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 Cafe 거리

 

여러 번 들어는 봤지만 오늘 처음 그 거리를 걸어 보았다.

어느 유명한 길 못지않게 낭만적이다.

 

그중 이름이 예쁘고 따스한 cafe

온화 [溫花]

 

'온순하고 인자하다' 의미 온화 [溫和]가 아닌 

온화 [溫花]다.

 

그래서 로고에 꽃 그림이 있나 보다.

 

따뜻한 꽃, 온순한 꽃.......

예쁘다.

 

 

테이블 간격이 넓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많지 않아 여유로웠고,

창가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밝고 모던한 분위기. 인테리어가 깔끔하다.

둥글고 커다란 등이 마음에 든다.

 

 

창가 자리에서 바라보니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한적하다.

 

 

널찍하고 깔끔한 오픈 키친은

Blue Bottle 느낌이 좀 나기도 했다.

 

다양한 수플레 메뉴 사진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수플레만 포장해 가기도 하는 걸 보니 

수플레 맛집인가 보다.

 

 

'온'과 '화' 두 종류의 라떼

 

원두의 종류에 따라 두 가지의 라떼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진하고 여운이 오래가는 풍미가 느껴져서 좋았다.

 

 

CAFE

ONHWA

 

이름도 예쁘고 분위기도 좋은

새로운 아지트를 찾은 느낌이다.

 

유명한 듯한 수플레는

아이들과 함께 와서 꼭 먹어보고 싶다.

 

 

 

 

요즈음 외식이 힘든 상황이라

배달음식이나 조리식품을 자주 이용한다.

나도 폰에 배달앱을 설치해 둘 정도니 말이다.

 

주로 치킨, 떡볶이, 피자, 중국음식, 주꾸미, 초밥 등이다.

불판에 지글지글 구워 먹는

삼겹살, 돼지갈비, 차돌박이 등은 생각지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주문하는 음식들에 좀 싫증이 나기도 했었고......

 

근데 이게 웬걸,

 

구워 먹는 고기 차돌박이가 배달 주문이 가능한 거다!

궁금해서 당장 주문해봤다.

 

비닐봉투가 아닌 단단한 종이상자에 넣어져서 배달되었다.

 

차곡차곡 담긴 내용물들

제일 밑에 차돌박이

그 위에 쫄면, 된장찌개, 반찬, 초밥, 밥 2 공기, 파채

그리고 차돌 소스와 파채 소스까지....

정성스럽다.

 

 

고기가 구워져 파채위에 올려져 있다.

차돌박이가 좀 식어 있었지만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데우고 먹으니 맛있다.

구워져 있어 정말 편했다. 

 

 

차돌박이 대표한상 (중) + 쫄면

세 명이서 먹으니 충분하다.

 

내가 제일 맛있게 먹은 건 된장찌개.

밥을 넣고 비벼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쫄면은 매운맛으로 주문했는데 정말 맛있게 많이 맵다.

다음엔 안 매운 걸로~^^

 

초밥은 차돌을 얹어 소스에 찍어먹으니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

 

개인적으로 모든 음식이 만족스러웠다.

집에서 거하게 만들어 먹는 집밥 느낌. 

 

 

 

 

이런 음식들이 배달이 된다니 나로서는 정말 놀랍다.

나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ㅎㅎ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

아이디어가 대단하다. 부지런하고 늘 열심히 산다.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먹고살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위대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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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더퀘스트>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저자는

바운더리(boundary)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관계의 문제를 바라보고,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바운더리(boundary)란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나와 타인과의 경계이자 통로를 말한다.

몸의 피부와 같이 말이다.

 

바운더리가 너무 단단하면 폐쇄적일 것이고,

반대로 너무 약하면 주위 환경에 휘둘릴 것이기에,

 

자신을 보호할 만큼 충분히 튼튼하되,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이어야 한다. 

필터 기능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건강한 바운더리의 형성은 늘 그렇듯이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유아동기 시절 공감과 신뢰를 주는 양육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모들은 너무 죄책감이나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안정적 애착이란 끝없는 '단절-회복'의 경험으로 만들어지는 동아줄이지,

부모의 초인적 인내와 정성으로 한 번도 금가지 않고 빚어낸 도자기가 아니다.

그러니 제발 천사 같은 부모가 되려고 하지 마라.

일시적인 단절을 받아들이되 다시 연결을 회복시켜주는 부모가 돼라."

 

육아를 하며 단 한 번도 아이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화내지 않고,

잘못된 훈육을 한 적이 없는 부모가 과연 있을까?

 

단절은 있을 수 밖에 없으니, 그 이후 회복을 거듭하며 서로에게 신뢰를 쌓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에 사회로 나아갔을 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라는 말인 듯하다. 

 


 

부모의 육아형태 뿐 아니라, 타고난 기질, 주위 환경과 상황들로 인해

형성된 일그러진 바운더리의 형태는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볼 수 있다. 

 

순응형- 누군가와 불편해지는 건 너무 싫어

돌봄형- 네가 기뻐야 나도 기뻐

방어형 - 나한테 신경 좀 쓰지 마

지배형 -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

 

어떻게 하면 위와 같은 잘못된 바운더리를 극복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

 

건강한 바운더리란 또 무엇일까?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진 사람은,

 

첫째, 관계의 깊이를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면서

자신과 관계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분별할 줄 알고,

그에 따라 바운더리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다.

 

둘째, '따로 또 같이' 라는 상호 존중감을 가진다.

 

나와 너의 다름을 존중하고,

둘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셋째,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과 고통을 헤아리는 것이지만,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더 나아가 상대의 흥미, 욕구, 생각, 재능, 행복, 미래 등

마음 전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헤아리는 것이다. 

 

넷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갈등은 누군가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가치관과 취향, 대화방식의 차이로 인해 빚어지는 쌍방향의 문제로 보는 사람이다.

 

"갈등이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친밀감의 수업료' 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회복의 경험이다."

 

 

다섯 째, 솔직하게 자기표현을 하는 사람이다.

 

의식의 안테나가 늘 바깥으로만 향해 있으면

다른 사람 신경 쓰느라 내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에 둔감하게 된다.

부드럽고 정중한 태도로 자기표현을 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불이익이나 어려움은 없거나 적다.

 

"좋은 관계란 내가 무언가 불편하거나 내키지 않는 것에 대해

불안이나 곤란함을 느끼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다."

 


 

인간관계는 쉽지 않다.

가까운 사이라도 갈등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주어진 생을 잘 살아가야 하고, 그러려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한다.

건강한 바운더리를 세워 나답게 살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

 

먼저 나 자신의 '관계의 역사'를 아는 것이다.

왜 나는 이런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는 걸까?

부모, 형제 타인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고 

그런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부모의 육아방식으로 인해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나의 부모 또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영향을 받은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용서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나의 마음에 구멍을 메우며 치유하고

과거의 나로부터 벗어나 현재의 나를 인식하는 것이다.

아이-어른의 관계에서 벗어나 어른-어른의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일관되게 느꼈던 것은

나의 소중함과, 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였다.

 

"관계의 변화란 상대를 내 뜻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를 내 뜻대로 바꿔가는 것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초점은 관계 안에서 '나의 변화'이며 상대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에 대한 연민을 갖자.

 

자주 자신에게 따뜻한 미소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면서 나를 위로하자.

 

자기표현 훈련을 해보자.

 

자기표현을 하면 불안과 긴장이 점점 줄어든다.

더 나아가, 자기표현을 하면 할수록 자신을 좋아하게 된다.

자존감이 높아야 자기표현을 잘하는 게 아니라 자기표현을 잘하다 보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불쾌감을 차분히 표현한다는 것은 감정을 조절해서 짤막하고, 천천히, 명료하게 그 핵심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나만의 세계 (오티움)을 만들 것.

 

오티움(Otium)은 라틴어로 영혼을 기쁘게 하는 능동적인 여가를 뜻한다. 

활동의 결과와 상관없이 활동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누리는 일들이 있는가? 

음악, 영화, 글쓰기, 운동, 여행, 수집 그 무엇이든 말이다.

 

 

장 그르니에가 말한 비밀스러운 삶과도 어느 정도 닮아 있는 듯하다.

 

비밀스러운 삶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어떤 것이다.

인간은 혼자 살다가 혼자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러니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비밀은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이자 시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섬_장 그르니에> 중

 


 

사실 나는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고르자면, 아마 순응형에 가까울 듯하다.

 

거절하거나 싫은 소리를 잘 못하고

뒷감당을 끙끙거리며 했던 경험 몇 가지가 기억난다.

 

하지만 기억하자.

내가 거절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요청일 뿐이니

그건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이 아닐 거다.

 

문제는 거절하는 태도이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고, 정중하되 명료하게, 유연성을 발휘하며 거절하는 것!

 

나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다면

오히려 쿨하고 멋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지고 인간관계를 하는 것.

명심하고 노력해야 할 일이다.

 

 

 

 

 

 

 

<2020, 위즈덤하우스>

 


 

작가 이도우.

그녀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예쁜 책.

은은한 표지와 나뭇잎 모양의 디자인.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하루를 털어내고 밤에 쓰는 글은 감성적이다. 센티하다. 철학적이다. 오글거린다.

내 경험상도 말이다.

 

연애시절 수없이 썼던 편지들은 주로 밤에 썼었다.

지금 그것들을 읽는다면, 아마 부끄러워 어디로 숨어버릴지도 모르겠다. ㅎㅎ

 

하지만 밤의 기운을 빌리지 않는다면

내 맘속의 솔직한 이야기를 하기가 망설여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산문집은

작가의 이야기, 생각, 추억들을 진솔하게 써 내려간 글 모음집이다.

중간중간 나뭇잎 소설이란 타이틀로 삽입되어 있는 짧은 소설도 좋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잠옷을 입으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 세 소설 속에서 만났던

이름들, 장소들, 이야기들이 있어 더 친숙하고 반가웠다.

 

 


 

 

요즘 즐겨보는 

영화 이야기를 하는 <방구석 1열>이라는 Jtbc TV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장성규 분이 도입부에서 영화소개를 할 때,

  영화의 개봉일에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소개해 준다.

 

이를테면, 

영화 로마의 휴일 개봉일은 '로마 공주 솔비의 생일인 ○ 월 ○ 일에 개봉'을 했다던지.....

 

전혀 관련없음의 사건들이, 단지 같은 날이라는 이유로 의미가 부여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자꾸 보다보니 오늘은 또 무슨 에피소드일까 내심 궁금하기도 하다.

 

 

 

"벚꽃이 환한 봄, 4월 19일입니다. 오늘 날짜엔 과연 어떤 기록들이 남아있을까요?

우선 1956년 4월 19일 할리우드 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의 레니에 3세와 결혼해 왕비가 되었고요.

1960년 대한민국에서 4.19 혁명이 일어났죠.

1964년 같은 날짜에 스포츠카 머스탱이 첫선을 보였고요.

영국 시인 바이런과 프랑스 물리학자 피에르 퀴리가 1824 년과 1906년 오늘,

세상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멘트를 듣다 보면

'오늘의 부피'라 할까, 페이스트리 빵의 결처럼 겹겹이 포개진 날짜에 미묘한 느낌을 받곤 했다.

달력에 기념할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도 4월 19일의 부피가 있었다. 

 

 

............

 

 

언젠가부터 나는 10월 마지막 날의 부피를 기록하고 있다. 

 

...........

 

 

내년 이맘때쯤 또 한 겹 시간의 부피를 쌓을 때까지,

다시 오는 오늘을 만날 때까지, 부디 잘 건너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부피_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중

 

 

 

오늘의 부피라는 글 안에 있는 내용이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생각이다.

페스트리의 겹처럼 쌓여가는 하루의 부피.

 

그날의 나의 부피. 타인의 부피. 우리의 부피.

 

우린 같은 날을 살며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장성규 분의 멘트가 실로 놀랍게 의미 있어진다.

 

의미 있는 날을 정해

나도 그 부피를 기록해 봐야겠다. 

 

 

이도우 작가,

 

그녀는 

마주하고 앉아 차 한잔 마시며

아니면, 가벼운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오래 수다 떨고 싶은.....

 

그런 사람이다.

 

 

 

 

 

 

 

 

 

주말, 딸과 함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다.

 

이른 점심이라 매장 안은 여유로웠고

충분한 거리두기가 되어 안심이 되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올리엔

 

Ollien

 

 

공간이 생각보다 넓고 세련된 분위기다.

창가 자리에 해가 너무 잘 들어 우리는 안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가 무척 다양해서 먹고 싶은 게 많았다.

 

하나씩 메뉴를 고르고 폭풍 수다.^^

 

 

페스카토레 (8.900)

딸이 고른 해산물 토마토 스파게티

 

양이 무척 적어 보이지만 안으로 깊숙한 그릇이라 생각보다는 괜찮았고

살짝 매운맛이 돌면서 깔끔한 맛이었다.

 

 

스위트 포테이토 쉬림프 피자(16.900)

내가 선택한 피자

 

요즘은 얇은 도우가 대세인가 보다.

얇은 도우에 고소한 치즈, 담백한 새우, 달콤한 소스 등 

여러 가지 맛이 어우러져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었던 메뉴.

 

 

자이언트 갈릭페퍼 스테이크(21.900)

ㅎㅎ 역시 대식가인 남편이 픽한 음식, 스테이크

 

목살, 치킨, 함박스테이크 요리를 한 번에 맛볼 수 있고 

곁들임 메뉴가 꽤 마음에 들었던 요리.

 

 

전체적으로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었고

가격도 적당한 듯했다.

 

세련된 분위기에서 

사랑하는 가족과의 맛있는 한 끼.

 

모든 게 과하지 않은 것이 편안했던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식사였다.

 

 

 

 

Cafe

드라마 영화 CF 촬영 장소

미니식물원

생활용품 박물관

 

그 무엇이라고 해도 좋을 공간

더 그림

들어서는 순간 동화 속 같은 건물들과 소품들 그리고 어우러진 꽃과 나무들이 너무 예뻤다.

야외든 실내든 곳곳에 음료를 마실 공간 들이 마련되어 있어

저마다 웃음을 터트리며 담소하는 분위기가 정겨웠다.

 

비눗방울이 한없이 날아다닐 것 같은 분위기.

 

풍경화 건물 

이 건물은 드라마, 영화, CF 등 촬영 등에 이용되는 건물이다. 

내부 공개는 안 되었다. 아 이런 그림 같은 집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 ㅎㅎ

 

수채화 건물

입장료를 (성인 7,000원) 내고 입구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마주하는 건물이다.

티켓을 내고 음료로 교환할 수 있다.

 

우리는 좀 더 둘러본 후 음료를 테이크 아웃해서 마셨다.

웬걸, 음료의 퀄리티도 고급지다.

 

 

산수화 건물

안으로 들어가

소품을 활용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건물이다.

 

 

사진 찍을만한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많다.

 

 

 

야외 곳곳에 있는 잘 가꾸어진 식물들과 예쁜 소품들이 낭만적이다.

 

 

스케치 건물

이 곳은 클래식한 유럽풍 건물로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음료도 마실 수 있는 쉼터 공간이었다.

 

세상에! 이런 곳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노천카페

우리가 선택한 노천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바라 본 풍경이다.

 

녹차라떼와 복숭아 티.

진하고 맛있었다.

 

 

미니 식물원

 

식물원은 작은 공간이긴 하지만

정성스럽게 가꾼 그 수고가 느껴지는 곳이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쉬어가려던 곳인데

여행지나 다름없이 사진도 많이 찍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나왔다.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덕에

선물 같은 이벤트를 얻은 느낌이다. ㅎㅎ

 

오랜만에 주말다운 주말을 보낸 듯해

여운이 오래가는 하루였다. 

 

 

 

 

 

 

<2016, 해냄>


영화를 먼저 봤다. 강동원 이나영 배우 주연.

울음을 참으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힘들게 지켜보았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엉엉 소리를 내어 맘껏 울어 본 지 오래된 것 같다. 

한 번쯤 그러고 나면 속이 시원할 것도 같은데 말이다.

 

책은 내용적으로 영화와 조금 다른 부분들이 있긴 했다.

책을 먼저 읽었어도 좋았겠지만, 영화도 매우 인상적이어서 어느 것을 먼저 경험했어도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사형수 정윤수

 

어린 시절 아빠의 폭력, 자식을 버린 엄마, 끔찍한 가난의 고통 속에 살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소년원으로 보내진 그.

시각장애를 갖게 된 동생과 전전긍긍하며 밑바닥 삶을 살다가

세 여인 살인 사건의 주도자로 사형 선고를 받은 남자.

 

세상에 냉소적인 여자 문유정

 

대단한 이력을 가진 가족들, 부러울 것 없는 부잣집의 딸이지만

학창 시절,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트라우마와

사실을 엄마에게 말하자 오히려 된통 혼나고 

연고 하나로 마무리하려 했던 엄마에 대한 지독한 미움이 더 상처였던,

세 번의 자살을 시도했던 여자.

 

 

 

수녀인 모니카 고모를 통해 교도소를 드나들며 윤수를 알게 된 유정은 

그를 점점 알아갈수록 그 인간 깊숙한 곳의 슬픔과 상처를 돌아보게 되고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자신과 닮은 그의 모습에서 누구에게도 얘기 못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고백할 용기를 얻고

쏟아내며 치유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현실에서?

살인범의 외모가 아무리 잘생겼다 한들, 살기가 느껴지는 그 얼굴을 마주하며

그에게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어려운 환경과 사회적인 모순의 피해자일지라도 살인은 죄인 것이다.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처럼 억울한 누명을 썼다면 모를까......

 

소설은 윤수를 억울한 무죄인으로도, 악랄한 희대의 살인마로도 묘사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느 정도는 악하고, 어느 정도는 선한 모습과 닮아있는 듯하다.

 

사랑하는 여자의 수술을 돕기 위해 300만 원이 필요하게 되고, 그녀를 만나 얼마간 바르게 살고 있었는데

아는 형의 제의로 딱 한 번만 더 강도짓을 할 결심을 한다. 

 

그러나, 상황은 계획과는 다르게 그 형이 저지른 강간과 두 명의 살인,

그리고 그때 마침 들어오던 파출부를 살해하게 되는 윤수의 범죄로 마무리된다. 

 

두 명의 살인과 강간죄를 뒤집어쓴다. 어쩌면 사형을 선고받지 않았을 그의 범죄.

 


 

사형제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은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인권문제, 종교, 사회적 안전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입장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찌 되었던, 이 소설의 경우처럼 잘못된 판결로 인한 사형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나라는 제도는 아직 남아있지만 1997년 이후 실질적으로 집행을 하지 않고 있기에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이기도 하다.

 

 

 

이미 살인 강간의 전과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출소 후 또다시

8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을 저지르고 신체를 훼손하게 했다.

그  주인공은 (만취상태였고 심신 미약 등을 이유로) 무기징역이 아닌  

12년 선고를 받고 올해 출소할 예정이다. 우리는 불안해하고 있다.

 

이렇게 사회악을 만드는 사람은 죽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그도 한 인간이기에 신 외에는 그의 생명을 건드릴 수 없는가?

 

 

 

잊히지 않는 영화 밀양의 한 장면이 있다.

 

자신의 아들을 살해하고 수감되어 있는 살인마를 용서하기 위해 찾아간 신애(전도연).

그러나 자신은 신을 믿고 이미 용서를 받았다며

천사 같은 얼굴을 한 그를 마주한 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를 용서하기 위해 그녀가 얼마나 많은 고통 속에 살아왔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

그런데 그 죄인은 그녀가 용서하기도 전에

신으로부터 용서를 받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신애는 신도 세상도 다 거부하게 된다.

 

용서란 가능한 것인가?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는가?

 


 

 

누구도, 극악무도한 인간이라 해도, 설사 악마의 화신이라 해도

그를 포기할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지요.

우리는 모두 전적으로 선하지 않으니까, 우리는 누구도 결백하지만은 않으니까,

우리는 다만 조금 더 착하고 조금 더 악하니까,

산다는 것이 속죄를 하든 더 죄를 짓든 그 기회를 주는 것인데

그래서 우리한테는 그걸 막을 권리가 없는 거니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_모니카 수녀>

 

 

 

이곳 구치소에 들어와서 저는 처음으로 인간다운 대접을 받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는 게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았고,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고,

존댓말을 쓰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살인자로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제 육체적 생명은 더 연장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제 영혼은 언제까지나 구더기 들끓는 시궁창을 헤매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차마 구더기인 줄도 모르고 그곳이 차마 시궁창이었는지 모르고……

 

저는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가져보았습니다.

기다리는 것, 만남을 설레며 준비하는 것, 인간과 인간이 진짜 대화를 나눈다는 것,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 서로 가식 없이 만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사랑받아 본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고, 용서받아본 사람만이 용서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_윤수의 블루노트 중>

 

 

 

 

구치소에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인간 대접, 존중, 행복감.

이 세상에 살면서 느꼈으면 좋았을 그 행복감은 그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세상 가운데 살면서 늘 죽고 싶어 했던 그가,

죽음을 기다리며 사는 사형수로서 처음으로 살고 싶은 감정을 느낀 그 순간.

 집행일을 마주하게 된다.

 

너무도 살고 싶었던, 이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

 

 

 

선과 악, 삶과 죽음, 진정한 삶의 의미, 사랑과 용서 등에 대한

시끄러운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다니게 하는 

무거운 소설이다.

 

 

 

 

 

 

날이 좋은 가을날

참으로 오랜만에 나들이 계획을 세워보았다.

 

그나마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경기 양평 구둔역으로~

 

 

 

지금은 폐역인 이곳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수지와 이제훈 출연작인 건축학개론

순수하고 서툴렀던, 행복하기도 아프기도 했던

첫사랑의 추억을 가진 두 청춘이

 

얼마간의 세월을 살아내고

성인이 되어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은 잔잔한 영화이다.

 

오래 전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풋풋한 수지와 어른이 된 한가인, 순정남 이제훈과 엄태웅의 설정이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었다.

 

그러나 다시 영화를 보니 

 

그 찬란했던 젊은 시절을 지나,

세월을 살며 상처 받고, 어찌 되었던 삶과 마주해야 했던 그 시절들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걸 아는 지금은

 

그 인물들의 변화도 그럴 수 있겠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들이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한 팀은 되돌아가고 있었고

 

우리만이 남은 이 곳에서 너무도 고요하고 평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기찻길 옆으로 코스모스 길이 이어져 있었지만,

이미 철이 지났기에 꽃잎은 드물게만 있었다.

 

 

 

고즈넉한 분위기,

정말 영화 속에나 나올 것 같은 풍경,

지금은 탈 기회가 별로 없는 추억의 기찻길, 아름다운 하늘.......

 

너무 아름답고 정겨운 이곳이 맘에 들었다.

 

 

 

역사 안은

열차 시간표와 몇가지 사진들을 걸어 놓은 소박한 곳이었다.

 

둘러보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먼 길을 달려온 것이 아깝지 않았던 곳이었다. 

 

우리가 거의 다 둘러보고 나오려던 즈음에, 한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오늘 유난히 더 한적했던 것 같은 구둔역.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차로 30분 정도 달렸다. 

 

간이역 식당 

 

한식 상차림이 너무 먹고 싶었던 나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늘 급식을 먹는 남편이나 

오늘  함께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정말 먹을 게 없었겠지 싶은 상차림이다. ㅎㅎ

 

게장정식, 보리굴비 정식 등 다른 메뉴가 있으니

다른 메뉴를 더 추가하면 좋을 듯하다.

 

 

 

우리가 주문한 곤드레 솥밥

(1인 13,000원)

 

몸에 좋은 곤드레 밥을

양배추 쌈이나 김에 싸서 먹으니 맛있었다.

 

시장이 반찬인지라 누룽지 밥 까지 남김없이 다 먹고

다음 목적지인 더 그림 카페로 이동했다.

 

 

 

 

 

 

 

 

<민음사, 2011>

 


 

읽어보고 싶었던 책. 소장하고 싶어 구입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흥미진진하거나 재미있게 느껴지는 소설은 아닌 듯하다. 

읽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고, 여러 번 읽어야 다음 진도가 나가는 부분도 꽤 있었다.

 

카뮈는 이 작품을 통해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의 시대를 살아온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된 이 소설에서 말이다.

전쟁=페스트-> 긍정의 메시지 ??

 

작가의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인듯하다. 

 


 

알제리 해안에 면한 프랑스의 한 도시 오랑.

늘 루틴 하게 삶이 돌아가며 특별한 것이 없는 단조로운 그곳에

어느 날 나타난 페스트.

 

페스트는 쥐에게 생기는 전염병으로 쥐벼룩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병이다.

증상은 몸에 멍울이 잡히거나 반점이 생기고 객혈을 하며 극한의 열과 통증을 동반하는 무서운 병이다. 

 

처음 쥐들이 죽어 나갔을 때 사람들의 초기 반응은 마치 도시의 분위기와 별다르지 않았다.

무관심... 설마... 이러다 말겠지... 나랑은 상관없는 일 등

닥쳐오는 고난에 부지런히 반응하지도, 열정적으로 대항하지도 않는 모습.

정부조차도 말이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의사 리유의 노력과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으로 인해 페스트는 선언되고 도시는 폐쇄된다. 

이때부터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생이별과 귀양살이를 하게 되고, 전기가 끊기거나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무엇보다 감염의 두려움 안에서 공포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이 상황은 코로나 19로 인한 우리의 현실을 통해, 강도는 다르겠지만,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반응하는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작가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쟁이 발발했다. 전염병이 돈다. 부조리가 있다.

당신은 이러한 악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파늘루 신부처럼

이 재앙은 인간의 악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뜻이기에 우리는 그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타지 사람 랑베르 기자처럼 

폐쇄된 도시를 어떤 방법으로든 떠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 행복을 쟁취하고자 발버둥 칠 것인가? 

 

보건대를 결성한 타루처럼 

페스트에 저항하며 전염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비록 인간을 구원해주지는 못할지라도, 지금 해야 할 최선의 방법임을 직시하며 열심히 병과 싸울 것인가?

 

의사 리유처럼 

묵묵히 끝없는 성실함으로 자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현재 닥친 악을 물리치기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할 것인가?

 

공무원 서기인 그랑처럼

보잘것없고 평범한 심지어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존재지만, 조용한 미덕과 선량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덤덤히 해 낼 것인가? 

 

페스트 이전에는 자살시도자였던 코타르처럼

위기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불행으로 자신의 신세를 위로받으며 , 악을 기회로 삼아 불법을 저지르고 이득을 볼 것인가?

 

 

 

사실, 이렇게 인물들의 태도를 규정하기에는 그들의 심적인 변화가 복잡하고 미묘하다.

파늘루 신부와 랑베르 기자는 나중에 심적 변화를 겪는 인물이며 보건대 활동을 돕게 된다.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은가? 

아마 신부도, 의사도, 외지 사람도 아니며 열정적인 인물도, 범죄자도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은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서기 그랑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그러나 보잘것없는 그는 이 글의 서술자인 리유에 의해 매우 중요한 영웅으로 인정받는다.

 

'영웅적인 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러나 리유나 타루 이상으로 보건대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그 조용한 미덕의 실질적 대표자였다고 서술자는 평가한다.' 

 

<페스트_카뮈>

 

 

개인이 해야 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 묵묵히 해 나가는 것.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런 다음에, 서로 연대하며 선을 이루기 위해 함께하는 노력.  

그것이야말로 이 악한 세상을 살아가는 긍정의 반응이 아닐까? 

 

 

"딴 사람들은 '페스트예요. 페스트를 이겨냈다고요' 하고 난리를 치죠. 좀 더 봐주다간 훈장이라도 달라고 할 판이죠.

그러나 페스트가 대체 무엇입니까? 그게 바로 인생이에요. 그뿐이죠."

 

<페스트_카뮈>

 

 

 

우리 곁에 늘 공존하고 있는 부조리들, 불행한 일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 죽음까지도......

모두 인생이다. 바꿀 수도 없앨 수도 없는 것들.

 

아무리 리유와 그의 보건대 동료들이 연대하여 페스트와 투쟁하고 승리를 거두었다 해도.

병의 사라짐과 동시에 타루는 결국 그 병으로 죽게 되고,

리유의 아내는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한다.

어찌 이것이 승리란 말인가?

 

영원한 승리, 결정적인 개선이란 있을 수 없는 일!

전염병은 또다시 올 것이고, 죽음은 우리를 옥죄고, 부조리는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 피해를 입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를 살펴야지 자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 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그 외의 것들, 즉 건강, 청렴, 순결성 등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될 의지의 소산입니다.

정직한 사람, 즉 거의 누구에게도 병독을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이란

될 수 있는 대로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코 해이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한 의지와 긴장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리유.

페스트 환자가 된다는 것은 피곤한 일입니다.

그러나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은 더욱더 피곤한 일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 피곤해 보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에는 누구나가 어느 정도는 페스트 환자니까요.

 

<페스트_카뮈(타루의 말 중)>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고와 슬픔이 어찌할 수 없는 일임을.

또다시 느끼게 해주는 구절이다.

 

그러나 인생을 슬퍼하고 체념하기보다는, 카뮈의 긍정을 받아들이려 한다. 

주어진 인생 안에서 묵묵히 나의 일을 하고, 사람들에게 애정을 가지며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

거창하진 않아도 악에 맞서 싸우는 것.

 

그 단순하지만 어려운 일. 그러나 할 수 있는 일.

이것을 하고 사는 것이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인 것 같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악. 코로나 19로 고통받는 인류를 위해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일이다.

 

 

 

 

 

 

 

 

<2012, 재미주의>

 


 

오래전, [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를 보고 마음이 먹먹했었다. 

눈물도 흘렸었던 기억이다. 

그 후 두어 번 더 영화를 챙겨 보았고 

  이번에 강풀의 원작 만화로 읽어 보게 되었다.

 

실제로 그의 할머니를 생각하며 이 글을 쓰기로 맘먹었다는 사연은

책 말미에 할머니의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할머님께서 얼마나 기분이 좋고 뿌듯하실까? 세상을 전부 가진 듯하실 것 같다.

 

 

 

시대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서로를 간섭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자식들에게 부양의 노고를 떠맡기는 것을 피하려는 부모들.

홀로서기도 힘든 이 세상에서 부모까지 책임지는 것이 고통스러운 자식들.

노후복지에 대한 중요성, 늘어나는 요양(병) 원들, 실버타운에 대한 로망,

개인들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시대의 분위기. 

 

 

 

이번 명절은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이동과 만남을 자제했다.

특수 상황이긴 하지만, 대면해서 만나는 일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먹고살기 바쁘거나, 개인의 여가생활로 명절이나 휴일조차 여유가 없는 중장년층.

어마 무시한 경쟁 속에서 학업에 지친 학생들.

미래에 대한 궁리와 시도에 여유가 없는 청년들.

 

 

 

큰 아들이 떠났다. 내 품 안의 자식이었는데.

작은 아들이 떠났다. 한 번도 모셔 달라고 한 적은 없었다.

그냥 자식과 함께 살기를 바랐을 뿐이지.

막내딸이 떠났다.

우리는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는 찾아야만 뵐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

 

우리는 이제 다시 부부다,

가족이었는데.

 

<그대를 사랑합니다_군봉>

 

 

 

 

치매에 걸린 아내를 간호하며 주차관리원으로 일하던 장군봉 할아버지.

자식들은 다 떠나고, 하루 종일 몇 푼의 돈을 벌기 위해 시달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를 수발하며 살아가는 

피곤하고 힘든, 외로운 하루하루.

 

아내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은 그는

아내와 떨어져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함께 삶을 마감하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의 고단함이 지독이 눈물이 난다.

 

그의 외로운 인생길 끝자락에 

만석이 할아버지와 송씨라는 두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들로 인해 소박한 행복과 즐거움을 느낀다.

그 추억으로 마지막 날들을 기쁨으로 채울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그.

 

 

 

는 건 말이다.

뭐, 별거 아냐.

젊었을 때는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고,

나이 들어선 그 추억을 되씹으면서 사는 게 인생이지. 

우리같이........ 저세상에 갈 나이가 되면........ 행복한 추억이 필요해져.

 

<그대를 사랑합니다_만석>

 

 

 

우리가 만난 시간은 겨우 한 계절 남짓이지만...........

만석 씬........ 내 인생의 전체를 행복하게 해 줬어요. 

 

<그대를 사랑합니다_송이뿐>

 

 

 

이 책과 영화는 부모님의 외로움과 쓸쓸함과 더불어,

나의 노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을 행복으로 삼아야 하는지.

지금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만화의 주인공인 또 다른 두 인물 만석과 송 씨 할머니와의 사랑 이야기는

애틋하고 슬프지만 귀엽기 까기 하다. 

 

노인들이 주인공인 순정만화.

 낯설고 색다르지만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우리네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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