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의 절정이다. 이른 아침부터 강렬한 태양이 부담스러웠지만 계획대로 몸을 움직였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최초의 인공 정원, 궁남지를 찾았다.
들어서니 사방으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푸르른 하늘 아래 넓은 잎을 자랑하는 연의 물결은 바다와 같다.
색색의 연꽃과 수련, 다양한 수생식물과 난생처음 보는 이름 모를 꽃들.
세미원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수련, 가시연, 홍수련, 열대수련, 빅토리아연, 노랑어리연, 호주 수련....... 수련의 종류도 넘쳐난다.
주간 개화, 야간개화, 멸종위기 수련까지 제각각 특징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수련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은 더 많아진다.
양귀비꽃 모양을 닮은 물양귀비도 처음 보았다.
초록의 잎들 사이 은은하게 핀 노란빛 소박한 꽃이다. 진짜 양귀비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느낌은 다르다.
천국으로 통하는 길인 듯, 이어진 다리를 건너면 포룡정이 있다. 백제 왕궁의 연못이였으니 오래전 조경기술에 놀라울 따름이다. 신을 벗고 정자에 앉아 쉬어가는 두어 팀이 있어 우리는 머뭇거리다 사진만 남기고 돌아 나왔다.
버드나무로 병풍을 치고있는 연못과 물 위에 지어진 정자의 모습이 고즈넉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연이 모여있는 밭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홍련, 백련, 천판연, 향백련, 묘련, 황연....... 다양하기는 연꽃도 마찬가지.
만개한 연꽃들이 남아 있었지만, 꽃잎을 떨구고 연밥을 드러낸 것들이 더 많았다. 8월이 지나면 아름다운 연꽃도 내년을 기약해야 할 듯하다.
궁남지에는 수생식물이 많다.
고급 물감을 칠한 신비로운 꽃들이 물 위에 떠 하늘거리고 있었다.
물 무궁화도 볼 수 있었는데 무궁화 꽃보다 진하다. 물양귀비와 수련을 내려다보며 품어주고 있었다.
마침 오리 가족들이 나들이를 가고 있었다. 공원과 공존하는 식구인가 보다.
엄마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한눈파는 아이는 어느 집에나 존재한다.
시간은 아직 정오 전이지만 햇살은 이미 견딜 수 없을 정도다. 온라인으로 예약한 박물관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면 좀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근처 국립 부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국립 부여박물관
더위에 머리가 지끈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박물관 관람은 평소처럼 할 수 없을 듯했다.
이곳에 오면 꼭 봐야 하는 것. 그것만 보기로 했다.
백제 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백제금동대향로.
우리나라 국보다.
아래는 용
동체는 연꽃 봉우리
뚜껑은 산
정상엔 봉황
산에는 나무와 낙하하는 폭포, 시냇물, 산길, 호수도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이곳에는 37마리의 상상의 동물과 악사 5인, 17인의 신선이 산다. 그야말로 신선들의 별천지다. 산 중턱에 12개의 연기가 빠져나가는 구멍이 뚫려 있다.
향로를 짊어지고 있는 용과, 연판에 새겨진 신선과 수중동물들, 비상할 준비를 하는 봉황에도 수십 가지 사연과 의미가 있었다.
잘 알려진 세기의 화가, 조각가들을 알고 그들의 작품을 칭송하지만, 7세기경 제작된 백제 향로의 제작자는 그 얼마나 대단한가.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정교하고 정성스러운 작품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편의점에서 얼음컵과 바삭거리는 패스츄리 한 통을 샀다. 가져온 음료를 채우고 달콤한 간식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두 시간 남짓 걸리는 부여여행은 종일이나 일박이 자연스러웠지만, 우리가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가 좀 지난 시간이었다.
아침 겸 점심인지, 점심 겸 저녁인지 모를 밥을 배불리 먹었다.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편안한 하루가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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