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마지막 날!

 

타는 듯한 여름, 밖으로 돌아다니기 어려워 생각한 것이 박물관 투어다.

코로나로 인원 제한이 있어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 후, 오픈 시간에 맞추어 방문했다.

 

프랑스의 루브르, 영국의 브리티쉬 뮤지엄, 이탈리아의 바티칸 박물관 등 해외여행 시 그 나라나 도시의 주요 박물관을 꼭 가봐야 하듯이, 우리나라에는 국립중앙 박물관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규모라고 하니 자랑스럽다.

 

방대한 박물관 투어로 오늘은 다른 일정도 잡지 않았다. 늦은 점심도 집에서 먹을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지하 주차장부터 규모가 장난 아니다.

이곳을 왔었던가? 기억해보니 오래전 솜사탕 같았던 나의 아이들과 어린이 박물관에 다녀 갔었다.

입장요금을 지불하는 특별전시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상설전시 관람이다.

 

 

 

횡으로 긴 계단을 오르니 멀리 기준처럼 솟아있는 남산타워 앞 건물들과 경관을 조망할 수 있었다.

계단에 앉아 입장을 기다리는 가족, 하늘 아래서 인생 샷을 위해 카메라를 든 연인, 삼삼오오 정겨운 모습들이 좋아 보였다. 아직 전시 오픈 전이라 전망대에서 이어지는 계단으로 내려가 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예쁜 정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배롱나무의 선명한 꽃색이 참 예쁘다 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다니. 그것도 예상치 않은 장소에서 말이다. 사방형의 아담한 연못 위 예쁜 수련은 덤이다. 이런 게 행운이다.

 

 

 

경복궁 꽃담을 떠올리게 하는 예쁜 담장과 수련이 담긴 연못, 초록의 푸르름 사이 유독 선명하게 꽃을 피운 배롱나무가 너무 아름다웠다. 사이로 난 오솔길을 지나가며 여러 장의 사진을 남겼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을 이기고 피어난 주름 접힌 꽃이 마냥 신기했다.

 

 

 

QR체크와 손 소독 그리고 예매 확인 앱을 제시한 후 전시관으로 입장했다.

대규모의 뮤지엄 샵과 서점이 문을 달리 하고 연결되어 있다. 세련되고 의미 있는 기념품들이 많이 있었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이제 본격적인 투어다.

 

전시관 복도에서 만난 AI 로봇, 큐 아이.

편의시설이나 전시품의 상세 정보를 알려주고, 전시해설도 해준단다. 게다가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가능하다고 하니 정말 똑똑한 아이다.

 

 

 

경천사 십층석탑

복도에서 만난 우리나라 보물이다.

날카롭게 높이 솟아있는 탑이 신비로웠다. 탑 전체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너무 방대한 전시품들이 있기에 리플릿에 나와있는 '층별 꼭 봐야 할 추천 동선'을 따라다니기로 했다.

처음엔 따라 이동했지만 어느 순간 내 발길 닫는 대로 보게 되었다. 

 

 

 

주먹도끼

박물관의 시작을 알리는 구석기시대 대표주자인 뗀석기, 주먹도끼.

 

 

 

독널

무덤으로 이용되었던 신석기 토기, 독널

주로 구덩이를 파서 묻거나, 동굴을 이용했지만 뼈만 추려 토기에 넣어 보관하기도 했다.

 

 

 

농경문 청동기

농사짓는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진 종교의식과 관련된 의기인 청동 후기의 농경문 청동기.

하반부는 떨어져 나가고 없다.

 

 

 

금 새날개모양 관꾸미개와 고깔모양 관

 

신라실에서 본 화려한 관과 꾸미개.

 

 

 

청동거울

고려시대 다양한 무늬의 청동거울.

 

 

 

달항아리

조선시대 대표 백자 달항아리.

커다란 대접 두 개를 이어 만든 백자는 이름 그대로 하얗고 둥근달이 연상된다. 

 

 

 

남편은 지치지도 않고 수많은 작품들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었지만, 나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1층 구석기실을 시작으로 중. 근세관까지 관람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점심을 먹으려면 까마득하다. 2층 '기증관'을 제외해도 '서화관'이 있고 3층엔 '조각 공예관', '세계 문화관'이 남아있다.

게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데는 한 시간 남짓 걸리니 뭔가를 충전해야 했다.

 

 

 

으뜸홀 카페

마침 2층에서 만난 카페다. 우리가 한 박자씩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서인지 아직까지는 손님이 별로 없다.

야외가 내려다보이는 창가 자리, 높은 의자에 걸터앉았다.

 

 

 

배를 채울만한 메뉴는 머핀과 베이글이 전부였다. 샌드위치를 기대했던 나는 라테 한잔을, 남편은 아몬드가 박힌 머핀과 아메리카노를 골랐다. 

차를 마시며 다음 동선을 짜 보기도 하고, 창밖을 내다보기도 하며 잠시 쉬었다. 사람들이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자리를 양보하고 나오는데 외부에 마련된 테이블 좌석도 빈틈이 없다. 부지런한 우리가 대견하게 느껴졌던 순간이다.

 

 

 

2층 서화관에서는 다양한 서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서화에 은은하게 입힌 색이 과연 무얼까 궁금했었는데 흙이나 돌, 동물, 식물 등에서 채취한 안료들로 비롯된 색이었다. 광물에서 나온 색은 깊은 색감을, 식물에서의 그것은 밝고 투명한 느낌을 준다고 하니 예술가들의 안목은 참으로 대단하다.

 

 

 

나전 칠 봉황 꽃 새 소나무무늬 빗접

3층 조각 공예관에서 본 조선의 나전칠기.

빗이나 빗솔 등을 넣어 보관하는 혼수품 중 하나인 빗접이다.

 

 

 

조각공예관은 보물들의 창고였다.

 

고려, 칠보무늬 향로 (국보)

  

 

고려, 매화 대나무 학무늬 매병 (보물)

 

 

조선, 분청사기 상감 인화 구름,용무늬 항아리 (국보)

 

 

조선, 분청사기 상감 물고기무늬 매병 (보물)

 

 

조선, 백자철화 매화, 대나무무늬 항아리 (국보)

보물들은 대부분 눈에 띄게 마련인가 보다. 많은 작품들 중 특별해 보인다.

주요 동선에 배치해 두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보물은 보물이다. 

 

 

 

3층 세계 문화관은 의외로 볼거리가 많았다.

이집트, 중앙아시아,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등의 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관심 있는 나라 한 두 개를 정해 꼼꼼히 본다면 하루도 족히 걸릴 이 공간을 우리는 건너뛰기도 하며 대충대충 지나쳤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많은 것을 보았지만 흥미로웠다.

사람들에게 인기있었던 신비로운 이집트관은 다음에 다시 와 보고 싶다.

 

 

 

코로나로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못 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집에서 해 먹을 점심도 기대가 되었다.

웅장한 시설 안에 담긴 역사 저 편의 신비롭기만 한 수많은 작품들과, 야외에서 우연히 마주친 배롱나무 연못은 나의 하루를 근사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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