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5일
남편이 다이소에서 봉선화와 해바라기 씨앗을 사 심었다.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나는 화분을 집에 두려 하지 않는다.
너무 물을 많이 주어서인지, 볕이 잘 들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식물 키우는 데 성공한 적이 없다.
무엇보다 귀찮기도 하고.....
작년 이사온 아파트 10층은 창가에 해가 따스하게 오래 머문다.
남편이 키우는 이 화분들에서는 꽃을 기대해도 될 듯싶다.
- 5월 1일
나름 원칙을 가지고 열심히 물을 주더니 쑤욱 새싹이 올라왔다.
성인이 된 두 아이를 바라보며 대견한 마음도 있지만 조금씩 떠나보내는 마음이 헛헛한가 보다.
무언가를 돌보며 삶의 생기를 찾고 싶은 남편의 마음이 느껴진다.
귀여운 새싹 봉선화와 떡잎부터 큰 해바라기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두 쌍떡잎식물의 그것이 실해 보인다.
올 해는 남편 덕에 손톱에 예쁜 봉선화 물을 들일 수 있을까 기대된다.
- 5월 9일
싹이 올라온 화분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다.
남편과 동네 한 바퀴 돌다 꽃집에 들려 카랑코에와 바질 트리를 데려왔다.
쪼르르 횡렬로 서있는 화분들이 앙증맞다.
초록의 허브잎과 분홍빛 꽃이 있으니 한결 생기가 돈다.
그새 봉선화는 새싹이 하나 더 생겼다. 해바라기도 잎의 수가 늘었다. 건강하고 싱싱해 보인다.
오롯이 남편이 물을 주고 키운다. 재주가 있나 보다.
나는 가끔 해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화분을 돌려주거나 지켜볼 뿐이다.
- 6월 15일
며칠 전 커피나무를 2.000원 주고 사와 살며시 남편의 손길이 닿는 곳에 두었다.
아라비카 커피의 하위종으로 알고 있던 카투라(Catura). 화분 표찰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신맛이 풍부하고 생산성이 좋다는 품종이다.
잎이 무성해진 바질 트리.
잎 몇 개를 따서 물에 잠깐 담갔다가 물냉면 위에 고명처럼 얹어 먹어봤다.
향이 강해 조금 넣어 먹으니 나쁘지 않다. 스파게티나 오므라이스 위에 얹으면 더 좋을 것 같다.
키도 자라고 꽃잎도 많아진 카랑코에. 색을 더해줄 꽃봉오리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해바라기는 잎이 많아지고 넓어졌다. 꽃이 필 준비를 하는가 보다. 아무래도 화분이 작아 보인다.
눈에 띄게 줄기가 굵어진 봉선화는 무럭무럭 잘도 자란다. 제일 기대되는 화분이다.
허전하던 베란다가 남편 덕에 여느 카페 부럽지 않다.
분갈이를 해야 하지 않을까? 바질 트리는 더 기울기 전에 다듬어야 할 텐데..... 해바라기 아래쪽 잎의 저 마른 부분은 뭐지? 물을 더 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속으로는 끊임없이 궁금하지만 남편을 믿기로 했다. 내가 나섰다 일을 그르칠 수 있을지 모른다.
아침에 베란다 창 블라인드를 걷으며, 퇴근 후 환기를 위해 창을 열 때 호기심과 애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래서 반려식물과 동물을 키우겠구나. 관심이 없었던 나도 그 마음을 조금은 알것 같다.
7~8월 달라져 있을 화분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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