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 열림원>


이청준의 자전적 소설 <축제>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제목만으로 책의 내용을 짐작했다가는 전혀 다른 소재로 인해 당황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한 노인의 죽음과 장례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편을 여의고 홀로 어렵게 자식들을 키웠지만,

 

큰 아들은 재산을 탕진하고

술병이 나 결국 농약을 먹고 생을 마친다.

 

작은 아들은 중학교 무렵 타지로 보내야만 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억척같이 살았지만 그 덕은 보지 못한 채,

치매로 피붙이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죽어간 슬프고 허망한 인생.........

 

둘째 아들 준섭.

늘 고향으로 돌아와 모시고 잘해드리고 싶었지만

그 또한 홀로 어렵게 학업을 마치고,

결혼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까지 삶이 녹록지 않았다.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내가 입에 풀칠하고 가족을 건사하며 살다 보면

타인은 고사하고, 어려움에 처한 가족, 심지어 부모를 돕는 일도 어려울 수 있다.

이렇다 저렇다 핑계인 듯한 말을 속삭이고, 마음으로만 효를 하는 것 같은 그 상황이 참 슬프다.

 

자식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셨기에 한없이 작아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준섭은 참담함 마음으로 장례를 치르게 된다.

 

어려운 시기를 보낸 만큼

가족들 간의 불만과 서운함 원망과 미움 등 미묘한 감정들의 골이 깊어져 있던 준섭의 가족들.

 

이 소란스럽고 계획처럼 되지 않는 장례식의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의 감정들을 소리 내고 추스르고 다독일 수 있게 되어간다. 

 

마지막에 찍은 가족사진.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떠난 이와의 추억과 이야기와 사연들을 각각 가지고 있었다.

삶의 증인을 잃어버린 슬픔을 함께 느끼는 사람들이다. 물론 준섭의 맘은 더 남달랐겠지만 말이다.

 

" 노인과 함께 한 세월이 형수님도 길었지만, 나는 물론 그 형수보다도 더 길었던 셈이지요. 그러니 나는 이제 첫 출생서부터 나를 가장 오래고 깊이 알고 있던 내 생의 증인을 통째로 잃고 만 셈이지요.

내 지난날과 함께 앞날에 대한 가장 소중스러운 삶의 근거까지 말이오."

<축제_이청준>

 

소설에서는 요즈음은 거의 볼 수 없는 장례절차들이 묘사되어 있다. 

망자를 편안히 보내기 위해 최대한 공을 들이고 정성을 들였던 옛 선조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듯하다.

 

두 해 전, 아흔이 넘으신 시아버님을 보내드리고 겪은 장례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상조회사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결정만 하면 되었다.

예식뿐만이 아니라........... 많은 것들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사전적 의미의 축제는 

 

1) (기본 의미) 어떤 대상이나 분야를 주제로 하여 벌이는 대대적인 행사.

2) 정해진 날이나 기간을 축하하여 흥겹게 벌이는 의식이나 행사.

 

이 이야기는 왜 축제일까?..... 생각해봤다.

 

장례식에 오가는 많은 친지들과 지인들은 정말 오랜만에 만남을 갖는다. 

위로와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는다.

 

떠나는 이를 보냄과 동시에, 남아있는 이들을 위로해 준다.

고인의 살아내었던 시간들을 인정해 주고, 남아있는 자들의 살아갈 시간을 격려해 준다.

캐캐 묵은 마음의 감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관계를 열어나가는 장이기도 하다.

 

어떤 죽음인지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장례예식을 다른 관점으로 보니 또 달라 보인다. 

 

죽음이란 걸 그 말과 육신의 힘든 자기 속박으로부터의 해방 같은 것으로 생각해 본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보다 깊은 무엇, 삶의 궁극이나 그 완성 같은 것.........

<축제_이청준> 중

 

영화 대본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와, 이청준 특유의 문체,

그의 소설 <눈길>,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 내용의 삽입 등

독특한 책의 구성과, 어머니의 사랑과 죽음 그리고 장례식이라는 소재 때문인지

 

책을 다 읽은 후,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뒤섞여

정리되지 않은 채 혼란스러워진다.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이는 다른 이유와 사정이 있는 각 개인의 감정이

나에게는 동일한 비중으로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 소홀히 다룰 마음이 아니다.

 

영화는

장례식의 과정 등에 집중하며 소설과는 다른 시선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챙겨봐야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