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견디는 시간
이윤주
삼십 대가 쓰고 삼십 대가 읽는 <나의 서른에게 시리즈> 중 1편이다.
삼십 대가 아니라 살짝 민망하지만 읽어보았다.
커버의 은은한 느낌, 가볍게 잡히는 책 크기와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가 사랑스럽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견디고 버텨야 하는 하는 일이라는 건 삼십 대도 마찬가지.
그녀의 나를 견디는 시간 안에는 책과 글쓰기가 있다.
아픈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정확히는, 아픈데 내가 아픈 것을 아는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_이윤주 <나를 견디는 시간> 중
권정생의 소설 <몽실 언니>를,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를, 제임스 설터의 단편 <어젯밤>을, 페르난두 페소아의 소설 <불안의 서> 등을 읽으며 위로와 힘을 얻는다는 그녀. 역시 국문학도다. 소개된 책 중 <몽실언니> 외에는 낯설다.
찾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삼십의 문턱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두 아이의 엄마.
그 시절을 어찌 견뎠을까 잘 모르겠다. 하루하루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잘도 견뎌냈다.
나만의 비밀스러운 시간들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소중한 책, 장 그르니에의 <섬>이 생각났다.
내가 인간의 삶을 일종의 광기로 생각하고 이 세상을 티끌 하나 남김없이 사라지는 한 줄기 수증기라고 생각했던 그때, 그 쓰잘 데 없는 주제(고양이)에 대해 심각하게 연구하는 것보다 더욱 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일은 하나도 없었다. 이러한 연구는 우리를 살아가게 해 주고 헛되이 나마 오래 살도록 도와준다.
앞으로 다가오는 나날을 어떻게 해서든 견디어내고 싶다면, 그 어떤 것이건 하나의 대상에 다만 몇 시간이라도 열중해 보라. 아마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으리라.
알고 보면 우리가 배우는 그 수많은 것들은 모두 무시해 버려도 좋을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 끝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인내의 놀이'를 배운다는 것은 결코 그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장 그르니에 <섬> 중
이 블로그 제목은 책 <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를 견디는 시간에 하는 인내의 놀이________________.
서른이던 그렇지 않던, 저자의 <나를 견디는 시간>들을 엿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작가의 솔직하고 진정성이 엿보이는 글을 읽으며 공감했다. 좋은 느낌으로 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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