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를 보고 마음이 먹먹했었다.
눈물도 흘렸었던 기억이다.
그 후 두어 번 더 영화를 챙겨 보았고
이번에 강풀의 원작 만화로 읽어 보게 되었다.
실제로 그의 할머니를 생각하며 이 글을 쓰기로 맘먹었다는 사연은
책 말미에 할머니의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할머님께서 얼마나 기분이 좋고 뿌듯하실까? 세상을 전부 가진 듯하실 것 같다.
시대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서로를 간섭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자식들에게 부양의 노고를 떠맡기는 것을 피하려는 부모들.
홀로서기도 힘든 이 세상에서 부모까지 책임지는 것이 고통스러운 자식들.
노후복지에 대한 중요성, 늘어나는 요양(병) 원들, 실버타운에 대한 로망,
개인들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시대의 분위기.
이번 명절은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이동과 만남을 자제했다.
특수 상황이긴 하지만, 대면해서 만나는 일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먹고살기 바쁘거나, 개인의 여가생활로 명절이나 휴일조차 여유가 없는 중장년층.
어마 무시한 경쟁 속에서 학업에 지친 학생들.
미래에 대한 궁리와 시도에 여유가 없는 청년들.
큰 아들이 떠났다. 내 품 안의 자식이었는데.
작은 아들이 떠났다. 한 번도 모셔 달라고 한 적은 없었다.
그냥 자식과 함께 살기를 바랐을 뿐이지.
막내딸이 떠났다.
우리는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는 찾아야만 뵐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
우리는 이제 다시 부부다,
가족이었는데.
<그대를 사랑합니다_군봉>
치매에 걸린 아내를 간호하며 주차관리원으로 일하던 장군봉 할아버지.
자식들은 다 떠나고, 하루 종일 몇 푼의 돈을 벌기 위해 시달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를 수발하며 살아가는
피곤하고 힘든, 외로운 하루하루.
아내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은 그는
아내와 떨어져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함께 삶을 마감하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의 고단함이 지독이 눈물이 난다.
그의 외로운 인생길 끝자락에
만석이 할아버지와 송씨라는 두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들로 인해 소박한 행복과 즐거움을 느낀다.
그 추억으로 마지막 날들을 기쁨으로 채울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그.
사는 건 말이다.
뭐, 별거 아냐.
젊었을 때는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고,
나이 들어선 그 추억을 되씹으면서 사는 게 인생이지.
우리같이........ 저세상에 갈 나이가 되면........ 행복한 추억이 필요해져.
<그대를 사랑합니다_만석>
우리가 만난 시간은 겨우 한 계절 남짓이지만...........
만석 씬........ 내 인생의 전체를 행복하게 해 줬어요.
<그대를 사랑합니다_송이뿐>
이 책과 영화는 부모님의 외로움과 쓸쓸함과 더불어,
나의 노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을 행복으로 삼아야 하는지.
지금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만화의 주인공인 또 다른 두 인물 만석과 송 씨 할머니와의 사랑 이야기는
애틋하고 슬프지만 귀엽기 까기 하다.
노인들이 주인공인 순정만화.
낯설고 색다르지만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우리네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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