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어린이 책 편집자로 일했었고 지금은 독서교실을 운영한다.
어린이들과 생활하며 경험하고 느낀 생생한 후기이다.
제목처럼 어린이들은 하나의 세계다. 그들만의 독특한 세상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도 그 시절을 지나쳐 왔지만 그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기억이 나지도 않거니와 세상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피어 보지도 못했다'는 표현이 있었다. 글을 쓴 분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틀린 비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삶은 그런 게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은 새싹이 나고 봉우리가 맺치고 꽃이 피고 시드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지나고 보면 그런 단계를 가졌을지 몰라도, 살아 있는 한 모든 순간은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 내 말은 다섯 살 어린이도 나와 같은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p.163)
위의 글을 읽는 순간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살아 있는 한 모든 순간이 똑같은 가치를 지니듯, 어린이도 청소년도 어른도 모두 동일한 인격체라는 것.
다수자던 소수자던 누구 하나 소홀히 대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 모두를 존중하고 대접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각자의 세상에는 비밀스럽게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 있다.
아동을 놀리기 좋은 상대로 바라보고, 울리고 싶어 하며, 감상하며 즐거워하는 태도를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TV 프로그램에서 조차도 말이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보듬어주고 교육하고 지켜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을 나보다 약하고 부족하며 한 수 아래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어른은 미숙하다.
나 역시도 매일의 삶 속에서 어린이들을 만난다.
한 존재 한 존재를 얼마나 존중하며 대하고 바라봤는지, 나는 미숙한 어른이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들만의 세계를 존중하고 느긋한 어른이 되도록 기다려주며 나 또한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야겠다.
책 말미에 <내가 바라는 어린이날>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참신하다.
어린이들에게는 서운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린이날이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날에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어린이가 '해방된 존재'가 맞는지 점검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방된 사람들답게 자유로운지, 안전한지, 평등한지, 권리를 알고 있으며 보장받고 있는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점검하고 잘못된 것을 고쳐 나가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린이날은 지금보다 훨씬 거창한 하루가 되어야 한다. (p.239)
이런 하루를 위해 작가가 제시한 예들은 훌륭하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잘 정리해 실행해도 좋을 것 같다.
그 시작은 어린이날 어린이들 가슴에 달릴 커다란 새싹 모양 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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