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은 넓은 후원을 가지고 있어 왕들의 사랑을 받았던 궁궐이다.

자연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4개의 골짜기마다 정원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부용지, 애련지, 관람지, 옥류천 정원이다.

4개의 정원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크고 개방적인 형태에서 작고 은밀한 곳으로 변하다 매봉으로 이어진다.

 

 

 

 

후원 가는 길은 깊은 산속을 향해 가는 길 같았다.

창덕궁과 창경궁 두 돌담 안으로 뻗어있는 나무들의 울창함이 신비로움을 더해주었다. 

 

 

 

 

 

부용지 일원

 

 

영화당

꽤나 한참을 걸었던 것 같다. 하나의 골짜기를 넘으니 울창한 숲 사이 첫 번째 정원이 보인다.

 

 

 

 

부용지

나무를 걷고 보니 꿈속에서나 볼법한 고요한 풍경이다.

크고 네모난 연못에 둥근 섬 하나, 물 위에 유유히 떠다니는 새들이 평화로워 보였다.

 

 

 

 

부용정과 사정기비각

연못 주변에는 부용정과 4개의 우물을 지키는 비석을 담은 작은 누각 하나가 서있다. 

두 기둥을 물속에 담은 독특한 모양의 정자는 왕이 사색의 시간을 갖거나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여 보였다.

 

 

 

 

어수문과 주합루(규장각)

주합루는 1층은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 2층은 열람실인 주합루였다가 지금은 함께 주합루로 부른다고 한다.

정조가 세운 규장각은 단순한 서고가 아닌 정조의 개혁의지를 반영한 역사적인 장소이다.

궁궐 정원에 도서관이라니 참신하다.

 

 

 

 

영화당에서 보이는 부용지와 영화당의 앞마당 춘당대 

영화당 앞 너른 마당에서는 연회를 열거나 과거시험 활쏘기 시합 등 다양한 행사가 있었다 한다.

지금은 창경궁 담으로 막혀있다.

 

 

 

 

 

 

애련지 일원

 

 

불로문

 

애련지와 애련정

돌로 깍아 세운 불로문을 통하면 두 번째 정원, 애련지가 있다. 

부용지의 규모나 화려함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곳도 왕의 사랑받는 장소였으리라 짐작되었다.

 

 

 

 

 

연경당

 

 

연경당은 효명세자가 아버지 순조의 진작례를 위해 마련한 처소이다.

사대부 집 느낌이 나는 이곳은 왕의 사랑채와 왕비의 안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서재도 인상적이었다.

 

 

연경당의 대문 장락문

 

연경당 건물 뒷모습

 

선향재

중국풍의 벽체와 서양풍 차양을 설치한 서재 선향재는 전통 사대부 가옥 사이에서 특별함이 느껴졌다.

 

 

 

 

능수정

선향제 뒷마당에는 화계와 모퉁이 높은 곳에 정자 하나가 있다.

날렵하게 날개를 펴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매의 모습을 한 정자는 연경당을 지키는 수문장 같다.

 

 

 

 

 

존덕정 일원

 

 

관람지와 관람정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오면 길고 좁은 연못 위에 부채꼴 모양을 한 정자가 눈에 띈다.

이곳 주변에는 다양한 모습의 정자들이 있었는데 이 일대는 창덕궁 후원 중 가장 늦게 모습을 갖춘 곳이라 한다.

 

관람지는 원래 작고 네모난 연못 두 개와 동그란 연못 하나로 이루어져 한반도 모양과 같아 반도지라고 불렸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하나의 연못으로 합쳐져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고 관람지라 칭하게 되었다.

 

 

 

 

존덕정

관람지 위쪽으로 작은 연못이 하나 더 있다.

육각 겹 모양 정자인 존덕정 옆에는 궁궐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도 볼 수 있었는데 노랗게 잎이 물들면 환상적일 것 같았다.

 

 

 

 

 

존덕정과 폄우사

존덕정 옆에는 사각형의 길쭉한 정자 폄우사가 있다.

폄우는 '어리석음을 고치다'라는 의미로 이곳은 효명세자가 독서를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궁을 보고 후원으로 들어온 길이라 많이 걸었다. 쓸쓸한 날씨에 몸에 한기도 느껴졌다.

후원을 구석구석 둘러보지 못했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봉우리 중턱인지 고개를 넘었는지도 모른 채 정원을 거닐다 보니 어느새 옥류천까지 도달했다. 

 

 

 

 

 

 

옥류천 일원

 

 

 

태극정
소요정

소요정은 크기나 모양은 그리 특별하지 않으나 옥류천의 물길을 끼고 자리해 물의 흐름을 지켜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 특별하다.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유상곡수연을 즐기는 선조들의 낭만이 느껴지는 곳이다.

 

깊은 가을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이곳 소요정에서 한참 머무르리라 생각했다.

 

 

 

 

청의정

현재 궁궐에 남아있는 유일한 초가지붕 정자다. 세워 둔 허수아비가 시골 풍경을 자아낸다.

정자 앞에 논을 만들고 벼를 심어, 농사의 중요성을 일깨우거나 그해의 풍년과 흉년을 짐작하기도 했으며, 수확 후 볏짚으로는 지붕을 이었다고 전해진다.

 

 

 

 

물푸레 나무

후원을 둘러보고 골짜기를 빠져나오는 길은 그야말로 소리들의 향연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며 부딪히는 잎들의 소리는 거친 파도의 철석 거리는 소리 같았고, 흐린 날 울어대는 새소리 풀벌레 소리는 장단을 맞춰 주었다. 아무도 없이 우리 둘 뿐인 고요한 숲 속은 소리의 웅장함을 더해주는 좋은 공연장 같았다.

 

이럴 수가. 황홀한 정원을 빠져나오는 길이 이내 아쉬웠다. 갈수록 연약해지는 체력도 한탄스럽다.

글을 쓰다 보니 정자 하나에도 수십 가지 사연들이 숨어있다. 이곳은 하루에 둘러볼 곳이 아니지 싶다.

 

 

 

 

 

친절하게도 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으면 자연스레 출구로 안내된다. 

후원을 빠져나가기 전에 만난 천연기념물 향나무다.

나이가 700년쯤 된다고 하니 무수한 세월의 역사를 다 간직한 나무다. 

 

 

 

 

중국이나 다른 궁들의 후원과는 다르게 창덕궁 후원은 다양한 활동 무대였다.

휴식을 취하거나 사색에 잠기고,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며, 군사훈련이나 과거시험을 치르며 인재를 양성하기도 했던 곳.

왕권 강화와 개혁 정치를 논했던 정치적인 장소 규장각도, 왕과 왕비가 농사를 짓고 누에도 치던 정원도 공존하고 있었다.

 

창덕궁 전체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넓은 후원이라기에 의아했지만 둘러보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아름다웠던 후원을 깊은 가을 다시 방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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