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책이 출판된 2018년부터 궁금했던 책이다.
당시 도서관 검색대에서 여러 번 자판을 눌러봤지만 매번 대출 중. 대기자도 있어 예약도 포기. 잊고 있었던 책이다.
코로나로 도서관을 가지 않은지 오래였다. 최근 방문하니 충분한 거리두기를 하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제쯤은 대출이 가능할까 검색해보니 그동안 책의 수가 늘어 4권이나 대출 가능이다. 책을 뽑아 들고 자리를 잡았다.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건 내게 자유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것 또한 나라는 걸 내 소중한 사람들이 꼭 알아주면 좋겠다.
속표지 글을 보면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앓고 있는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의 대화를 녹취하여 쓴 글이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나 리얼하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용기내지 못했을 것 같다. 자유로워지려고 나의 속을 보여주는 순간 또 다른 무언가가 나를 옥죄어 버릴 것만 같다. 곱지만 않은 세상의 눈도 두렵다. 그녀의 용기가 대단해 보인다.
굳이 뉴스를 켜거나 포탈 검색을 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우울감과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코로나로 일상이 파괴된 요즘은 정도가 더 하다.
존재 차체로도 힘든 일이 많은데 세상의 기준은 잔인하리만치 높다.
우리는 이상화된 기준에 도달하고자 안간힘을 쓰지만 늘 실패하곤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벌을 내리거나 죄책감을 느끼며 우울해하는 것이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으란다.
업무 능력이 좋으며 싹싹하란다.
착하고 얼굴도 예쁘란다.
식생활을 잘 하고 살도 찌지 말란다.
바쁘게 살고 정리정돈도 잘하란다.
예의도 바르고 인기도 많으란다.
좋은 학교에 가니 장학금도 받으란다.
군대 가니 적응도 잘하란다.
육아도 잘하고 돈도 벌란다.
애초에 어그러진 기준이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 기준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우리는 완벽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게는 될 수 없다.
SNS 상에 올라오는 완벽한 비율의 몸매와 그린 듯한 얼굴. 한 번쯤 가져보고 싶었던 옷과 신발 액세서리들.
낙원에서나 먹을 듯한 비주얼의 음식들과 그림으로만 봤던 해외 유명 장소들.
사람들은 비교하며 우울해진다. 화려함에 감추어진 그들에게도 어두운 면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매일이 즐겁고 행복할 수는 없다.
어느 날 어느 순간은 우울하고, 다른 날 다른 순간은 또 행복하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는 우울한 사람들이다. 너무 호들갑스럽게 반응하지 않으면 좋겠다.
저자의 고백도, 주변의 일들도, 학교나 사회에 부적응한 이들도 다 그럴 수 있는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감기가 걸리면 병원에 가듯이 손 붙잡고 병원 가서 치료받고 필요하면 약도 먹고 덤덤하게 용기를 주면 좋겠다.
너무 높은 이상을 들이밀며 왜 그것도 못하냐고 비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정확히 알고, 소중히 하고, 표현하자.
실수나 실패해도 괜찮고, 하고픈 일에 새롭게 도전도 해 보면서 우울감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해보자.
인생을 큰 문제없이 살아내는 이런 과정을 어려서부터 수학이나 영어보다 더 중요하게 가르치면 좋겠다.
우리 모두의 일이니 말이다.
저자의 치료는 계속되고 있다. 책은 그녀가 완치되며 끝나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뚝딱 우울증이 없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병원에 다니며 자존감을 높이려는 노력, 직장을 다니고 책을 내는 그녀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이 책도 노력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제목의 책 2편에서는 더 이상 병원에 다니지 않아도 되었을까?
저자도, 나도, 나의 소중한 사람들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도 너무 많이 우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울이 고개를 들 때, 너그러운 마음과 웃음으로 털어버리고 행복한 하루를 더 많이 간직했으면 좋겠다.
우울감보다는 행복감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나날들을 보내기를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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