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가을과 헤어지는 중, 일박 여행을 다녀왔다.
오색의 나무들이 군데군데 남아있고, 떨어져 카펫처럼 깔린 낙엽도 멋스럽지만 쓸쓸한 겨울 느낌이 스며있다.
용문산
용문사
용문산 관광단지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친환경 농업박물관을 들려 전시를 보아도, 벽화 마을 쪽으로 가서 천천히 거닐어도 좋을 듯하다.
우리는 천년 이상 살았다는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용문사로 향했다.
겨울 패딩을 챙겨 입으니 쌀쌀한 바람에도 춥지 않다. 오히려 맑은 날씨에 낮 기온이 오르면서 덥게 느껴졌다.
용문사로 향하는 입구로 들어서니 등산로가 이어진다.
경사가 급하지 않은 오르막이라 그리 힘들지 않다.
산길을 걸으며 느끼는 상쾌함과 고요함. 그 사이로 들리는 물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나뭇잎들이 거의 떨어져 황량해 보였다.
간혹 남아있는 손가락 모양의 붉은 잎들과 가지 끝에 걸린 마른 잎들마저 반가웠다.
천백 년 이상 되었다는 은행나무의 노란 빛깔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듯했다.
30분 정도 올랐을까. 머지않아 가지만 남은 나무가 눈에 띈다.
노란 잎을 남김없이 떨어뜨린 거대한 나무는 떨어진 열매들의 특유한 냄새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나무줄기 아래쪽에 혹처럼 큰 돌기가 나있다.
조선 고종이 세상을 떠났을 때 큰 가지 하나가 부러져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일본군이 용문사에 불을 질렀을 때 이 은행나무만 타지 않았는 이야기도 모두 신기하다. 천년 이상을 살며 용문사를 수호하고 있는 천왕목은 정말 신비로웠다.
노란 잎의 향연을 보지 못해도 아쉽지 않았다.
고목의 기둥과 굵은 가지, 잔가지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수많은 가지들이 고상하게 뻗어있는 나무는 오히려 더 거대하고 웅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떨어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열매를 쉽게 걷기 위해 그물망이 깔려 있었고, 벼락으로 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피뢰 철탑도 세워져 있다.
사찰 뒤로 가을과 겨울 느낌이 공존하는 용문산, 그 위로 파란 하늘과 한 조각 떠 흘러가는 구름이 눈이 부셨다.
같은 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는 여전히 청량했다.
Cafe
구름 정원 제빵소
용문사 근처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찾아간 베이커리 카페.
3층 건물 카페는 이름처럼 외관도 예쁘고, 야외에 마련된 좌석들도 분위기 있다.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문 옆에 마련된 크리스마스트리는 2021년도 끝에 거의 다다랐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한쪽 창가를 차지한 빵들은 종류가 정말 다양하고 맛있어 보였다. 영종도 한 빵집에서 줄이 길어 사지 못했던 연탄 빵의 맛도 궁금했다. 이럴 때 선택은 도무지 어렵다.
몇 가지 Best Menu 중 쫀득쫀득한 구름 식빵이 먹고 싶었지만, 결국 비주얼이 화려한 크림빵을 골라 들었다.
이층 창가 좌석이 비어있었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조금 시간이 흘렀을 때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여유로운 테이블 간격 때문인지 그리 번잡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길고 큰 테이블도 마음에 들었다.
베이커리 빵집임에도 음료의 가격이 싸지는 않다. 아메리카노(5.0)와 에이드(7.0)의 맛은 평범했다.
통단팥의 달달함과 코코넛 가루의 고소함이 좋았던 모카 코코넛 브레드(6.5).
단호박 요리 모양의 허니 치즈크림빵(10.0)은 겉 부분이 질긴감이 있고 치즈와 크림이 듬뿍 들어가 있다.
레몬향이 감도는 산뜻한 맛이 더해져 크림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빵은 맛있었지만 둘이 먹기엔 양이 너무 많았다.
다른 손님들도 무리하게 고르고 남기는지 1층 입구 쪽에 셀프 포장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크림빵 포장이 어려워 보여 카운터에 부탁을 하니 케이스에 담아 종이봉투에 넣어 주셨다.
내일 숙소에서의 아침식사다. 뿌듯했다.
일박 여행은 반나절 여행, 하루 여행과 다르다.
서두를 필요도 돌아갈 걱정도 없는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좋다.
남편이 미리 예약해 둔 숙소로 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홍천 소노벨 비발디파크로 향했다.
늘 계획하고 신경 쓰는 남편이 고맙다.
살아가면 갈수록 삶은 쓸쓸하고 고통스러운 것임을 깨닫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인생의 행복과 즐거움이 무엇인지도 알아가게 된다. 소소하고 잔잔한 평화로움. 순간순간 느끼는 찰나의 특별함을 잡아두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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