 바람이 유독 시원하게 느껴졌다. 

입구부터 럭셔리한 케이크 코너, 계산대 옆에 진열된 베이커리들이 배고픈 나를 자극했지만, 열체크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뒤엉키며 복잡했다. 여유로운 자리를 먼저 찾아야 했다.

 

 

 

 

테이블의 크기가 다른 카페들과 달리 널찍하다.

테이블마다 자리를 차지한 팀 옆으로 충분히 함께 앉을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거리두기를 넉넉히 해야 할 듯했다.

 

 

 

지하로 내려가 야외 좌석으로 나가봤다. 북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좌석들이 곳곳에 무척 많다.

넓은 공간과 좌석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그다지 많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침 자리를 비웠는지, 최고의 뷰와 최고의 거리두기가 가능한 파라솔 아래 빈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이 자리다!

무척 더운 날이었지만, 강바람이 불어와 시원했다.

 

 

 

 

좋아하는 그린티 라테 Iced(8.5)와 시원한 망고에이드(8.0) 그리고 어니언 스위트콘(7.0)을 주문했다.

음료는 가격에 비해 평범했지만 역시 자리값이다.

 

 

 

 

점심으로 대충 때우려고 주문한 빵은 별 기대 없이 잘랐는데, 생각보다 안에 내용물이 실하게 들어있었다.

맛있었다.

 

 

 

 

수상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도 몇 보였다.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고 모터보트에 이끌려 시원하게 강을 가르는 모습이 역동적이고 대단해 보였다.

윙~~ 하고 울리는 모터의 소리가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간혹 그 소리가 멈출 때의 고요한 강이 더 좋았다.

 

 

 

 

강의 매력에 푹 빠져 한없이 그 앞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후드득 비가 쏟아진다. 이번엔 폭우다.

다행히 나무와 파라솔이 겹으로 안전하게 지켜주었고, 내리 꽂히는 강한 빗줄기는 강 표면에 무늬를 선사했다.

환상적이었다.

 

 

 

 

이런 낭만적인 일은 매주 벌어진다. 현실감 없는 현실. 

소설이나 꿈과 다를 바 없는 매일의 일상들. 오늘은 소설의 행복한 장이고 즐거운 꿈이다.

 

 

 

 

한동안 비 구경을 했다. 그칠 것 같지 않은 비는 마른하늘을 이기지 못해 기세가 꺾이고, 잦아들었다.

 

돌아가야 할 시간.

테이블을 치우고 나오는데 사실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자리를 선뜻 다른 이에게 내주는 대신, 음료와 빵을 리필하며 어두워진 하늘 아래 조명받은 강의 모습을 볼 때까지 한없이 앉아 있고 싶었다.

 

 

 

 

수직정원은 건물 뒤쪽도 마찬가지였다. 무수한 잎들 사이 하늘이 들어서 있는 네모난 창의 모습만 다를 뿐.

 

 

수직으로 이어진 담쟁이 잎들의 초록 물결, 손만 뻗으면 닿을 북한강, 파란 하늘과 갑작스러운 소나기,

이 모든 것이 너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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