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플라워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스티븐 크보스키
청소년 성장소설인 이 책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거론되기도 한다.
막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주인공 찰리와 고등학교 친구들의 생활을 보면 담배와 술, 마약, 성관계, 동성애, 왕따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에서 이 책에 대한 도서 검열은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2개 학군에서는 금서로 정해졌다고 하니 아무리 문화 차이가 있더라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국 고등학생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책과 영화의 행보로 보자면 덮거나 피해 갈 수 없는 문제들임에는 확실해 보인다.
Wallflower
벽 틈에서 자라는 꽃.
비격식으로는 무도회에서 파트너가 없어 벽 쪽에서 보고 있는 여자를 지칭하는 말.
일반적으로는 집단에서 소외된 사람을 가리킬 때 쓴다.
어쩌면 왕따.
주인공 찰리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집단생활에 소극적이며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인물이다.
하나뿐이었던 친구의 자살, 사랑하던 이모의 죽음과, 어린 시절 자신도 모르는 채 당한 성폭력은 그를 더욱더 안으로 숨게 만드는 트라우마였다. 월플라워에 불과했던 그의 혜택 (The perks)은 무엇이었을까?
이름 모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는 편지를 통해 생활과 생각 고민 등을 나누며 우울하고 아슬아슬한 시기를 버텨간다. 또한 찰리의 곁에는 친구 샘과 패트릭, 빌 선생님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
친구들의 공감과 우정, 선생님의 안목과 칭찬, 가족의 묵묵한 지지와 사랑은 그를 세상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네가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또 누군가에게 기댈 어깨가 돼준다는 건 훌륭한 일이야. 하지만 기댈 어깨가 필요한 게 아니라 어깨를 둘러줄 팔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할 건데? 구석에 가만히 앉아 너의 인생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앞세우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 그렇게 해선 안된다고. 너도 어떤 행동을 해야 해."
_샘의 말 중
"난 너를 위해 죽을 수는 있지만 너를 위해 살진 않을 거야." 그 말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이고, 그 후에는 타인들과 인생을 공유하기 위해 선택해야 한다는 뜻인 거 같아. 어쩌면 그런 태도가 사람들로 하여금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분명하게는 모르겠어. 내 경우에도 잠깐 동안이라도 '샘을 위해'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거든. 다시 말해, 샘도 내가 그렇게 사는 걸 원치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일일 것 같아. 어쨌든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
_찰리의 편지 중
'참여'와 '행동'이라는 단어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월플라워였던 찰리는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며 행동하고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소외된 삶으로 많은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깨달으며 견고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그래서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였을까.
그런 걸 보면 현재의 우리가 되는 데에는 아주 많은 원인들이 있는 것 같아. 우리들은 그런 원인들에 대해 대부분 전혀 알 수가 없을 거야. 하지만 비록 우리들이 어디에서 태어날 것인가를 선택할 능력은 없다 해도, 태어난 곳에서부터 어디로 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는 있어. 우린 어떤 행동을 선택할 수도 있어. 그리고 우리의 행동에 대해 만족하도록 노력할 수도 있어.
_찰리의 편지 중
하지만 내가 눈물을 흘렸던 건 얼굴 위로 부딪쳐오는 바람을 맞으며 터널 속에 서 있는 것이 바로 나라는 걸 갑자기 깨달았기 때문이었어. 시내를 보든 안 보든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았어. 그것에 대해선 생각도 하질 않았어. 내가 그 터널 속에 서 있었기 때문이야. 내가 그곳에 존재하고 있는 거지. 그것만으로도 영원함을 느끼기엔 충분했거든
_찰리의 편지 중
내가 머무는 곳이 내 자리. 내가 존재하는 곳이 제자리.
이도우 님의 책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나의 마음을 두드린 구절.
나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이 말을 요즘 반복해서 되뇌고 있던 중이었다.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제대로 바라보기. 그곳에 머물러 그 일들을 느끼기. 그리고 그 일들에 있어 자기 자신으로 남아 있기............ 내가 그곳에 존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같은 제목의 영화를 먼저 보았다. 책을 읽으니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의 깊이가 더해진다.
로건 레먼, 엠마 왓슨, 에즈라 밀러 세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그중 패트릭 역, 에즈라 밀러의 개성 있는 외모와 연기는 단연 인상적이었다.
성장의 과정을 겪고 있는 모든 청소년들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며 삶의 순간순간의 선택에서 최선을 다하기를.
후회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를.
자신의 인생을 살며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참여하기를.
그래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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