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문학동네>


제목만 보고는 일본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던 책.......... , 표지가 예쁘다.

 

2014년 젊은 작가상 심사에서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가 선정되었다.

신인작가들의 중단편을 대상으로 심사한 후, 7인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쇼코의 미소>를 비롯해서 일곱 편의 중단편 모두,

신인의 작품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내게는 많은 감동과 여운을 주는

따스하고 아련한 이야기들이었다. 

 

모든 작품에 흐르고 있는 메시지는 바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인 듯했다.

 

너무 인간적인, 너무도 서민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그녀의 이야기와

감정의 위태로운 표현들은

나에게 많은 공감과 여운을 남기는 것들이었다.

 

친구와 나, 할아버지와 나, 엄마와 나, 선배와 나, 연인과 나, 할머니와 나, 이웃과 이웃, 사람과 사람.............,

 

그들의 모든 관계에는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과 상황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가족이지만, 친하지만, 사랑하지만, 친하고 싶지만, 

원망과 서운함, 미움과 증오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생겨난다.

 

그러나, 그럼에도,

연민과 사랑, 미안함과 죄책감 등

복잡하고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책의 모든 인연은 헤어짐으로 마무리된다. 

슬프다.

 

그럼에도 이 글들은 따듯하다.

죽음이 삶의 일부 듯이, 헤어짐도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

불완전한 존재인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는 사실.

 후회도, 맘의 상처도, 아련함도 남아있지만 그것들을  추억할 수 있다는 사실.

 

이런 인간의 연약함이 슬프도록 아름다워 보였다.

 


 

1. 쇼코의 미소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 애가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었다.

 

저렇게 제멋대로고 충동적이고 마음 여린 이상한 사람. 이상한 나의 할아버지. 저 엉망진창인 사람.

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할아버지가 씌워준 우산을 쓰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2. 신짜오, 신짜오

 

그녀는 세상 사람들이 지적하는 엄마의 예민하고 우울한 기질을

섬세함으로 특별한 정서적 능력으로 이해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줌마는 엄마의 인간적인 약점을 모두 다 알아보고도 있는 그대로의 엄마에게 곁을 줬다.

아줌마가 준 마음의 한 조각을 엄마는 얼마나 소중하게 돌보았을까.

그것이 엄마의 잘못도 아닌 일로 부서져버렸을 때 엄마가 느꼈던 절망은 얼마나 깊은 것이었을까.

 

3.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하지만 어떤 인연도 잃어버린 인연을 대체해줄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의외로 생의 초반에 나타났다.

어느 시점이 되니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관계의 첫 장조차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생의 한 시점에서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었다.

 

4. 한지와 영주

 

시간은 지나고 사람들은 떠나고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억은 현재를 부식시키고 마음을 지치게 해 우리를 늙고 병들게 한다.

.....

사람들은 떠난다.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돼. 

 

5. 먼 곳에서 온 노래

 

그때 나는 나보다 약한 누군가를 도와주는 내 모습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말로는 친구라고 하면서도 내가 미진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타심인 줄 알았던 마음이 결국은 이기심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건 미진이 떠난 이후였습니다.

 

6. 미카엘라

 

세상의 누가 그만큼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을까.

그렇게 밝고 예쁜 얼굴로 한달음에 달여와 품에 안길 것인가. 

그 시절은 갔지만 여자는 미카엘라에게서 받은 사랑을 잊지 못했다.

세상 사람들은 부모의 은혜가 하늘 같다고 했지만, 여자는 자식이 준 사랑이야말로 하늘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미카엘라가 자신에게 준 마음은 세상 어디에 가도 없는 순정하고 따뜻한 사랑이었다. 

 

7. 비밀

 

지민이 이제는 먼 땅으로 가버려 소식 한 통이 없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바꿔버렸지만 사진 속 그 풍경은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쇼코의 미소_최은영> 중

 


 

중단편 모음집을 읽으면 , 그중 더 애정이 가는 작품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모두 같은 비중의 무게로 내게 다가온다. 

 

아마도 

삶의 고단함 속에서 맺고 있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완벽하지 않고, 서투르고, 상처를 주고받을지라도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감정이 

저 깊은 곳에 빛과 같이 남아있기 때문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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