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과 함께 봄을 알리는 노오란 산수유 꽃.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산수유의 성실함에 매료된다.

 

 

모진 겨울을 이겨낸 나무는 초록의 잎보다 먼저 수수만한 작은 알갱이들을 피워낸다.

 

 

 

 

우산살 모양의 꽃차례에 수십 개의 여린 몽우리가 터질 준비를 하며 매달려 있다.

 

 

 

 

벼랑 위, 아름다운 방화수류정을 가리지 않는 산수유의 배려도 좋다.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따뜻한 남쪽, 산수유가 만발했다는 소식에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그러나 성실한 꽃들은 이곳에서도 하루하루 계절을 이겨내며 소박하고 신비롭게 피어날 것이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김훈 <자전거 여행>

 

 

김훈의 시선에 담긴 산수유는 눈물겹게 아름답다.

소박하며 초라하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우리네 인생과 닮은 듯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꽃이다.

 

노오란 꽃이 무사히 피어나길 응원하며 다시 하루를, 한 주를, 봄을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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