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연말, 하나의 공연으로 한 해를 잘 살았다는 상을 주곤 했던 일이 코로나로 두어 해 어려웠었다.
여전히 폭발하는 확진자 속에서 사람들은 살 길을 찾고 있었고 공연계 또한 다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공연 관람을 위해 대학로를 찾았다.
대학로
늘 무엇에 홀린 듯 멈춰, 고 김광석을 추억하게 되는 학전 소극장엔 오늘도 어린이 연극 포스터가 내걸려 있었다.
마로니에 공원에는 대형 트리가 아직 남아있어 반가웠다.
늦은 감이 들었지만, 트리 앞 빨간 조끼와 같은 색 모자를 쓴 눈사람 사이 벤치에서 사진도 찍었다.
밤이면 불을 밝힐 라이트 박스에는 힘들게 한 해를 보낸 시민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들이 새겨져 있었다.
공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이화장으로 향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사저인 이곳은 그의 동상과 역사자료, 사용했던 유품 등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2022년까지 예정된 안전시설 설치공사와 전시관 신축공사로 입장할 수는 없었다.
아이띵소 아카이브
ithinkso Archive
여느 Cafe와 다른 분위기에 소심하게 문을 열고 들어간 이곳은 지하는 전시장, 1층은 카페, 2층은 가방 등을 전시 판매하고 있는 쇼룸이었다.
좌석은 창가 자리뿐이었고 커피머신에서 추출되는 단출한 메뉴는 Cafe라고 하기에는 어색했지만, 은은한 색감의 원목과 여유롭게 꽂혀있는 책들, 곳곳에 놓인 푸른 식물들과 다양한 소품들의 조화는 여유로운 정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책, 향초, 액세서리 등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는데 모든 것이 아기자기했고, 해외여행 시 신비로운 소품샵을 방문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연신 감탄하며 둘러보았고, 남편은 폰카메라를 부지런히 눌렀다.
친절한 직원분 덕에 건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전시가 열릴 때는 지하 1층도 관람 가능하지만 오늘은 전시가 없는 날이었다. 2층 쇼룸으로 올라가 보았다.
편안하게 샘플들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심플한 디자인의 가방과 파우치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었다. 가방을 들어보고 메 보기도 하니 세련돼 보였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커피는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3,000원이었고 우리는 단 하나의 창가 자리에 운 좋게 앉을 수 있었다.
밖으로 방송통신대학교의 붉은 건물과, 안으로 초록 정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라테의 맛이 무척 좋았다.
연극 공연에 앞서 좋은 전시를 본 느낌이 들었다.
늘근 도둑 이야기
유니플렉스 극장 3관
오늘의 하이라이트 연극 관람이다.
박철민 배우의 연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대가 되었다.
2열이 제일 앞자리다. 이 연극의 앞자리 관객은 각오를 해야 했다. 배우들은 공연 중 수없이 눈을 마주치며 관객의 호응과 참여를 이끌었다. 다행히 젊고 발랄해 보이는 사람들이 양 옆으로 많이 있어 우리는 부담스러운 참여는 피해 갈 수 있었다. 무대가 한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연극은 앞자리에서 보는 묘미가 있다.
대통령 취임 특사로 감옥에서 풀려난 더 늙은 도둑(노진원)과 덜 늙은 도둑(박철민)이 노후 대비 마지막 한 탕을 하다 붙잡혀 수사관(이호연)에게 조사받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극이다.
큰 줄거리 없이 배우들의 대사와 애드리브 그리고 관객의 참여로 이루어진 연극은 배우들의 열정과 연기력이 정말 대단했다. 오랜만에 배꼽이 아플 정도로 웃어봤다.
대사에 나오는 정치 풍자와 사회적 이슈 등은 유쾌함을 가릴 정도의 진지함보다는 스치듯 지나가며 잊지 않게 기억을 더듬어 주었다. 생각해 보니 코미디 장르에 그 정도가 최선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연극을 보니 잊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또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내친김에 내일 다시 대학로를 방문하기로 했다.
예매한 연극은 뷰티플 라이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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