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여름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짧은 계절을 붙잡아 아름답게 꾸며서 그것이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기 위하여 그녀가 일생 동안 바친 모든 노력을 생각했다. 마치 여름에만 희망을 걸고, 있는 힘을 다해서 노력할 가치가 있다는 듯이......... 사실 그녀는 여름을 얼마나 소중히 해왔던가.
여름은 희망 못지않게, 젊음 못지않게 커다란 신비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세상 끝의 정원_가브리엘 루아> 중
그녀는 그 정원 안에 꽃들만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의 삶 그 자체를 가꾸어놓았던 것이다.
그녀는 적어도 곁에 거느린 자녀들과 매일같이 그에게 말을 걸어주었던 착한 남편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 그것들은 그녀를 위로해주는 것들이었다.
<세상 끝의 정원_가브리엘 루아> 중
비길 데 없이 정성스럽게 가꾸었던 여름의 꽃들은 매서운 추위나 바람으로 몇 시간 만에 참혹한 모습을 하고 만다.
찬란했던 우리의 인생은 어느 순간 고통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잘 살아보지만 끝내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된다.
그녀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불멸은 가능한가? 저 너머 세상에서 영혼들은 죽지 않고 살아남게 될까?
초라하고 보잘것없었던 그녀의 삶은 이 세상 밖에서 받아들여 질까?
그녀가 그토록 좋아했던 그 바람이 가금 그녀를 기억해주고 이 고장을 더듬고 다니며 풀잎들을 흔들다가 그녀의 삶에 대하여 뭔가를 말해주기만 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았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바람이 심심할 때면 그녀에게서 위안을 얻고 그녀는 또 그 떠도는 정령에게서 위안을 얻고..........
마르타는 두 손을 마주 잡았다. 한숨이 나왔다. 대기와 바람과 풀들의 이 겸허한 불멸에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