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행사 관계로 1층 서가를 구경하지 못했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리라 작정하고 온 길이다.

 

 

 

 

노들 서가

 

 

한강 위 작은 섬 북카페, 정말 낭만적이다. 

 

 

 

 

 

2층 입구로 들어서면 한쪽에 카페 B o o o C 이 있다. B와 C 사이 [ooo].

사이에 놓인 소중한 것들을 잃지 말자는 의미인가? 카페 이름 붘(booc)이 서가의 북(book)과 어울리며 재미나다.

 

 

 

 

체온을 재고, QR 체크를 하니 놀이공원 마냥 프리패스 종이 팔찌를 채워 준다.

손 소독을 하고 서가로 입장하면 작가들이 추천하는 책들을 모아놓은 코너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일상작가의 서재

책갈피처럼 사이에 꽂혀있는 카드에는 추천작가들의 짧은 서평이 쓰여 있다.

지난번 이곳에서 로맹 가리의 좋은 책 한 권을 소개받았었다.

 

 

 

 

곳곳에 앉을자리가 있어 차와 책을 즐길 수 있는 2층은, 지난번 한 예술가의 그림 전시가 있었을 때보다 여유로워 보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갔다.

식물원에 온 듯 키가 큰 나무 몇 그루가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고, 책뿐 아니라 다양한 전시들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꿈꾸는 별책방

책 모양 갈색 상자에 넣어 포장된 책은 날짜 순으로 갈무리되어 있었는데 생일이 같은 작가의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코너였다. 

 

내 생일과 같은 날 태어난 작가가 없는 건지, 책이 팔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날의 책이 없어 아쉬웠다.

딸의 생일이 쓰여있는 상자가 눈에 띄어 꺼내보니 <Blind Date With a Book>이라고 쓰여있을 뿐, 작가의 나이도 성별도 알 수 없었다. 

 

책과의 블라인드 데이트. 정말 멋지다. 

 

<꿈꾸는 별 책방>을 검색해 보니 광명에 있는 한 독립서점이다.

그곳에는 나와 생일이 같은 작가의 책이 있을지 궁금했다. 

 

 

 

 

한장책

또 하나의 이벤트 한장책.

종이 한 장에 노래 가사가 새겨진 스탬프를 찍어 시나 운문을 만들어 보는 코너였다. 

완성 후, 책 모양으로 접어 카운터에 가지고 가면 선물도 준다고 한다. 우리는 스탬프 몇 개를 찍어 기념품으로 가져왔다.

 

 

 

 

예전에는 스탬프 없이 오롯이 글로 나만의 책을 만들었나 보다.

방문객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책들은 인테리어에도 성공적 이어 보였다.

 

 

 

 

모레책

책문화를 생산하는 이들이 생각하고 그려왔던 이야기들이 한 뼘 작은 종이에 쓰여 있었고, 그중 마음에 드는 것들을 모아 나만의 위시 리스트로 만드는 이벤트다. 

<마음산책>, <그림책 공작소> 같은 익숙한 출판사들의 메시지도 있었고, <단추>, <파란 자전거>, <리타의 테이블>등 낯선 이름도 많았다.

 

그중 블라인드 데이트 북을 판매하는 <꿈꾸는 별 책방>의 한 뼘 종이가 나의 모레책 첫 페이지다.

 

♥ 우연히 만나,

♥ 더 특별해질 수 있는

♥ 인연이 있다고.

 

 

 

 

각 코너마다 다양한 출판사들의 대표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구입도 가능했다.

몇 권 사고 싶은 책들도 눈에 띄었지만 오늘은 책과 원 없이 놀았던 것으로 만족했다.

 

 

 

 

노들 버스커

음악의 섬 노들에서는 인디 뮤지션들에게 버스킹 무대와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버스킹 장면들을 서가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메모지에 적어 벽면에 겹으로 빼곡히 붙여놓은 걸 보고, 나의 가장 사랑하는 곡들을 적어 흔적을 남겼다.

 

 

 

 

비마이비

"당신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나의 일상을 브랜드 관점으로 바라보며 카드를 골라, 뒷 면 OR 코드로 자세히 알아보고 나만의 브랜드 관점을 알아볼 수 있는 코너였다.

 

카드가 예뻐 골고루 모아 가지다 보니 꽤 집어 들게 되었다. 

 

 

 

 

홀처럼 넓은 1층 한 공간에는 소원을 비는 돌탑 위에 올라간 소원초가 전시되어 있었고, 그 앞으로 철제 의자 여러 개가 편하게 놓여있었다. 위에 올려진 둥근 방석이 예뻐 보여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주문을 위해 카페로 올라갔다.

 

 

 

 

호주식 카푸치노가 있었는데 맛이 부드럽고 향이 진한 커피라고 한다.

남편은 호주식, 나는 바닐라라테를 주문했다.

 

 

 

 

코코아 파우더가 올라간 쪽이 호주식 카푸치노다.

거품 위에 하얀 하트나 동그라미만 만들 수 있는 나로서는 가느다란 선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다.

 

 

 

 

분홍 의자를 테이블 삼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이것저것 기념품들이 담긴 작은 손가방에서 내가 만든 모레책을 꺼내 한 장씩 넘기며 읽어보니, 책 한 권으로 충분하게 느껴졌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공간이었고, 다시 와도 매번 새로울 것 같은 장소다.  

 

 

 

 

 

 

 

 

 

 

일정 기간 메시지를 전하는 팝업창, 펼치면 입체모형이 일어서는 팝업북, 깜짝 세일 등의 팝업스토어는 경험해 보았지만 팝업 식당은 처음이다.

노들섬 몇 개의 식당 중 '잘 먹고 잘 사는 방식을 제안하는 팝업 식당' 엔테이블을 다녀왔다.

달마다 혹은 계절마다 주방을 책임지는 파트너가 바뀌고 고객들은 색다른 메뉴를 같은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참신하고 재미나다. 

 

 

 

 

& Table

엔 테이블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겨울보양식 & Table>이었다.

팝업 식당이 차려질 때마다 인테리어와 소품들도 바꾸는 듯했는데 그 부지런함도 놀라울 따름이다.

 

 

 

 

 

오늘의 메뉴 소고기탕, 삼계탕, 삼계죽은 능이버섯과의 궁합으로 특별함이 느껴졌다.

몇 가지 전통음료와 소다도 주문 가능했다.

 

 

 

 

 

잔잔히 흐르는 한강과 한강철교가 내다보이는 창가에는 2인석 테이블, 중앙에는 4인석 테이블들이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오픈된 주방 뒤쪽으로는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도 놓여있었다. 

 

 

 

 

 

창가 자리를 예약한 덕에, 한강 위에 설치된 달빛 노들과 한강철교 뒤로 63 빌딩, IFC몰, 쌍둥이 빌딩이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360도 회전하며 최고의 View를 볼 수 있다는 N서울타워 레스토랑이나, 63 빌딩의 높은 층에 자리 잡은 뷰 맛집 고급 식당들이 부럽지 않았다.

 

 

 

 

 

과하지 않게 장식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고, 무료 간행물인 월간 매거진<& TABLE>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자부심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식당이 좋아 보였다.

 

 

 

 

 

고기, 파스타, 이국적인 음식 심지어 밀키트까지 선보였다고 하는데 오늘은 익숙한 음식이다. 

 

 

 

 

이런 뷰에 조금은 특별한 음식이어도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음식을 받고 보니 정말 만족스러웠다.

나는 흑미찹쌀이 담긴 삼계죽을, 남편은 국물에 밥을 말아먹을 수 있는 탕을 선택했다.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닭은 쫄깃하니 정말 담백했다. 넉넉히 들어있는 능이버섯은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입안에서 똑똑 터지는 식감의 흑미 찹쌀은 고소함을 더했다.

 

 

 

 

 

탕국물을 한 수저 떠 먹어 보니 간이 적당하고 맛있었다.

 

 

내일로 마감인 이번 팝업 후 그들의 다음 테이블이 궁금해졌다. 날이 따스해지고 먹고 싶은 메뉴가 차려지면 또 오기로 하고 식당을 나와 노들서가로 향했다.

 

 

인도 커리 & Table 

내가 기다리는 식당의 간판이다.

 

 

 

 

 

 

설날 앞으로 주말이 있어 여유로운 연휴다.

추운 겨울바람이 걱정되었지만, 한낮에는 다닐만하겠다 싶어 고궁 나들이에 나섰다.

 

오늘은 두해 전 단풍구경을 갔었던 창경궁이다.

 

 

 

 

창경궁

 

홍화문

월요일 휴무인 고궁은 연휴기간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이른 시간이지만 궁을 찾은 관람객들도 꽤 있었다.

서울대학교 병원 앞에 자리한 중층의 홍화문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옥천교

옥천교 너머로 명정문과 명정전이 한눈에 보였다.

궁궐에 남아있는 다리 중 원형이 잘 보존되어 보물이기도 한 옥천교 아래로는 물이 얼어 눈이 쌓인 것처럼 보였다.

 

 

 

 

명정전

명정문을 통과하니 조정에 놓인 품계석이 종렬을 맞추고 있었고, 오랜 세월을 지나 온 창경궁의 정전이 품위 있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명정전은 현존하는 조선의 정전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오래된 건물답게 명정전 내부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천장 중앙을 올려다보니 경복궁과 덕수궁 정전에서 보았던 용 장식 대신 아름다운 한쌍의 봉황을 볼 수 있었는데 한결 부드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명정전 양 옆에는 커다란 청동그릇이 소화기처럼 놓여 있었다.

 

 

 

 

 

 

 

 

숭문당

명정전 뒤 좌측으로, 성균관 유생을 접견하기도 시험하기도 했다는 숭문당이 있었는데 '문을 숭상한다'는 의미의 이곳이 어쩐지 애잔하게 보였다.

 

 

 

 

함인정

몇 개의 전각들을 둘러보다 정자처럼 생긴 건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함인정은 국왕이 신하를 만나거나 경연을 하기도 했던 곳이다. 동궐도에는 지금과 달리 삼면이 막혀 있다고 한다. 

 

 

 

 

함인정 내부

함인정 사면에는 사계절을 노래한 시인 도연명의 사시(四時)가 걸려있다. 

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 주인공 진솔과 건이 밤의 궁 데이트에서 머물렀던 공간이 바로 이곳이었다.

 

옆에서 찰칵~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건이 라이터를 켜 정자 내부에 걸린 현판을 비춰보는 중이었다. 동서남북 방향으로 네 개의 현판이 라이터 불빛 속에 차례로 드러났다. 다섯 글자씩 새겨진 한문을 그가 중얼거리듯 읽어나갔다.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    봄비에 연못의 물은 가득하고 
夏雲多奇峯(하운다기봉)    여름엔 구름이 봉우리를 만든다.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    가을 달빛은 휘황하게 빛나고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겨울 고개엔 외로운 소나무가 우뚝하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_이도우>

 

실제 존재하는 장소를 콕 집어주는 소설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은 듯하다. 그런 이유에서 인지 모르겠지만,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 장소를 찾아가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도우 님의 이 소설은 서울 도심의 곳곳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 "겨울 고개에는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나도다"

 

옛 시인의 노래처럼, 한 겨울 고궁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소나무였다.

둥치가 굵은 고송들은 제각각 다른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었고, 나무마다 조금씩 다른 색의 거칠고 굵은 껍질을 입고 있었다.

 

 

 

 

마르고 황량한 겨울나무 사이, 초록의 빛을 잃지 않고 강건하게 서 있는 소나무들은 고궁과 어우러지며 황홀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내고 있었다.

 

 

 

 

통명전

내전 깊숙한 곳 남향으로는 통명전과 양화당이 나란히 서 있었다.

왕비의 침전인 통명전은 마당에 깔린 박석 때문인지 정전 느낌이 나며 여느 내전과는 달라 보였다. 지난번 방문 시 이곳 기단 위에서 국악음악회가 열렸던 것이 기억났다.

 

 

 

 

통명전 연지

뒤뜰 샘이 넘쳐 마당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건물 서쪽에 연지라는 연못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침전 옆 연못도 독특했다. 

 

 

 

 

경춘전

정조가 태어나기도, 혜경궁 홍 씨가 승하하기도 했다는 경춘전.

사도세자가 정조를 낳기 전에 용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벽에 용 그림을 그려 두었다고 하는데 내부는 볼 수 없었다.

 

건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북쪽에 위치한 전각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그곳은 경춘전이었고 뒤로는 상록수들이 담장까지 빽빽이 들어서 작은 숲을 이루고 있었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_이도우>

 

경춘전 뒤쪽 숲 너머에는 창덕궁 후원으로 통하는 길이 연결되어 있다.

 

 

 

 

춘당지

어느 해 가을, 환상적이었던 단풍이 연못 주위에서 반짝였던 춘당지 쪽으로 걸었다.

겨울의 춘당지는 추위에 얼어 있었고, 화려했던 주변 나무들은 휑하고 쓸쓸했다.

 

 

 

 

관덕정

대온실 쪽으로 걸어가다 언덕 위에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 궁금해 올라가 보니 활쏘기나 말타기 연습 등을 했던 곳이다.

언덕 위에서 하얀 온실 건물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따뜻한 온실 안을 구경하고 출구로 내려오던 중 회화나무 몇 그루를 발견했다. 그중 선인문 근처의 하나는 심하게 뒤틀리고 껍질이 갈라져 속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뒤주에 갇혀 죽어간 사도세자의 비극을 지켜보았던 이 나무는 안타까운 죽음에 괴로워하며 온 몸으로 함께 고통을 나누었나 보다. 생명을 가진 나무는 위대하다.

 

 

 

사도세자의 비극을 떠올리며 고궁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은 겨울 답지 않게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졌고 가볍게 운동한 느낌도 들어 상쾌했다. 

 

22년 첫 달의 마지막 날을 의미 있게 보낸 것 같아 뿌듯했고, 설날로 시작되는 2월도 최선을 다해 살아갈 에너지가 충전된 느낌이 들었다.

 

 

 

 

 

 

 

 

 

 

연이틀 대학로를 찾았다.

달달한 초콜릿을 아예 안 먹으면 몰라도 하나 먹으면 자꾸 손이 가는 것처럼, 오래 잊고 있었던 연극을 하나 보니 그 매력에 이끌려 또 찾게 된다. 오늘도 유료주차장에 종일 주차를 신청해 두고 낙산공원 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허름하고 인적이 드문 거리는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소박하고 정겹다.

 

 

 

 

흐렸던 하늘은 점차 여린 하늘빛을 띄었고, 벽화 마을답게 건물 벽 군데군데 칠해진 선명한 페인트의 색은 거리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공원 쪽으로는 계단으로도 성곽길로도 올라갈 수 있다.

천천히 오르다 보니 벽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천사 날개가 파란색의 벽에 그려져 있었다. 옆으로 주택들이 많았는데 눈이 많이 오면 어떻게 다닐까 걱정스러웠다.

 

 

 

 

지난해 낙산 공원 가는 길에 들렸던 개뿔 카페는 갤러리 카페로 바뀌어 있었다.

7,000원 음료 교환권을 구입하면 음료는 물론, 연결된 모든 박물관 관람이 가능했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 카페라기에는 박물관 느낌이 더 난다고, 이곳에서 커피만 마시기는 아깝다고 생각했었는데 주인장의 부지런함과 아이디어가 결실을 맺은 듯하다.

 

 

 

 

낙산공원 조망지점까지 올라가 숨을 한번 가다듬고 대학로 쪽으로 내려왔다. 차가운 아침의 바람과 공기가 상쾌했다.

 

 

 

 

 

생일에 받았던 모바일 쿠폰을 쓰기로 하고 들어간 스타벅스.

공간은 작았지만 3층으로 올린 건물이라 앉을만한 자리가 꽤 있었고, 우리는 대학로 거리가 내려다 보이는 2층 통유리 창 곁에 자리를 잡았다.

 

어느새 겨울이 지나가고 있는지 두꺼운 외투를 벗어 들거나, 얇은 겉옷을 입은 젊은이들이 명랑하게 지나다녔다.

그들의 웃음이, 서투름이 참 보기 좋다 라는 생각을 하며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뷰티풀 라이프

JTN 아트홀 4관

 

어제오늘 간 극장은 소극장이 아니다. 단독 건물을 사용하고 한 건물에 여래 개의 공연장이 있어 마치 영화관을 방불케 한다. 1층에는 감각적인 외관의 카페도 있다. 

 

 

 

 

표를 사기 위해, 혹은 입장을 위해 좁은 골목에 서서 한참 줄을 섰던 풍경 대신, 넓은 Ticket Box에서 예매한 표를 교환하고 준비된 의자에 앉아 대기할 수 있었다. 

지난주 끝난 공연, <바람이 불어오는 곳> 포스터가 아직 화면에 걸려 있었다.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를 제일 앞 열에서 부담스럽게 보고도, 오늘 볼 연극도 1열 중간으로 예매한 우리가 우스웠다.

 

 

 

 

오늘의 캐스팅은 정경식, 김효진 배우다.

 

 

 

 

4관 구석 대기실에 마련된 포토존이다. 연극의 한 배경이라고 해서 사진을 남겼다. 실제 무대의 대포집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세심한 배려와 이벤트에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연극이 끝난 후, 무대에 밤이 내려앉았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청춘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수많은 사연을 겪으며 그 사랑을 지켜내고 노년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재미있게도 감동적으로도 그린 연극이다.

 

 

 

 

 

오해와 이별, 서운함과 다툼, 위기와 시련이 반복되지만 그 인생을 추억하며 따뜻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통스러운 삶이었지만 아름다운 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랑의 기억, 사랑의 추억, 모든 시련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사랑의 힘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후, 배우들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일인 다역을 열심히 소화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젊은 두 배우가 20대부터 70대까지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큰 웃음도 잔잔한 감동의 눈물도 준 연극.

Beautiful Life.

 

 

 

 

 

 

 

 

매해 연말, 하나의 공연으로 한 해를 잘 살았다는 상을 주곤 했던 일이 코로나로 두어 해 어려웠었다.

여전히 폭발하는 확진자 속에서 사람들은 살 길을 찾고 있었고 공연계 또한 다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공연 관람을 위해 대학로를 찾았다.

 

 

 

대학로

 

늘 무엇에 홀린 듯 멈춰, 고 김광석을 추억하게 되는 학전 소극장엔 오늘도 어린이 연극 포스터가 내걸려 있었다.

 

 

 

 

마로니에 공원에는 대형 트리가 아직 남아있어 반가웠다.

늦은 감이 들었지만, 트리 앞 빨간 조끼와 같은 색 모자를 쓴 눈사람 사이 벤치에서 사진도 찍었다.

밤이면 불을 밝힐 라이트 박스에는 힘들게 한 해를 보낸 시민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들이 새겨져 있었다. 

 

 

 

 

 

공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이화장으로 향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사저인 이곳은 그의 동상과 역사자료, 사용했던 유품 등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2022년까지 예정된 안전시설 설치공사와 전시관 신축공사로 입장할 수는 없었다. 

 

 

 

 

 

아이띵소 아카이브

ithinkso Archive

 

 

여느 Cafe와 다른 분위기에 소심하게 문을 열고 들어간 이곳은 지하는 전시장, 1층은 카페, 2층은 가방 등을 전시 판매하고 있는 쇼룸이었다. 

 

 

 

 

좌석은 창가 자리뿐이었고 커피머신에서 추출되는 단출한 메뉴는 Cafe라고 하기에는 어색했지만, 은은한 색감의 원목과 여유롭게 꽂혀있는 책들, 곳곳에 놓인 푸른 식물들과 다양한 소품들의 조화는 여유로운 정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책, 향초, 액세서리 등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는데 모든 것이 아기자기했고, 해외여행 시 신비로운 소품샵을 방문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연신 감탄하며 둘러보았고, 남편은 폰카메라를 부지런히 눌렀다.

 

 

 

 

친절한 직원분 덕에 건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전시가 열릴 때는 지하 1층도 관람 가능하지만 오늘은 전시가 없는 날이었다. 2층 쇼룸으로 올라가 보았다.

 

 

 

 

편안하게 샘플들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심플한 디자인의 가방과 파우치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었다. 가방을 들어보고 메 보기도 하니 세련돼 보였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커피는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3,000원이었고 우리는 단 하나의 창가 자리에 운 좋게 앉을 수 있었다.

 

 

 

 

밖으로 방송통신대학교의 붉은 건물과, 안으로 초록 정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라테의 맛이 무척 좋았다.

연극 공연에 앞서 좋은 전시를 본 느낌이 들었다.

 

 

 

 

 

늘근 도둑 이야기

 

유니플렉스 극장 3관

 

 

오늘의 하이라이트 연극 관람이다. 

박철민 배우의 연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대가 되었다.

 

 

 

 

2열이 제일 앞자리다. 이 연극의 앞자리 관객은 각오를 해야 했다. 배우들은 공연 중 수없이 눈을 마주치며 관객의 호응과 참여를 이끌었다. 다행히 젊고 발랄해 보이는 사람들이 양 옆으로 많이 있어 우리는 부담스러운 참여는 피해 갈 수 있었다. 무대가 한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연극은 앞자리에서 보는 묘미가 있다.

 

 

 

대통령 취임 특사로 감옥에서 풀려난 더 늙은 도둑(노진원)과 덜 늙은 도둑(박철민)이 노후 대비 마지막 한 탕을 하다 붙잡혀 수사관(이호연)에게 조사받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극이다.

 

큰 줄거리 없이 배우들의 대사와 애드리브 그리고 관객의 참여로 이루어진 연극은 배우들의 열정과 연기력이 정말 대단했다. 오랜만에 배꼽이 아플 정도로 웃어봤다. 

 

대사에 나오는 정치 풍자와 사회적 이슈 등은 유쾌함을 가릴 정도의 진지함보다는 스치듯 지나가며 잊지 않게 기억을 더듬어 주었다. 생각해 보니 코미디 장르에 그 정도가 최선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연극을 보니 잊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또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내친김에 내일 다시 대학로를 방문하기로 했다. 

 

예매한 연극은 뷰티플 라이프다.

 

 

 

 

 

 

 

 

문학동네

 

 

 

 

 

지난해, 최은영 작가의 장편을 한 서점에서 발견하고 꼭 읽어야지 했었다. 집 책꽂이에서 꺼낸 책도, 중고서점을 헤매다 구한 책도, 도서관 바코드가 붙은 책도 아닌 새 책으로 만나게 되어 너무 좋았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 마음이 아리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의 감정을 묘하게 휘감아 울리는 감동이 있다.

판타지도 로맨스도 추리극도 자극적인 내용도 아닌데, 읽는 내내 빠져들었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현재까지 이어져 온 100년의 세월 속에서 고조할머니, 증조할머니,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에게까지 이어지는 그 서사는 눈물겹게 애틋하고 슬프다.

 

나의 경우 고조할머니와 증조할머니의 낡은 흑백사진을 본 적도,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어린 시절 강화도에 가면 걸어서 채 오분이 되지 않던 거리에 위아래로 사시는 두 할머니 댁을 마음대로 드나들었다.

작고 조용하고 모든 일을 천천히 하셨던 윗집 친할머니와, 씩씩하게 한복집을 운영하시며 유쾌하셨던 그러나 어렸던 나에게도 친손주만 예뻐한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주셨던 아랫집 외할머니.

 

지금은 뵐 수 없는 두 분과 많은 추억을 간직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 

 

열 살, 희령 바닷가 근처 할머니 댁에 며칠 머물렀던 지연.

엄마와 할머니 사이가 좋지 않아 연락이 끊기고, 그녀의 결혼식장에도 올 수 없었던 할머니를 잊고 살았다.

서른두 살, 이혼 후, 생채기 난 마음을 부여잡고 현실을 피해 희령으로 온 지연은 우연히 할머니를 재회하고, 의지할 곳 없었던 그녀는 할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게 된다.

 

나는 우리 사이의 난감함, 어색함, 어려움이 나쁘지 않았고 그런 감정들의 바닥에 깔린 엷디 엷은 우애가 신기했다.

 

 

 

 

할머니로부터 듣게 된 이야기들로 이 책은 채워진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려운 시대를 지나오며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고단함이 안타깝다.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말이다. 백정의 자녀이기 때문에 당했던 멸시,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받았던 박해, 전쟁으로 무참히 희생된 사람들, 먹고살기 위해 피난길에 나선 사람들,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에 희생된 사람들,................

 

그리고 하찮은 존재로 여겨졌던 여성들에 대한 인식은 억압된 여성들의 울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나 역시 여전히 그런 잔재들이 남아 있는 시기에 결혼을 했고 아픈 시간들이 없진 않았다.

 

남편은 나의 고통에 관심이 없어. 그녀는 생각했다. 일말의 관심조차 없어. 그런데 왜 그랬을까. 왜 내가 군인들에게 잡혀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던 걸까. 그것이 그녀의 평생의 의문이었다.  
허영심의 힘이 얼마나 센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할머니는 기대하고 실망하는 대신 그 안에 주저앉아 포기하는 편을 선택했다. 그 편이 훨씬 더 쉬웠기 때문이었다. 남편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고 체념하고 나니 그런 삶도 견딜 만했다.

 

'맞서다 두 대, 세 대 맞을 거, 이기지도 못할 거, 그냥 한 대 맞고 끝내면 되는 거야.' 나는 그 말을 하던 엄마의 얼굴을 떠올렸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너를 괴롭힌다고 똑같이 굴면 너도 똑같은 사람 되는 거야.' '그냥 너 하나 죽이고 살면 돼.' 패배감에 젖은 그 말들. 어차피 맞서 싸워봤자 승산도 없을 거라고 미리 접어버리는 마음. 나는 그런 마음을 얼마나 경멸했었나.

 

증조할머니 삼천이, 할머니 영옥, 엄마 미숙 그리고 나 지연에 이르기까지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권리를 주장하며 존엄한 삶을 누리지 못한 채, 한계를 넘어서면서 까지 인내했던 세월은 대물림되고 있었다. 

누구의 잘못인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원망하면서..........

 

그런 생각을 강요하는 엄마가 나는 미웠다. 그런 식의 굴욕적인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저항했다. 하지만 왜 분노의 방향은 늘 엄마를 향해 있었을까. 엄마가 그런 굴종을 선택하도록 만든 사람들에게로는 왜 향하지 않았을까. 내가 엄마와 같은 환경에서 자라났다면, 나는 정말 엄마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내 생각처럼 당당할 수 있었을까. 나는 엄마의 자리에 나를 놓아봤고 그 질문에 분명히 답할 수 없었다. 

 

 

 

 

시대에 굴복하던 예전과 달리 지연은 그 부당함을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내가 나를 속이는 것만큼 쉬운 일이 있었을까. 이혼 후 내가 겪었던 고통스러운 시간은 남편의 기만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에게 대한 나의 기만의 결과이기도 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돌이켜보니, 그중 나를 더 아프게 한 건 나에 대한 나의 기만이었다.

 

나는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나. 나에게, 내 인생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알고 싶지 않아서, 느끼고 싶지 않아서. 어둠은 거기에 있었다.

 

 

 

 

할머니에게 느꼈던 따뜻한 감정과는 다르게, 지연과 그녀의 엄마 미선 사이에는 건조함이 느껴진다.

눈물을 쏟으며 보는 영화나 연극처럼 모녀간의 관계는 끈끈한 무엇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철이 들어 부모를 이해할 수 있을 때, 부모는 아무런 욕심 없이 자식의 존재를 온전히 사랑할 때 생기는 것이 아닐까?

무수한 세월을 함께 지내며 느끼는 서운함, 미움, 분노 등은 사랑의 마음을 가린다.

 

나는 엄마를 알지 못했다. 명희 아줌마보다 더, 할머니보다 더, 그리고 어쩌면........... 아빠보다 더.

 

"나는 미선이가 겪은 일을 몰라. 미선이 말고는 누구도 모를 거야. 그런데 그 애에게 그렇게 함부로 말했으니.........."

 

비가시권의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할 테니까.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그 한 사람의 역사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들의 비밀을, 상처를, 아픔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할머니에게 벌을 주듯이 희령을 떠난 엄마. 

그녀의 태도에 상처받은 할머니의 마음 그리고 분노한 할머니가 지연의 엄마에게 어떤 공격성을 드러냈을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이상한 일이야. 누군가에게는 아픈 상처를 준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쪽만을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으로 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장 그리니에의 <섬> 중에서

 

 

소중한 책 <섬>에 나오는 이 구절은 사람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각자의 마음 깊이 숨겨진 보석을 나는 볼 수 없기에, 그들을 더 존중하며 연민을 느끼게 해 준다. 

할머니와 지연도 알지 못했던 미숙의 상처와 눈물을 보려고 노력하며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지연은 상처를 잊기 위해 오히려 그녀의 고통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했다. 더 큰 슬픔을 마주하며 그녀는 차즘 회복할 수 있게 된다.

 

별거 아닌 듯한 그 마음이 때로는 사람을 살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깨에 기대는 사람도,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도. 구름 사이로 햇빛이 한 자락 내려오듯이 내게도 다시 그런 마음이 내려왔다는 생각을 했고, 안도했다.

 

삶의 회복과 치유는 크고 거창한 것에서 오지 않는다.

나를 귀애하는 누군가의 마음, 나를 바라보는 햇살 같은 미소, 내 이름을 불러주며 잘했다 칭찬해주는 한마디, 함께 있으면 전해오는 그 따스함,..............

나를 향해 내려오는 햇빛 한 자락에 살아갈 힘을 또 내 보는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그 크기에 압도되었지만 자주 보고 지내다 보니 바다의 작은 부분들에 정이 들었다. 비가 온 다음날의 바다 냄새, 백사장으로 밀려오는 물의 소리, 하얀 포말, 얇은 조개껍데기 안쪽의 부드러운 감촉, 밀려 나온 해초 더미들, 모래사장을 걸을 때의 느낌, 해가 질 때 변하는 수평선 너머의 색깔............

 

 

 

 

세대를 넘나들며 겪는 주인공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관계의 어긋남에 깊은 슬픔을 느끼며 나는 위로를 받는다.

슬픔을 위로하는 슬픔. 

 

이 책이 가진 힘이다.

 

 

 

 

 

 

 

 

겨울, 생일이 또 한 번 지나간다.

 

이번 생일에는 남편 덕에 좋아하는 갈치조림을 배불리 먹었고, 오래전부터 하나 있었으면 했던 14K 링 귀걸이도 생겼다.

딸은 좋아하는 드라이플라워 목화 꽃다발을 들고 들어왔다. 꽃말이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했더니 그건 몰랐다고 했다. 케이크로 유명한 카페에서 싱싱한 딸기가 잔뜩 올려진 쵸코 케이크를 구입해 나이만큼 초를 꽃아 주었다. 미역국은 먹어야 한다며 미역을 참기름으로 달달 볶아 푹 끓여 한 그릇 떠다 주었다. 아들은 근무 전, 생일 축하한다는 밝은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정말 모두 감동이었다. 

 

 

 

 

 

이제는 나이에 더하기를 하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세월을 무사히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모든 일들을 기억할 순 없지만, 경험으로 얻고 깨달은 것들, 쌓여가는 가슴 찡한 추억,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들이 나를 더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드디어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감상했다.

주인공(윤정희)의 뛰어난 연기에 심하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주인공은 요양보호사 일을 하며, 이혼 후 멀리서 일하는 딸을 대신해 손자와 둘이 어렵게 살아가는 66세 노인이다. 기억과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는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지만, 멋을 부릴 줄 알고 꽃도 좋아하는 소녀 같은 감성을 가졌다. 간절히 시를 쓰고 싶어 문화원에서 시 창작 수업을 들으며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유심히 보고 관찰하지만 시상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요양 보호사로 일하다 당한 수모, 여고생 희진이의 자살, 그 사건에 연루된 자신의 손자, 죄를 묻으려 했던 부모들의 뻔뻔함 등을 겪으며 그녀를 둘러싼 현실의 고통과 아픔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살구는 스스로 땅에 몸을 던진다 깨여지고 밟힌다 다음 생을 위해

 

그녀의 노트에 적힌 메모처럼, 고통 속에서 진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그녀는 희진이를 추모하며 아름답고 긴 시를 쓸 수 있게 된다. 괴로움 가운데 그녀는 비로소 시인이 된다.

 

 

문화원 수강생들이 '내 인생에 아름다웠던 순간'에 대한 기억을 발표하는 시간.

그 순간들을 이야기하며 모두 눈가에 눈시울이 맺힌다. 나의 일들을 잠시 생각해 보니 어김없이 가슴이 옥죄어 오고 목이 멘다. 고통 끝에 온 행복이어서인지, 찰나의 행복 뒤에 괴로움이 생각나서인지, 아름다운 순간은 그냥 슬픔인 건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밝고 화려해 보이는 아름다움보다 슬픔을 간직한 것들은 더 아름답다.

슬프게 아름답다는 말이 주는 의미가 또렷해진다.

 

그러니 인생은 괴롭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이고, 아름답지만 고통스럽기도 아프기도 한 것이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에 나오는 표현 '따뜻한 온도에서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번의 생일이 그렇게 지나간다. 아름답지만 슬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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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서른일곱 살, 그때 나는 보잉 747기 좌석에 앉아 있었다.

 

함부르크 공항에 막 도착한 비행기 안에서 비틀즈의 <Norwegian wood>가 흘러나오고, 그것과 함께 떠오른 와타나베의 옛 추억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1969년 가을, 나는 곧 스무 살이 될 참이었다.

 

기성세대가 이끌어낸 눈부신 성장과 새로운 세대가 불러일으킨 저항문화가 공존했던 1960년대 말 일본.

사상의 대립과 혼란 속에 살아가고 있었던 많은 젊은이들은 소란함에 발을 담그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다지 진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뭘 보고 뭘 느끼고 뭘 생각해도, 결국 모든 것이 부메랑처럼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고 마는 나이였다. (........) 주변 풍경에 관심을 기울일 마음의 여유 같은 건 아예 없었다.

 

그 시절이 지난 후, 전부인 것 같았던 것들은 상실되어 조각난 파편들로 잊히고 풍경만이 기억된다. 소름 끼치게 공허하고 슬프다.

 

나는 고개를 들고 북해 상공을 덮은 검은 구름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살아오는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많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잃어버린 시간, 죽거나 떠나간 사람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

 

가장 사랑했던 친구 기즈키의 자살 이후, 와타나베와 기즈키의 여자 친구였던 나오코는 위태로운 삶을 이어간다.

토요일 신주쿠의 번화한 밤, 술에 취해 흔들리는 정체 모를 분위기처럼 허공을 떠돌며 방황하는 젊은 나날들이 이어진다.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 죽음은 나라는 존재 속에 이미 갖추어졌고, 그런 사실은 아무리 애를 써도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 열일곱 살 5월의 어느 날 밤에 기즈키를 잡아챈 죽음은, 바로 그때 나를 잡아채기도 한 것이다.

 

존재의 뒤틀림. 다리미로 펴 반반해진 천처럼 구김살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성격과 경험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모두 뒤틀림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달프고 불행하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경험을 공유한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혼란 속에서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와타나베는 요양원에 있는 나오코에게 편지를 쓰고, 찾아가기도 하며 함께 극복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바람을 이루지 못한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 있다. 그것은 분명 진실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키워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진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나오코의 죽음이 나에게 그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떤 진리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뿐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결국 그녀의 죽음은 극도의 아픔과 방황의 끝으로 그를 몰아세웠지만, 살아있는 자는 어찌 되었던 또 살아가야만 했다.

 

 

 

고뇌하지 마요. 가만 내버려 두어도 흘러가야 할 곳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야 할 때는 상처를 주게 되는 법이니, 좀 잘난 체를 할게요. 와타나베도 인생의 그런 모습을 이제 슬슬 배울 때가 되었어요. 당신은 때로 인생을 너무 자기 방식에만 맞추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정신 병원에 들어가는 게 싫다면 마음을 조금 열고 그냥 흐름에 몸을 맡겨요. 나처럼 무력하고 불완전한 여자도 때로는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멋진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거든요. 정말이에요, 이거! 그러니 더 많이 많이 행복해져요.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요.

 

나오코의 요양원 룸메였던 레이코의 편지는 마음을 울린다.

상처를 안고 흐르는 세월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인간의 연약함.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이라는 존재에 내재된 일이며 결코 바꿀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상처를 딛고 행복을 찾아 살아갈 수 있는 끈질긴 강인함도 있음을 깨닫는다.

 

 

 

'봄날의 곰'처럼 다가온 미도리라는 소녀. 그녀 역시 삶의 뒤틀림이 있었지만 생명력이 넘치는 발랄한 소녀였다. 

그는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나는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

 

 

 

567 페이지의 긴 장편을 두 번 읽으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나갔다.

우울한 내용, 일반적이지 않은 성문화가 뒤섞인 글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소설 전체에 나오코가 비틀즈의 <Norwegian wood>을 들으면서 느꼈던 춥고, 외롭고, 깊은 숲 속을 홀로 헤매는 듯한 느낌이 잘 스며있었다.

슬프지만 이 곡을 좋아했던 나오코, 그리고 묵묵히 혼자 모든 것을 참아내고 있었던 와타나베처럼 격동의 시기, 혼란스러운 청년들의 방황을 사무치게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제목 <노르웨이의 숲>과, 비틀즈의 노래 제목과 가사 <Norwegian wood>는 해석의 차이로 의견이 분분하다. 원곡의 wood가 가구인지, 나무인지, 숲인지 모호하지만, 난해성으로 소설의 느낌을 더 드러내는 제목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젊은이들 뿐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잃어가며 살고 있다. 사람도, 기억도, 추억도, 기쁨도 슬픔도......

 

엊그제 조카의 결혼식이 있었다.

청담동의 화려한 웨딩홀, 눈부신 신부와 신랑, 곳곳에 화려하고 아름답게 장식된 꽃들, 많은 하객들과 일류 호텔 부럽지 않게 서빙되어 나오는 음식들.....,

나무랄 데 하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마음껏 축하를 해주었다. 

 

그러나 기쁨 뒤에 남는 허전함과 상실감은 무엇이었을까?

곱고 우아한 한복을 입은 신랑 신부의 엄마나 단정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아빠가 아님에도 말이다.

이야기 도중, 울컥 울음에 목이 메인 부모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웃음 뒤에 남는 허무와 상실도 있으니, 울음 뒤 남는 상실은 또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울까?

죽음이 삶의 대극이 아니 듯, 기쁨과 슬픔도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진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과 죽음, 상실과 회복을 온몸으로 겪으며 우리는 또 오늘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1월 1일, 새해, 그리고 아들의 생일.

 

 

 

본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 해를 자신의 생일로 시작하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아들은 없지만 집에 있는 재료들로 간단한 케이크를 만들어 보았다.

 

무척이나 소식이 궁금했는데, 이 날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예비 근무로 여유가 있는 날이란다.

미역국은 아니지만 떡국은 먹었단다.

 

 

 

 

그냥 지나기 아쉬워 보내 준 소박한 생일선물도 받았단다.

지난번 통화 시 아팠다고 했던 곳은 아무렇지 않게 다 나았단다.

어깨에 초록 견장을 달고 진급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2~3월 중 또 한 번의 휴가가 있을지 모른다고도 했다.

햇살이 넘치는 날씨에 절로 기분도 좋다며 엄마 아빠를 안심시켜주는 아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을 그대로 믿진 않는다.

수많은 무소식의 시간들 사이, 인내로 헤쳐나간 일들이 왜 없겠는가?

 

간신히 마음을 추스려 정신 차리고 보니 소식 전할 여유가 생기기도 하겠고, 또다시 감정을 추스리기 어려워 연락을 머뭇거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으로 '무소식은 희소식'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목소리를 듣거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그지없이 반갑고 좋다.

 

 

 

 

딸은 반가운 얼굴로 소식을 전했다.

기숙사에서 2주만이다. 룸메들과 잘 어울리며 연말을 보내고 온 딸아이가 기특했다.

어딘가 모르게 조금 성숙해져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궁금하다고 여러 가지를 캐묻는 시기는 지난 듯하여 소나기 같은 질문 공세는 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인생을 배우고 있을 두 자녀. 

그저 건강한 목소리를 듣고, 편안한 얼굴을 보고만 있어도 좋은 그런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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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마지막 날. 운 좋게 하루 휴가.

평일, 온전히 나만의 하루를 갖는다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

 

올 초, 딸의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입학의 대단한 일이 마무리되고, 삼척으로 온 가족 여행.

아들의 군입대와 GOP 자대 배치 후 근심의 나날들이 지나가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일상.

 

지겹도록 계속되는 코로나 속에서 남편과 나는 벗어나지 못하는 틀 안을 돌고 돌듯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계획했던 자격증을 하나 취득했지만 별다르게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외줄을 타듯 위태로왔던 순간도, 가슴 아린 일들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또 별거 아니다.

 

딸과 두어번의 짧은 여행과, 남편과 주말 데이트를 하며 가능한 찰나를 즐기려 애썼고, 자족하며 즐겁게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가끔 잘 되지 않았지만.

 

 

 

 

 

 

일 년간 읽었던 도서목록을 정리해 보니 권 수가 작년에 못 미친다. 초반에 치뤘던 큰 일들로 나의 정신을 빼앗긴 모양이다. 또 한 가지 핑계를 대자면, 책을 연속으로 두 번 읽는 습관이 생겼다. 몇 권을 제외하고는 다 그렇다. 다독보다는 정독의 매력에 빠져있지만, 정독하며 다독을 하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Jan.
    1.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_귀욤뮈소
    2. 삶의 한가운데_ 루이제 린저
Feb.
     3. 바다의 기별_김훈
 Mar.
     4.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_이도우
     5. 구해줘_ 기욤뮈소
     6. 책은 도끼다-박웅현
Apr.
    6.  화장_김훈
    7.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_이미예
    8. 인생은 소설이다_기욤뮈소
    9. 수상한 고물상, 행복을 팝니다_이서윤
May
   10. 세상끝의 카페_존 스트레레키
   11. 안나카레리나 1_레프 톨스토이
June
   12. 나는 나답게 살기로했다_손힘찬
   13. 28_정유정
July
   14. 나를 견디는 시간_이윤주
   15. 7년의 밤_ 정유정
   16. 그리움의 문장들_림태주
   17. 종의 기원_정유정
Aug.
   18. 쇼코의 미소_최은영
   19. 어젯밤_제임스 설터
   20. 안나카레리나 2_레프 톨스토이
Sep.
   21.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_이도우
   22. 월플라워_스티븐 크보스키
   23. 두 번째 지구는 없다_ 타일러 라쉬
   24.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_백세희
Oct.
   25. 내게 무해한 사람_최은영
   26. 어린이라는 세계_김소영
Nov.
   27. 토니 다키타니_무리카미 하루키
   28. 정체성_밀란쿤데라
   29.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_신형철
Dec.
  30. 안나카레리나 3_레프 톨스토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상당히 많이 봤다. 
왓챠와 네플릭스 구독이 한 몫 했고,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서이기도 하겠다.
 
 
 
1. 영웅본색 / 2. 흐르는 강물처럼 / 3.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 4. 라디오스타 / 5.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 / 6. 안나 카레니나(2002) / 7. 화차 / 8. 워킹홀리데이 / 9. 김종욱 찾기 / 10. 올리브 키터리지 / 11. 아가씨 / 12. 가족의 탄생 / 13. 센스 앤 샌서빌리티 / 14. 미드나잇 인 파리 / 15. 은교 / 16. 화양연화 / 17. 세렌디피티 / 18. 화장 / 19. 원더풀 라이프 / 20. 러브 액추얼리 / 21. 무뢰한 / 22. 해피투게더 / 23. 아비정전 / 24. 박하사탕 / 25. 연애소설 / 26. 보이후드 / 27. 퐁네프의 연인들 / 28. 친절한 금자 씨 / 29.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 30. 오 수정 / 31. 안나 카레니나(1997) / 32. 연애의 온도 / 33. 택시 드라이버(1976) / 34. 동사서독 리딕스 / 35. 이터널 선샤인 / 36. 우리 집 / 37. 도둑들 / 38. 갓 오브 시티 / 39. 작업의 정석 / 40. 우리들 / 41. 월플라워 / 42. 극비수사 / 43. 엽기적인 그녀 / 44. 위대한 유산(1946) / 45. 번지점프를 하다 / 46.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47. 버닝 / 48. 투캅스 / 49. 보통사람 / 50. 담보 / 51. 베를린 / 52. 재심 / 53. 비포 위 고 / 54. 어린 의뢰인 / 55. 초록물고기 / 56. 클로저 / 57. 토니 타키타니 / 58. 혜화, 동 / 59. 비포 선라이즈 / 60. 악질 경찰 / 61.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 62. 안나 카레니나(1948) / 63. 어바웃 타임 / 64. 노트북 / 65. 러브레터 / 66. 브릿지 존스의 일기 / 67. 기적 / 68. 모가디슈 / 69. 침묵 / 70. 가장 따뜻한 색, 블루 / 71. 시스터

 

 

수많은 영화가 좋았지만 그중, <보이후드>와 <어바웃 타임>은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영화인 듯하다. 영화를 보다 감정이 격해지며 왈칵 눈물이 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본 레아 세두 주연의 영화 <시스터>도 짠한 여운이 남는 영화다.

스위스 설원의 아름다운 배경과 두 주인공의 우울함은 보는 내내 대비를 이루며 마음을 아프게 했다.

배우들의 소름 끼치는 연기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책과 영화에서 인생을 배운다. 위로를 받기도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다가오는 2022년에 벌어질 일들이 두렵기도 기대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남편이 삶의 짐을 조금 내려놓고 평안한 마음으로 지냈으면 좋겠다. 

지루한 일상의 틀을 깰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다가온다면 용기 내어 잡을 것이다.

아들의 무사 제대, 딸의 눈부신 도전들을 응원한다.

 

역시나 좋을 것이다. 2022년도.

 

늘 그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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