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들을 만났다. 코로나 이후 처음이다.

여기저기 흩어져 살아 중간지점인 강남에서 만나곤 했었다.

 

2년 만에 탄 빨간 좌석버스는 그새 요금도 올랐고 좌석 앞에 핸드폰 충전장치까지 생겼다.

편안한 자세로 등을 맞춘 후 차창으로 지나치는 가로수들을 바라보니 마음이 설렌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시야 가득 물들고 있는 가을도, 좌석버스에 기댄 나의 모습도,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도, 목적지가 강남인 것도 모두 나를 설레게 했다. 

 

 

 

 

남양성모성지

다음 날은 남편과 화성시 남양 성모성지를 찾았다.

불타는 듯한 단풍나무, 노란 은행나무, 갈색으로 물드는 느티나무, 미처 물들지 않은 초록잎들이 어우러져 화려하다.

 

 

 

 

어찌 이리 다른 색감으로 물드는지 사람과 같다.

다른 색, 다른 속도로 물들어 간다. 다른 모양 다른 속도로 떨어진다.

 

 

 

 

다채로운 봄꽃도 화려하고, 여름의 초록잎도 싱그럽지만, 적색, 황색, 갈색 꽃이 최고다.

나무 전체에 피는 강렬한 꽃을 당해낼 수 없다.

 

아카시아 꽃잎이 떨어지듯, 단풍이 떨어진다. 

하늘거리며 떨어지는 잎이 외로워 보이고, 낙엽들의 바스락 거림이 쓸쓸하다.

강렬한 꽃은 남김없이 떨어져 나무는 더 외롭다.

 

 

 

 

오랜만에 만나 소식을 들은 친구들의 안부는 예전보다 더 공감되고 마음이 쓰인다.

세월의 후반으로 함께 달려가는 동지 같은 느낌이다. 

 

성지에서 돌아오는 차창 밖으로 커다란 갈색 꽃이 나린다.

쓸쓸하고 외로워 보여 눈가가 붉어졌다. 

 

차고 쓸쓸하지만 가을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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