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1972년 3층으로 세워진 임진각에 다녀왔다.

군사분계선에서 7km 남쪽,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이곳은 6.25 전쟁의 비극의 남아있는 곳이자, 평화와 통일을 열망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임진각

 

 

임진각 일부가 공사 중이었지만 전망대는 올라갈 수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동전을 사용해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있었지만 굳이 이용하지 않아도 시야가 트인다.

고향 잃은 슬픔을 달래는 망배단과 노래비, 국군과 유엔 포로들이 건너온 자유의 다리, 피폭된 임진강 철교, 민간인 통제구역이 한눈에 보인다. 

 

자세히 보기 위해 내려가 보았다.

 

 

 

 

실향민들이 고향을 향해 제사를 드리는 추모제단 망배단.

 

 

 

1983년 이산가족 찾기의 배경음악 <잃어버린 30년>의 노랫말이 새겨져 있는 망향의 노래비.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노래는 기네스북에 기록이 되었고, 북한에도 알려졌다고 한다. 

 

 

 

 

잔인한 철책 아래로 색색의 리본들이 흔들리며 가족과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슬픔이 너울댄다.

 

 

 

전쟁 중 군수물자를 실고 가던 이 증기 기관차는 장단역에서 피폭된 열차이다.

열차를 사이에 두고 미군과 중공군의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고 한다. 셀 수 없이 뚫린 구멍들과 떨어져 나간 열차의 파편들을 보며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민통선을 허가없이 유료(2,000)만으로 건너갈 수 있는 독개다리. 

폭격으로 파괴된 교각을 이용하여 전쟁 전 철교를 재현한 공간이다.

 

 

 

정면 사진 촬영은 가능했지만 좌우측은 금지되었다.

민간인 통제 구역이라 군사 요지 노출 등을 염려하는 듯했고 이는 관광하는 이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객차 재현구간 양 옆으로는 영상이 지나치듯 흘러갔다. 

 

 

 

객실을 빠져나오니 철로 재현 구간이 나온다.

단단하게 덮은 매직글라스 아래로 전쟁의 파편이 모여있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끊어진 철로를 홀로그램 영상이 생동감 있게 이어준다. 

 

 

 

 

2층 전망대로 올라가 보았다.

끊어진 철길끝에서 바라보니 단단해 보이는 기둥에 새겨진 총탄 자국이 선명하다.

 

 

 

임진강이 닿을 듯 하고 저 넘어 땅이 보일 듯하다.

옆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곤돌라를 타고 임진강을 넘어 북한과 더 가까이 다녀오는 사람들도 보였다.

 

 

 

 

베이글 맛집으로 알고 있던 Cafe 4B 가 있다 해서 찾아가 보았다.

철책 옆 소초처럼 덩그러니 놓여있는 카페에는 냄새를 풍기는 베이글은 볼 수 없었고 커피 음료만 가능했다. 

 

이 자리는 원래 임진각을 찾은 실향민들이 간단한 안주와 막걸리를 기울이던 민속주점이었다. 

카페로 리모델링된 지금, 체인점의 특징을 과감히 버린 이 공간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통일과 화해를 기원하는 또 하나의 장소인 듯했다.

 

 

 

 

 

평화누리 공원

 

임진각과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공원은 넓은 잔디 언덕과 수천 개의 바람개비로 유명한 곳이다.

분단의 상징인 임직각을 화해와 상생, 평화와 통일로 전환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조각구름 떠 있는 부드러운 색의 하늘 아래, 바람을 맞으며 평화의 메시지를 돌리고 있는 색색의 바람개비들.

수상 야외공연장 뒤로 꽂힌 빨간 압정을 시작으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다짐.

대나무로 만든 거대한 사람 형상 뒷모습에서는 화해를 기원하는 엄숙함이 묻어났다.

 

 

 

 

통일의 꿈을 바라며 만든 다리 내부 벽에는 수많은 아이들의 꿈이 그려져 있다.

 

 

 

어린 나의 아이들과 이곳 언덕에서 연을 날렸던 기억이 있다. 바람의 언덕답게 연은 누가 날려도 훨훨 날았다.

그날 사진 속, 깔깔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아이들과 흐뭇하게 바라보는 나의 모습을 보니 그리움이 사무친다.

정성스레 준비한 김밥을 먹는 모습도 남아있다.

 

 

 

 

오늘 우리의 점심은 샌드위치다.

나무가 무성한 그늘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펼쳤다. 두 겹으로 꽁꽁 쌓인 샌드위치를 꺼내니 두툼하고 푸짐했다.

 

 

 

 

 

 

Cafe

Doppio

 

 

돌아오기 전 수상 위에 지어진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셨다. 가을답지 않은 더운 날이어서 갈증이 났다.

이층 창가에 앉아 더위를 달랬다.

 

 

 

 

독개다리 끊어진 철로 끝에 서서 멀리 북쪽을 바라보시던 노인분들의 슬프고 안타까운 시선이 기억난다.

나 또한 그런 시선이었을까? 철책 아래서 나라를 지키고 있을 아들의 소식이 간절하다.

 

과거의 역사가 대물림 되고 있는 이 아픈 시간의 끝이 잔디언덕이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처럼 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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