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창작촌을 둘러본 후 드라마 <나의 아저씨> 촬영 장소였던 땡땡 거리로 이동했다.
서울 한복판 남아있는 추억의 기찻길 그리고 드라마 속 후계동 사람들이 지나다녔을 거리가 무척 기대되었다.
땡땡 거리 근처에 기다란 은행나무 여러 그루가 눈에 띄었다. 노란 은행잎들은 가지 아래쪽부터 단단히 붙어있어 여간해선 떨어지지 않을 듯 보였다.
높다란 빌딩들 사이에 남아있는 낮은 지붕의 집들과 허름한 건물들 그리고 여기저기 좁은 골목들이 문래동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땡땡 소리와 함께 나타난 기찻길!
경의. 중앙선과 경춘선 화물열차가 지나다니는 철로다.
하루에 수백 번 열차가 지나간다는 이 길목에서는 연신 '땡땡'하며 경고음이 울렸다.
열차는 수시로 빠르게 지나쳤고, 건널목을 통과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사람들의 물결도 끊이지 않았다.
여유로운 상황은 정말 잠시 뿐이었다.
간신히 담은 기찻길 멀리로 높은 아파트와 세련된 빌딩들이 보인다.
빌딩 숲 사이로 뻗어있는 철로가 마냥 신기할 뿐이다.
이 철로 위를 KTX도 ITX도 지나갔다.
방송에 소개되었던 방앗간과, 철판에 찍어내는 습판 사진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등대 사진관도 길 아래로 있었다.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 단일 철로 구간인 백빈삼각 건널목 쪽으로 가보았다.
이곳은 지나가는 기차도 드물고 관리원도 없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이지만 노란 은행잎이 화려하고 곱게 드러나 있었다.
환상적인 위치에 자리한 방앗간에서 영양찰떡과 모시송편, 옥수수차를 구입해 골목을 빠져나왔다.
정겨운 가게가 인상적이었고, 소문대로 떡은 맛있었다.
Cafe
LALA
땡땡 거리 근처 몇 군데 소박하고 자그마한 카페가 있었는데, 그중 하얀 건물에 불을 밝힌 카페로 들어갔다.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은은하고 감각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창과 연결된 테이블, 그 위로 놓인 작은 소품들, 그리고 높은 의자 두 개.
네모진 창가에 키를 맞추어 꽂아 둔 몇 권의 책들과 따뜻한 색감의 등.
심플하게 출력된 메뉴판과 카운터 뒤로 단정한 잔과 머신들, 쇼케이스에 담긴 에그타르트.
천장에 매달린 샹젤리제를 대신하는 철제등까지....... 있을 건 다 있는 작은 카페였다.
입구부터 광고한 에그타르트는 적당히 구워져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마카오에서 줄 서 사 먹었던 그 바삭한 타르트 생각이 났다.
라테 두 잔을 놓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주차해둔 한강공원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한강대교를 건너갔다. 미세먼지는 아직도 끔찍하다.
이 다리와 연결된 노들섬은 다음 주에 오기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래된 거리는 낡아 불편하고 연신 땡땡거리는 소음을 참아내야 하는 고충이 있겠지만, 화려한 도시 사이 옛 모습이 남아있는 동네는 정겨워 보였다.
좋아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잘 어울리는 동네였다. 걷다 보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걸어가고 있을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성인이 된 아이들과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전통있는 사진관에서 습판 흑백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 어두운 밤 환하게 불 밝힌 소박한 식당에서는 튀긴 닭 한 마리와 술 한 잔 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돌아오는 길, 검은 봉지 가득 담긴 맛있는 떡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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