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견딜만한 7월의 더위. 

오후부터 뒤늦은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예정되어 아침부터 잔뜩 흐리다.

 

선선하게 느껴지는 아침 공기와 드러나지 않을 낯의 강한 햇살. 

오늘은 한참 돌아다녀도 좋겠단 생각으로 고궁 산책을 나섰다. 

 

 

 

경복궁

 

 

 

 

광화문

 

무허가 대규모 집회를 막기 위해 수십대의 경찰버스가 차벽을 세우고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고, 많은 경찰인력들이 동원되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숨 가쁘게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늘어나는 확진자 수는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당분간 대규모 집회는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안쪽으로 보이는 흥례문, 근정문, 그리고 근정전.

얼마 전 보았던 화성행궁과는 규모가 다르다. 역시 궁궐 중 으뜸이다.

 

1395년 창건되어 1592 임진왜란으로 전소된 후, 270년 만에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중건되었고,

또다시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의해 훼손된 후, 90% 이상의 전각이 헐리는 비극을 맞이했던 역사의 현장.

1990년부터 추진된 복원 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흥례문

 

광화문으로 입장 후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했다. (대인 3,000)

소독제의 펌프를 손으로 만지는 게 신경 쓰였는데 '발꾹 손소독기' 좋은 아이디어다.

흥례문에서 표를 내고 입장!

 

 

 

 

 

근정문과 근정전

 

근정전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 근정문.

고궁의 지붕 위에서 악귀를 막아주는 잡상들처럼, 움직임 하나 없이 서있는 호위무사들의 존재가 분위기를 한층 경건하게 만들어 주었다.

 

 

 

드디어 나타난 근정전.

왕의 즉위식이나 국가의 공식행사를 치르던 곳이기도 했던 이곳은 경복궁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북악산 보다 거대해 보이는 이 건물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왕좌 뒤에 있는 일월오봉도가 왕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측면으로 이동해 천장을 올려다보니 일곱 발톱을 가진 칠조룡 두 마리가 번쩍거리며 내려다보고 있다. 

아무도 왕을 해칠 수 없다는 듯이.

 

 

 

왕의 자리에서 내려다보면 어떨까? 뒤를 돌아 시야를 아래로 향해 보았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당과 궁궐 밖 거리 풍경까지..... 왕의 위치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위치이다.

 

 

 

흐린 하늘과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근정전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사정문과 사정전

 

왕이 업무를 처리하며 국정운영을 했던 곳. 미니 근정전 느낌이랄까.

역시 왕의 자리. 일월오봉도가 배경이다. 

 

 

 

 

강녕전

 

왕이 독서와 휴식 등 일상생활을 했던 곳 강녕전.

고단한 업무 후 쉼을 얻거나 신료들과 편안하게 국정을 논의하기도 하는 등, 한 박자 긴장을 늦출 수 있는 공간은 왕도 필요했을 것이다. 

 

 

 

 

양의문과 교태전

 

담벼락부터 분위기가 화려했던 교태전은 왕비의 침전이다. 

평생 궁안에서 살아야 했던 중전과 궁녀들의 마음을 헤아려 마련한 아름다운 장소.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들에 반해서 우리도 오래 머물렀으니, 당시 선조들의 마음씀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 듯하다. 희미하지만 마루 뒤쪽 열린 문으로 아미산 정원도 보인다.

 

 

 

 

 

아미산 정원과 굴뚝

 

교태전 뒤뜰에는 아름다운 계단식 화단, 아미산이 있다.

이 정원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국보이기도 한 4개의 굴뚝이다.

 

 

 

6 각형 모양의 연한 주황 굴뚝 몸체에 다양하게 장식된 동식물 무늬들은 각각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하며 만들었을 정성과 정교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교태전에서 뜰을 바라보며, 혹은 거닐며 힐링했을 옛 여인들의 미소와 안도감이 느껴지는 장소이다.

 

 

 

 

자경전 꽃담과 굴뚝

 

자경전은 흥선대원군이 고종의 양모인 조대비를 위해 지은 건물이다.

교태전과 마찬가지로 이곳 담벼락 역시 화려하고 색다르다.

예쁜 벽을 장식한 무늬들은 정교하고 정성스러웠고 색감도 화려했다. 꽃담이라 불릴만하다.

 

 

 

뒷담의 한 면을 돌출시켜 만든 십장생 굴뚝은 난생처음 보는 굴뚝이었다.

한가운데 십장생 문양을 구워 박아 넣고, 위아래로 학과 불가사리 그리고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상 등을 배치하여 악귀를 막고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역시 아미산 굴뚝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보물이다.

선조의 지혜와 예술적 재능 그리고 정성의 합작품인 것 같다.

 

 

 

 

 

건청궁

 

공사 중인 향원정을 지나 경복궁의 가장 북쪽에 있는 건청궁으로 들어가 봤다.

왕의 처소 장안당, 왕비의 처소 곤녕합과 옥호루로 이루어져 있다. 

 

 

 

병풍처럼 그려져 있는 일월오봉도가 왕의 처소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 준다.

고종이 머물렀던 왕의 처소 장안당.

 

 

 

명성왕후의 처소 곤녕합과 옥호루이다. 을미사변 때 명성왕후가 살해된 비극의 장소가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사실을 알고 보니 더 쓸쓸해 보인다.

 

 

 

 

집옥채

 

독특해 보이는 이 건물은 서재와 외국 사신 접견장소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전통양식에 중국풍을 가미하여 만든 이국적 건물이다.

 

 

 

 

신무문

 

경복궁의 북문 신무문.  그 사이로 보이는 청와대가 신기했다.

왕이 살았던 경복궁, 대통령이 살고 있는 청와대.

끝과 시작을 마주하며 서로 밀고 끌고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묘해졌다.

 

광화문부터 직선 길이로 끝까지 다 둘러보았다. 물론 구석구석 놓친 곳들이 있지만.

늘 근정전과 경회루를 보고 나면 만족하며 돌아가기 일쑤였는데, 여유롭게 끝까지 다다르고 보니 어느 하나 놓칠 것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었다.

 

광화문으로 되돌아가는 길 경회루 쪽으로 향했다.

 

 

 

 

경회루

 

왕이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거나 외국 사신을 접대했던 곳이다.

신무문 쪽에서 걸어 나오다 보니 경회루로 출입할 수 있는 문이 세 군데나 있었다. 

 

 

 

남편이 폰 카메라 파노라마 기능으로 경회루의 모습을 한눈에 담았다.

고요하고 잔잔하게 빛나는 연못 위에 고상하게 떠 있는 경회루의 모습은 산과 나무 고궁의 지붕들과 어우러져 너무 아름다웠다. 

 

 

 

 

수정전

 

경회루 앞으로 위치한 수정전. 세종 때 한글 창제의 산실인 집현전이 있던 곳이다.

궁궐 내에 설치된 관청을 궐내각사라 칭하는데 그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물이라고 한다.

이 건물 앞쪽에 밀집되어 있던 궐내각사들은 '조선물산 공진회'를 개최하며 일본에 의해 대부분 철거되었다.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중건될 당시에 500여 동의 건물들이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웅장하고 거대했을까.

그리고 아름다웠을까. 조선의 위상과 왕의 위엄을 소망하며 얼마나 벅찬 마음을 가졌을까.

나에겐 충분히 아름답고 대단했던 오늘의 경복궁으로 감히 상상을 해본다.

 

 

 

고궁은 쓸쓸하고 흐린 날과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여유 있게 둘러보았다고는 하지만 건물 하나, 기둥 하나, 장식 하나, 나무 하나, 조각 하나, 돌 하나가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다 알 수는 없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장소. 고궁이 주는 매력이다. 

 

 

다음 일정은 간단한 식사 후, 근처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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