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사랑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재미난 소설을 찾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몰입감 최고, 이야기의 반전, 감동과 사랑이 있는 소설이다.
플래시 백.
주인공들의 회상 장면들은 마치 영화 시나리오처럼 느껴져 흥미를 더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의 상처가 있다.
자기 파괴의 충동은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상처받은 영혼을 시시때때로 괴롭힌다.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는 어두운 세계의 이야기, 우리와 관계없어 보이는 이야기들도, 이 지구 상 어딘가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 인화학교의 장애아동 성폭행 사건을 고발한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는 실제 사건보다, 같은 제목의 영화는 소설보다 수위가 낮게 표현되었다고 하니, 현실은 상상 못 할 일이다.
세상은 점점 야만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복수와 용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위탁가정에서 어렵게 삶을 이어가고 있던 커서는 이름도 모르는 마약 딜러들에 의해 삶을 파괴당했다.
단지 공부를 하고 싶었던 사려 깊은 소년은 몸 절반 이상의 화상으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2년여의 시간을 보낸다.
병원에서 퇴원 후, 처절한 복수를 실행한 커서는, 이후 성공적인 정신과 의사가 되어 많은 이들을 도우며 살게 된다.
그러나 그의 안에 머무는 상처와, 복수에 대한 죄책감은 그의 영혼을 고통 속에 살아가게 한다. 형사의 눈을 피해 살아가는 장발장처럼 말이다.
그의 친구 마크에게 말했던 신념 '아무리 절박해도 우리가 가진 이상과 가치만큼은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돼'라는 말을 그 자신이 저버렸던 것이다.
복수를 꿈꾸던 또 다른 소녀 에비.
엄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의사를 살해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던 가난한 소녀.
커너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마크는, 복수로 엄마가 살아 돌아오지도, 그녀의 괴로움을 없애지도 못할 것이며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다고 간곡히 이야기한다.
용서하라는 것이지 무조건 잊으라는 뜻은 아니야. 죄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자는 뜻도 아니야. 복수는 증오심을 키울 뿐이지만 용서는 널 자유롭게 해 줄 거야.
용서하는 건 너 자신을 위해서야, 에비.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그렇다면 용서가 정답일까?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그 끔찍한 사건을 용서할 수 있을까?
이유 없는 폭행으로 피해자를 신체장애인으로 만들고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용서해야 할까?
달리는 자동차로 나의 가족을 죽게 만들고 뺑소니를 감행한 사람을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고 용서할 수 있을까?
돈과 명예에 눈이 멀어 부조리한 일을 일삼으며 약자들을 짓밟는 사람들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피해자들 누구라도 마음속으로 그들을 죽이는 처절한 복수를 수없이 실행할 것이다. 실제로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들 누가 돌을 던지며 비난할 것인가.
그러나 두 사람을 불태워 죽인 커너의 복수는 결코 그를 편안하게 만들지 못했다. 동기가 어떠했던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던 것이다.
만약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다면, 복수는 개인적으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인 도움을 받기엔 세상의 법과 질서가 돈 있고 빽 있고 명예 있는 사람들 편이다.
그러니 용서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에비의 복수를 대신해 주겠다며 총을 꺼내 든 커너.
커너는 이제 자신의 운명이 에비의 두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 분쯤 지났을까. 에비가 난간에 기대 서있는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한마디 말도 없이 살짝 커너의 손에서 권총을 빼앗아갔다. 그의 인생에 깊은 상처를 남긴 사건의 마지막 증거물을........
에비는 총을 허드슨 강에 힘껏 던짐으로 자신을 구함과 동시에, 커너 역시 살릴 수 있었다.
에비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던 건 바로 커너의 사랑 덕분이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책을 읽은 후, 이 제목은 내용과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듯했다. 제목에 대해 생각하며 다시 읽어보니 나름대로의 해석이 생긴다.
딸을 잃은 마크와 니콜, 무절제한 삶을 살았던 재력가의 딸 앨리슨, 의사 커서 그리고 에비.
그들 모두 용서와 사랑의 힘으로 과거의 삶을 딛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와 화해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고, 소중한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삶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사랑 덕분에 우리는 이 모든 일들을 할 힘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 덕분에, 사랑을 위해서 말이다.
잘 살아라 그게 최고의 복수다. -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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