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이 가정적인 사람. 

정신없이 살다보니 고맙다는 표현도 건너뛰기 일수였는데......

이날 생일상을 차리며 그 고마움을 생각해보니 맘이 짠하다.

 

 

매 해, 생일이 다가오면 몇 주 전부터 광고를 하고 다니는 남편

어린아이도 이러진 않을거라 째려보며 타박을 주면서도, 

유쾌한 가족 분위기를 위함임을 잘 알기에

한편 고맙기도 하다.

 

요즘 들어 시큰거리는 오른팔. 책 한 권, 핸드폰 마저 돌덩이의 무게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쓸고 닦고 하던 내가, 이제는 일주일에 2-3번 청소로 만족스러워한다.

생일상은 외식으로 대신했으면 좋으련만

요즘은 코로나로 외식도 쉽지 않다.

 

그래서 몇 가지는 직접 만들고,

손이 많이 가는 샐러드와 고기 요리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구입했다.

 

카프레제 샐러드 (트레이더스) 

샐러드 양이 많아 덜어서 상차림을 했다.

비주얼은 최고지만, 그닥 인기가 있진 않았다.

역시나 샐러드를 무척 좋아하는 내가 가장 많이 먹은 메뉴. 

 

 

훈제 삼겹살 (트레이더스) 

통삼겹이 4덩어리가 들어 있었고 양이 정말 많았다.

상차림 하고 남은 건 반으로 잘라 냉동실로! 

썰어 에어 후라이어에 적당히 데우고, 무쌈이나 겉절이에 싸서 먹으니 맛있었다

 

 

반찬코너에서 그렇게 먹고 싶다던 더덕도 한 팩 구입.

 

그리고

케잌은 자몽 케이크를 골랐다.

쌉쌀한 자몽과 달콤한 케잌이 잘 어우러지며 맛은 있었지만

크림이 너무 많아서 좀 부담스러웠다.

 

(아들과 남편은 너무 맛있다며 좋아함)

 

 

그리고 집에서는

조개 넣고 미역국, 데친 브로콜리, 오징어 볶음, 겉절이, 연어야채쌈을 준비해 봤다.

 

연어 야채쌈 

마요네즈와 다진 양파, 식초, 설탕을 적절히 섞어

타르타르소스 비슷하게 만들어 곁들여 먹으니 신선하고 맛있었다.

 

 

완성된 남편 생일상!!

 

 

많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근사한 한 상이 차려졌다. 

좋아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 

 

선물로 은은한 향의 향수를 사들고 온 아들이 고마웠고,

함께 못한 딸 생각이 많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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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문학동네>


제목만 보고는 일본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던 책.......... , 표지가 예쁘다.

 

2014년 젊은 작가상 심사에서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가 선정되었다.

신인작가들의 중단편을 대상으로 심사한 후, 7인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쇼코의 미소>를 비롯해서 일곱 편의 중단편 모두,

신인의 작품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내게는 많은 감동과 여운을 주는

따스하고 아련한 이야기들이었다. 

 

모든 작품에 흐르고 있는 메시지는 바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인 듯했다.

 

너무 인간적인, 너무도 서민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그녀의 이야기와

감정의 위태로운 표현들은

나에게 많은 공감과 여운을 남기는 것들이었다.

 

친구와 나, 할아버지와 나, 엄마와 나, 선배와 나, 연인과 나, 할머니와 나, 이웃과 이웃, 사람과 사람.............,

 

그들의 모든 관계에는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과 상황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가족이지만, 친하지만, 사랑하지만, 친하고 싶지만, 

원망과 서운함, 미움과 증오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생겨난다.

 

그러나, 그럼에도,

연민과 사랑, 미안함과 죄책감 등

복잡하고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책의 모든 인연은 헤어짐으로 마무리된다. 

슬프다.

 

그럼에도 이 글들은 따듯하다.

죽음이 삶의 일부 듯이, 헤어짐도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

불완전한 존재인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는 사실.

 후회도, 맘의 상처도, 아련함도 남아있지만 그것들을  추억할 수 있다는 사실.

 

이런 인간의 연약함이 슬프도록 아름다워 보였다.

 


 

1. 쇼코의 미소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 애가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었다.

 

저렇게 제멋대로고 충동적이고 마음 여린 이상한 사람. 이상한 나의 할아버지. 저 엉망진창인 사람.

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할아버지가 씌워준 우산을 쓰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2. 신짜오, 신짜오

 

그녀는 세상 사람들이 지적하는 엄마의 예민하고 우울한 기질을

섬세함으로 특별한 정서적 능력으로 이해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아줌마는 엄마의 인간적인 약점을 모두 다 알아보고도 있는 그대로의 엄마에게 곁을 줬다.

아줌마가 준 마음의 한 조각을 엄마는 얼마나 소중하게 돌보았을까.

그것이 엄마의 잘못도 아닌 일로 부서져버렸을 때 엄마가 느꼈던 절망은 얼마나 깊은 것이었을까.

 

3.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하지만 어떤 인연도 잃어버린 인연을 대체해줄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의외로 생의 초반에 나타났다.

어느 시점이 되니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관계의 첫 장조차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생의 한 시점에서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었다.

 

4. 한지와 영주

 

시간은 지나고 사람들은 떠나고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억은 현재를 부식시키고 마음을 지치게 해 우리를 늙고 병들게 한다.

.....

사람들은 떠난다.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돼. 

 

5. 먼 곳에서 온 노래

 

그때 나는 나보다 약한 누군가를 도와주는 내 모습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말로는 친구라고 하면서도 내가 미진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타심인 줄 알았던 마음이 결국은 이기심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건 미진이 떠난 이후였습니다.

 

6. 미카엘라

 

세상의 누가 그만큼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을까.

그렇게 밝고 예쁜 얼굴로 한달음에 달여와 품에 안길 것인가. 

그 시절은 갔지만 여자는 미카엘라에게서 받은 사랑을 잊지 못했다.

세상 사람들은 부모의 은혜가 하늘 같다고 했지만, 여자는 자식이 준 사랑이야말로 하늘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미카엘라가 자신에게 준 마음은 세상 어디에 가도 없는 순정하고 따뜻한 사랑이었다. 

 

7. 비밀

 

지민이 이제는 먼 땅으로 가버려 소식 한 통이 없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바꿔버렸지만 사진 속 그 풍경은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쇼코의 미소_최은영> 중

 


 

중단편 모음집을 읽으면 , 그중 더 애정이 가는 작품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모두 같은 비중의 무게로 내게 다가온다. 

 

아마도 

삶의 고단함 속에서 맺고 있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완벽하지 않고, 서투르고, 상처를 주고받을지라도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감정이 

저 깊은 곳에 빛과 같이 남아있기 때문일 거다. 

 

 

 

 

 

 

 

 

가을이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여름이 갔다.

 

언젠가부터 봄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가을은 여전히 설렌다.

아침저녁으로 파고들어 옷을 여미게 만드는 쌀쌀함이 좋다. 

 

이 아름다운 계절을 맘껏 즐기지 못하는 이 상황이 슬프다.

주말,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

저마다 마스크를 쓴 채 진지하게 운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공원 한바퀴를 돌다 만난, 꿈속에서나 본 듯한 고즈넉한 풍경이 오히려 외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

 

점심을 과하게 먹었기에 저녁으로 간단히 무얼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딸이 추천한 메뉴 명랑핫도그.

 

친구들과 얼마 전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었다며 조잘댄다. 

사실 핫도그를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그런 명랑한 딸의 기분에 집 앞 상가로 함께 산책 겸 나갔다.

 

 

나는 딸이 추천한 메뉴 감자통모짜, 오른쪽은 남편의 픽 고구마통모짜, 딸은 그냥 통모짜. 

어둑한 밤거리, 시원한 공기, 가족의 유쾌한 분위기에 나답지 않은 메뉴를 골라 들었다. ㅎㅎ

입맛 취향이 비슷한 남편과 딸은 설탕을 토핑으로, 난 케첩을 가져왔다. 

 

돌아오는 길 이디아에서 음료 세잔을 테이크 아웃!

 

집으로 돌아와 색다른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가져온 메뉴들은 핫도그 안에 소시지 대신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있다. 색다른 맛.

밥 대신 먹어도 든든하고 배부르다. 

 

이 사소한 특별함이 즐겁고 행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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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재미주의>


 

당신의 모든 순간. 이 제목처럼........

당신의 인생에서 모든 순간은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살고, 살았을까?

 

얼마 전 본 영화 <윤희에게>에서

딸, 새봄(박소혜)이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왜 살아?"

 

엄마(김희애) 대답한다.

 

"왜 사냐고?"....... "자식 때문에 살지."

 

우리네 인생의 마지막에 다다를 때에

잊고 싶지 않은 것, 가지고 가고 싶은 기억.

그것은 아마 사랑일 거다.

사랑했던 가족, 연인 그리고 사람들......

 

 

이 만화는 순정만화이지만 좀비들의 이야기다.

좀비가 되어서도 그들의 모든 순간을 찾아 돌아오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슬픈 좀비들. 사람들.

 

주인공 정욱의 사랑은 너무 아프다. 눈물이 난다.

가진 것은 없지만, 참 좋은 사람 정욱.

 

그의 모든 순간은 사랑하는 한 여인이었다.

그의 가장 소중하고 행복했던 순간은 그녀와의 추억이었다.

 

좀비로 가득 찬 인간 종말의 고통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열심히 살 수 있었고,

살아남을 수 있었고, 행복할 수 있었다.


 

가을바람이 서늘하다.

계절은 살아있다. 세상은 늘 그 자리에서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 듯, 여기저기서 소란스럽게 고통스러워한다.

마치 좀비들의 세상처럼.

 

이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우리의 동력은 뭔가?

무엇 때문에 사는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따스한 추억, 웃음, 미소, 격려와 위로,

 

그들과 좋았던 기억들.

그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

그들로 인해 행복한 나.

 

당신의 모든 순간은 무엇인가? 

어떤 기억이 가장 행복한가? 

 

많은 여운을 주는 책. 역시 강풀이다. 

 

 

 

 

 

<2014, 열림원>

 


 

류시화 님이 엮은 잠언시집 모음이다.

간혹 낯설지 않은 인물의 작품들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처음 듣는 이름이다.

작가 미상의 작품들도 있다.

 

책 한 장을 넘기니 아주 오래전 알고 지냈던,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 지인이

정성스레 메모를 해서 선물해준 책이었다.

그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그때의 일들이 문득 생각난다.

 

누구가 되었던 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각자의 삶의 무게는 무겁고 어렵다.

 

그 인생을 살아가면서 터득한 지혜들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은 책이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한 번 적어본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행복해진다는 것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네

 

 

내 인생의 신조

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 그리고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웃음이며......

 

 

만일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무엇이 성공인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무덤들 사이를 거닐며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짜로 줄어들었다.

살아 있을 적에는 지위와 재물이 그들을 갈라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워 있다.

......

홀연히 나는 

내 목숨이 어느 순간에 끝날 것을 본다.

내가 죽음과 그렇게 가까운 것을 보는 순간 즉시로 나는 내 생안에서 자유로워진다.

남하고 다투거나 그들을 비평할 필요가 무엇인가.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돼라.

 

 


 

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

 

만일 단지 짧은 기간 살아야 한다면

이 생에서 내가 사랑한 모든 사람들을 찾아보리라.

그리고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확실히 말하리라.

덜 후회하고 더 행동하리라.

또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모두 불러 봐야지.

아, 나는 춤을 추리라.

나는 밤새도록 춤을 추리라.

 

하늘을 많이 바라보고 따뜻한 햇빛을 받으리라.

밤에는 달과 별을 많이 쳐다보리라.

그다음에는 

옷, 책, 물건, 내가 가진 사소한 모든 것들에 작별을 해야겠지.

그리고 나의 삶에 커다란 선물을 준 대자연에게 감사하리라.

그의 품속에 잠들며.

 

 

이 시는

한 신부가 제공한 이름 모를 여대생의 시이다. 

불치의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나?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나?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이대로 죽음을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마무리여 보인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췌장암을 앓던 직장 동료의 여동생. 30대 후반? 40대 초반?

암을 인지한 지 6-7개월 되었을까? 너무나 빨리 다른 세상으로 가버렸다.

 

슬프고 허무하다. 그녀의 인생 그리고 남아있는 우리네 인생도.

부디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기를.......

사랑하는 가족 옆에서 따스한 미소를 머금고 눈 감았기를.......

 

 

 

 

 

 

 

 

 

<2009, 시그마북스>

 


 

사람은 누구나 상처가 있다.

 

특히나 요즘처럼 급변하는 사회, 이기심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

질병과 자연재해가 세상을 압도하고 있는 세상에서는

더더욱이 그렇다.

 

이름을 알기에도 너무 많은 질병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성폭력과 학대 등 

내 주위에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도 이제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뿐인가!

내겐 별것 아닌 일인데 누군가에겐 큰 상처로 느껴진다면 그건 더 이상 사소한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일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트라우마가 틀림없다.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우리는 서로 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그렇게 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한 트라우마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총 24편의 영화들.

그중 내가 봤던 영화들이다.

 

 

1.

 

바람피운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후,

하나뿐인 아들마저 잃어버린 비운의 주인공 이야기

 

밀양

 

 

 

2.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속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21그램

 

 

 

3.

 

어린 시절 어긋난 아버지의 사랑으로

정신병원까지 가게 된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야기

 

샤인

 

 

 

4.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방황하는 한 남자와,

살아남은 한 여자의 상처 이야기

 

가을로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고통받는 주인공들의 트라우마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커다란 상처이다. 

그들은 과거의 상처로 세상과 단절한 채, 혹은 자신만의 삶의 방식으로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도 그들을 위로해 주지 못하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수수방관, 수동성, 무관심 등으로 또 다른 상처를 준다.

 

치유의 시간은 오래 걸린다. 정말 너무도..........

 

모두 삶과 상처 그리고 치유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주는

인상적인 영화이다.

 

 

그중, 가을로라는 영화도 참 좋다. 

 

 

전남 우이도- 담양 소쇄원-내연산-울진 해돋이 공원- 구절리 전나무 숲-정선의 여기저기 등.......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가을 풍경과,

여행지를 거닐며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은 영화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아름답고 고요한 자연의 풍경은 복잡하고 시끄럽고 위태로운 도시에서의 삶이

두 사람에게 준 상처를 따스하게 안으며 치유해주는 듯이 느껴집니다.

<치유의 심리학(김준기) 중>

 

 

영화의 두 주인공은 서로 그 상처를 말하고 토해내고 오열하며 그 사건을 마주한다.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보게 된다.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순 있다.

<카를 바르트(Carl Bard)>

 

 

 

 

5.

 

낮은 아이큐와 불편한 다리로 인해

어려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검프의 인생역전 이야기 

 

포레스트 검프

 

 

자신의 인생을 원망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트라우마 마저도 치유해 주는 그의 삶의 태도는 

보는 이들에게도 희망을 준다.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 you never know what you are gonna get.

<Forrest Gump>

 

 

인생은 한 상자의 초콜릿과 같다.

내가 고른 것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을지 모른다.

씁쓸할 때도, 부드러울 때도, 쓰러지게 달 때도, 딱딱할 때도 있다.

내가 싫어할 수도,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것은 초콜릿이다. 

 

인생은 그렇다.

 

아무리 불행한 인생일지라도

중간중간 달콤한 초콜릿과 같은 순간은 반드시 있다.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말고 오로지 현재에서 행동하자.

상황에 맞게 내 마음을 다스리자.

 

자책하지 말자.

It's not my fault!

 

그렇다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누굴 원망하지도 말자.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아들이 그런다.

학창 시절 후회되었던 모든 것들, 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은

생각해보니 누구의 탓도 아닌, 자신이 용기가 있었더라면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고,

망설일 필요가 없었던 거라고, 그래도 괜찮았을 거라고.....

 

그리고.......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래도 되었고, 또 안 그랬어도 다 똑같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다 별거 아니라고 말이다.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는 아들인 거 같아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책과 영화를 되돌아보니,

트라우마에 갇혀 고통과 단절 속에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공감과 이해가 

그리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함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2003, 현대문학>

 


 

가브리엘 루아의 작품을 한 권 더 읽어보았다.

 

<세상 끝의 정원>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황량한 낯선 땅에서 가난과 결핍으로 살아가는 다문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여섯 편의 중단편 소설의 모음이지만, 이 모두 이어진 한 편의 소설인 듯 읽힌다.

 

 

주인공은 18세의 신입 여교사이다.

그러나 작가가 이 책을 쓴 나이는 67세였다고 한다.

젊은 시절 여교사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이 책은 그녀의 삶의 마무리 단계에서 피어난다.

 

그녀의 책이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유가 있었다.

 

작가는 불어가 모국어인 집안에서 태어나,

영어 사용 지역인 마니토바에서 '이방인'으로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 자란 어린이들을 가르쳐야 했던

교사로서의 자신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은 쉽지 않다.

어른들에게서 받는 스트레스와는 또 다른 무엇이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다 보면 원대했던 초심을 잃어버린 채,

타성에 젖어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이 아이들의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교사라는 직업이 특별하고 소중한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한 아이 한 아이가 특별하며

그 개인에게 집중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임을.........

 

조급하게 지식을 쑤셔 넣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고

사랑과 친절함을 유지하며 공감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말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알지도 못하는 그 누군가에게,

나의 경우처럼 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경험 없는 풋내기 여교사에게

사람들은 이 지상에서 가장 새롭고 가장 섬세하고 가장 쉽게 부서지는 것을 위탁한다는 것을 느낄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_<집 보는 아이 중>

 

 

 

사실 내가 일생동안 느꼈던 그 뜨거운 욕구,

지금도 내가 각자에게서 최고의 것을 얻어내려고 싸우는 그 욕구는

사랑이었다._<찬물 속의 송어 중>

 

 

 

진실된 마음과 태도로 한 개인을 대하는 것.

그 기본은 사랑일 것이다.

 

사랑을 도무지 하지 않을 수 없는 가족과의 사랑만 중요한 것은 아닐 거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한 개인을 사랑하는 일.

나와는 상관없지만 이 땅에 존재하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이 어려운 것을 노력할 때 비로소 진실된 교육과 가르침은 따라올 것이다.

 

그러니 교육이란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__________

 

 

 

 

 

 

 

 

 

ㅎㅎ 말 그대로 팥빙수를 배달해 먹어봤다.

사실 카페나 디저트 가게에 가도 잘 먹게 되지 않았던 음식이 팥빙수인데........

주말........ 외출 계획 없이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별짓을 다한다. ^^

 

궁금했다. 어떻게 녹지않게 잘 배달이 될지........ 어떤 모습으로 배달될지 말이다.

 

종이봉투에 한 번, 보냉가방에 또 한 번, 비닐봉지에 또또 한 번.........

 

그리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우유 팥빙수

딸기망고 팥빙수~

 

다양한 토핑들을 뒤집어 얼음과 섞어주면 된다.

 

둘 다 맛있다.

 

우유팥빙수는 정통 팥빙수 바로 그 맛!

 

딸기 망고빙수는 상큼하고 달콤한 맛!

블루베리가 잔뜩 들어있다♡

 

대단하고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새롭고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

 

 

요즈음 일상을 돌아보면,

새로운 시도, 도전을 하며 살 때가 온 것 같다.

늘 그랬었겠지만, 지금은 유독이 그런 시기일 것이다.

 

변화는 두렵고, 겁이 나고, 귀찮은 것 투성이지만,

또 해보면 별거 아니고, 새롭고, 좋은 면도 있을 것이다.

 

뭐든 해보는 건 어떻겠나. 아직 할 수 있을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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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2004>


이 책은 가브리엘 루아의 네 편의 중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삼리웡, 그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한 나그네가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우두 골짜기

세상 끝의 정원

 

 

캐나다 서부 내륙의 넓은 평원지역에 정착한 소수민족, 이민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그들을 따스한 연민의 감정을 느끼며 바라본다.

 

모든 것의 결핍으로 도저히 살 수 없을 지경이 된 사람들.

알지도 못하는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 새로 인생을 시작하려는 그들에게는 

대단한 포부도 무시무시한 두려움도 공존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또 다른 고통과 어려움은 늘 줄지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려움 가운데서도 각자의 방법으로

인생을 개척하고 살아나가는 

인간들의 연약함과 슬픔을 책을 읽으면서 끝없이 느꼈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에게서 소박하게 느껴지는 행복의 기운은 

더 슬프고 가엾다.

 

 

 

[세상 끝의 정원]

 

우크라이나에서 넓디넓은 캐나다 땅으로 이민 온 마르타.

몇 페이지 안 되는 이 소설 속에서 그녀의 삶을 돌아보기란 쉽지 않겠지만,

황량한 터에서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생각해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살만하게 집을 갖추고,

힘든 노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산 세월들.

 

사랑스러웠던 자녀들은 살길을 찾아 떠나고

다정했던 남편은 활기를 잃어버린 채 무뚝뚝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녀가 견뎌낸 세월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인적 없던 벌판에 여러 종류의 꽃과 식물을 심음으로 그녀만의 정원을 만든다.

그리고 그 무수한 세월을 피고 지는 꽃들을 가꾸고 바라보며 견뎌낸다.

 

 

 

그녀는 여름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짧은 계절을 붙잡아 아름답게 꾸며서 그것이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기 위하여 그녀가 일생 동안 바친 모든 노력을 생각했다. 마치 여름에만 희망을 걸고, 있는 힘을 다해서 노력할 가치가 있다는 듯이......... 사실 그녀는 여름을 얼마나 소중히 해왔던가.

여름은 희망 못지않게, 젊음 못지않게 커다란 신비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세상 끝의 정원_가브리엘 루아> 중

 

 

 

그녀는 그 정원 안에 꽃들만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의 삶 그 자체를 가꾸어놓았던 것이다.

 

 

 

그녀는 적어도 곁에 거느린 자녀들과 매일같이 그에게 말을 걸어주었던 착한 남편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 그것들은 그녀를 위로해주는 것들이었다. 

 

<세상 끝의 정원_가브리엘 루아> 중

 

 

 

 

비길 데 없이 정성스럽게 가꾸었던 여름의 꽃들은 매서운 추위나 바람으로 몇 시간 만에 참혹한 모습을 하고 만다.

찬란했던 우리의 인생은 어느 순간 고통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잘 살아보지만 끝내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된다. 

 

그녀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불멸은 가능한가? 저 너머 세상에서 영혼들은 죽지 않고 살아남게 될까? 

초라하고 보잘것없었던 그녀의 삶은 이 세상 밖에서 받아들여 질까?

 

 

 

그녀가 그토록 좋아했던 그 바람이 가금 그녀를 기억해주고 이 고장을 더듬고 다니며 풀잎들을 흔들다가 그녀의 삶에 대하여 뭔가를 말해주기만 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았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바람이 심심할 때면 그녀에게서 위안을 얻고 그녀는 또 그 떠도는 정령에게서 위안을 얻고..........

 

마르타는 두 손을 마주 잡았다. 한숨이 나왔다. 대기와 바람과 풀들의 이 겸허한 불멸에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맡겼다.

 

<세상 끝의 정원_가브리엘 루아> 중

 

 

 

 

췌장암을 앓고 있는 직장 동료의 동생.

암 소식을 접한 지 불과 6개월 조금 더 된 것 같은데

그동안 몰라보게 살이 빠졌고, 이제는 혼자 거동도 어렵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비관적으로 본다고 한다.

너무 고통스러워 호스피스 병동에 보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는 이야기를 어제 들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생을 마무리할 준비를 하는 그녀.........

 

말년에 암으로 투병했던 마르타의 삶 가운데서도

여름날의 화려함과 반짝거리는 순간이 있었듯이,

 

유독이 가족을 잘 챙겼다던 그녀의 생가운데도 그런 무수한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순간들로 버티고 살아가는 우리가, 언젠가 삶을 떠나야 할 때,

 

그 찬란했을 여름날을 기억할 수 있기를.

그래서 대자연에 나를 맡기고 아쉬워하지 않기를.

잘 살았다고. 행복했노라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부터 더 빠르게 시간은 갈 것이다.

9월 1일 개학과 동시에, 3일 수능 원서접수, 16일 9월 모의고사

23일 수시 원서접수 시작~

 

10월 초 추석을 보내고 나면, 2학기 지필평가 및 10월 학력평가.

수시를 위한 생기부 마무리와 자소서 준비, 

수능 막바지 점검과 논술고사 준비 등.

 

정말 어떻게 이렇게 사나 싶을 정도로 일정이 빡빡하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더하다.

 

그럼에도 수능은 100일 앞으로 다가왔고,  

곧 수년간 준비해온 실력과 스펙이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얼마 전 주민증을 만든다고 찍은 딸의 사진을 보니 너무 낯설다.

아직 애기 티를 못 벗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성숙하고 어른 같다. 

이제 고3이 지나고 나면 여러모로 많이 달라지겠구나 생각하니

다가올 날이 기대되기도 걱정되기도 한다.

 

그냥 지나치기 뭐해서 좋아하는 마카롱과

오래전부터 갖고 싶어 했던 목걸이 하나를 골라봤다.

 

목걸이를 목에 걸고 좋아하면서도, "수능 100일이 뭐 별거라고요~"

수능 100일을 별다르지 않게 생각하는 딸을 보니 맘이 짠하다. 

 

지금은 어떤 말도 조심스럽고,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음도 잘 알고 있다.

단지 해 줄 수 있는 말은.....

언제나 너의 편이고, 언제나 너를 응원하고, 너의 행복을 바란다는 말.....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 외에는 말이다.

 

무사히 100일을 보내고,

원서를 기가 막히게 잘 쓰고,

건강하게 시험장으로 들어가,

실수 없이 시험을 마무리 하기를......

 

그래서 우리 사랑스러운 딸이 그동안 노력했던 모든 것이 헛되지 않기를........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기를 이날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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