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를 나와 화성행궁으로 천천히 걸었다.
수줍은 노을과 불을 밝힌 카페의 조명이 한껏 분위기를 잡아주었다.
오늘은 성곽길을 걸으며 걷는 산책이 아니라 화성행궁 안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화성행궁 야간개장
달빛 정담
입장을 위해 표를 구입했다. (어른 1,500)
행궁 정문인 신풍루로 입장하면 화려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거대한 문구가 반갑게 환영해 준다.
타이틀 그대로 달빛 아래서 정답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추억을 만들기 딱 좋은 장소였다.
카톡 프로필 혹은 인스타에 많이 올린다는 그 유명한 달 모형을 실물로 만났다.
사진 찍기 이른 감이 있었지만 달 앞에서 한껏 뛰어오르며 추억을 남기는 팀도 보였다.
좌익문으로 보이는 중앙문, 그 뒤에 봉수당까지 일직선으로 잡히는 그림이 환상적이다.
멀리서 보니, 회갑연이라도 열리는 듯 훤히 불을 밝힌 봉수당의 모습이 살아있는 듯 느껴졌다.
실제 혜경궁 홍 씨의 회갑연이 열렸던 봉수당은 화성행궁의 가장 주된 건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낮에 보았던 건물의 모습과 다르게, 밤의 그것이 더 환하고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행궁 뒤쪽으로 가니 우거진 소나무 숲 속을 밝히는 청사초롱이 환하다.
길을 따라 미로한정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 보았다.
'장래 늙어서 한가하게 쉴 정자'라는 의미의 이곳은 정조의 뜻이 담겨있는 곳이다.
지난번 왔을 때 정자에 앉아 한눈에 보이는 행궁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청년 두 명이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행궁 옆, 정조의 어진이 모셔진 화령전으로 가보았다.
이곳은 축제의 중심인 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정조의 어진을 모신 전각인 운한각.
불에 사로잡힌 듯한 건물과 그 안 정조대왕의 초상화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운한각과 복도로 이어진 이안청은 화재나 홍수 등 피해가 있을 때 어진을 옮길 수 있도록 만든 건물이다.
이 모두가 우리나라 보물 2035이다.
별이 쏟아져 내릴 듯한 하늘과 그 아래 근사하게 서있는 보물이 너무 아름답다.
산 정상에 작게 보이는 서장대는 서울의 남산타워처럼 어디서든 보인다.
반대로 이곳에 올라서면 사방이 탁 트여 아래로 지나가는 짐승 한 마리도 놓치지 않을 것 같다.
불을 밝힌 토끼 몇 마리가 어색하게 있었는데 포토존인가 보다. 이 사진을 보니 화령전을 지키는 수문장 같다.
하늘의 색이 점점 달라진다. 실제 보는 것과 폰 카메라에 담기는 색이 다른 시간이 있다. 신기하다.
완전히 어둠이 내리고 행궁을 빠져나올 때, 달 모형은 진짜 달이 되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절로 행복해졌다.
신풍루를 빠져나오니 광장의 모습도 매력적이다.
팔달산 정상에서 훤하게 불을 밝힌 서장대는 우리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격려하고 있는 듯하다.
마침 아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얼마만인가! 야외지만 스피커 폰을 켜고 남편과 함께 반가운 목소리를 들었다.
비어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조금 더 통화를 했다.
바뀐 보직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건강하다고, 백신 맞고 휴식 중이라는 아들의 목소리는 편안하게 들렸다.
상사, 동기, 후임들과도 잘 지내고 있는 듯 보였다. 무엇보다 7월 중 첫 휴가 소식도 전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의 금요일 밤은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날이 되었다.
진미통닭
수원 통닭 거리
배가 고픈지도 모르고 다녔다. 오늘 야식은 통닭이다. 가마솥에 튀긴 푸짐한 옛날통닭!
거리에 야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카페거리만 유명한 게 아니었다.
후라이드 한 마리가 담긴 닭 포장을 남편이 조심스레 들었다. 코를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가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평일, 퇴근 후, 야경을 보기엔 이 시간이 골든 타임이다.
행궁과 화령전의 품격 있는 모습과 어우러진 불빛, 청사초롱 밝혀진 송림과 그 안의 정자,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색과 느낌, 축제 이름을 빌려 꾸며진 소품과 이벤트들 그리고 화룡점정 반가운 아들의 소식.
바삭거리는 고소한 통닭과 음료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은 밤을 새워도 좋겠다란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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