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2016>

 


 

보후밀 흐라발. 낯선 이름이다.

 

<변신>의 프란츠 카프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프라하의 봄 이후, 체코의 많은 작가들이 프랑스로 망명하여 프랑스어로 글을 쓴 것과 다르게,

흐라발은 끝까지 체코에 남아 체코어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올곧게 절개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그 자체만으로 그는 대단하다.

 


 

그의 작품을 내리 두 번 읽었다.

132 페이지의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말이다.

어렴풋이 나의 머릿속을 떠다니는 온갖 시끄러운 고독만이 나에게도 남아있다. 

 

책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따뜻해지며 울음이 와락 쏟아져내리려는 걸 참았다.

 

삼십오 년째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 햔타에 대한 연민과

그의 삶의 고단함에 대한 동정.

그럼에도 한줄기 빛을 찾아 살아 내려했던 그의 삶에 대한 찬사.

 

나이 듦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공허감과 젊음에 떠밀리는 무력감.

 현실을 맞서 미래로의 전진을 끝내 하지 못하고, 근원으로의 후퇴를 한 그의 운명.

 

책더미 속에서 소장의 눈초리를 받으며 뜻하지 않게 쌓은 그 대단한 '교양'덕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마친 그의 운 없는 인생.

 

이 모든것들이 너무 슬퍼서였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의 구석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일들이 생각나 더 아프다.

 

살아내기 위해, 부조리와 맞서기 위해 피땀을 흘리며 견디고 도전하지만

결국은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처참히 무너져 내리는 인간들.

 

반면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상도 하지 않았던

무언가가 되어있는 인간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나 자신과 나 자신의 밖과 안에서 이루어지는 삶 역시 마찬가지다.

 

_ <너무 시끄러운 고독> 중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

 

_ <너무시끄러운 고독> 중

 

 

홀로 세상에 맞서야 해. 마음이 안 내키더라도 사람들을 보러 나가 즐기고 연기를 해야 할 거야.

이 땅에 발붙이고 있는 동안은 말이야.

오늘부터는 수심에 찬 원들만 소용돌이치는군........ 전진이 곧 후퇴인 셈이지. 

 

_ <너무 시끄러운 고독> 중

 

 

한탸는 후퇴로의 전진을 하길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근원으로의 전진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너무 시끄러웠던 고독이 

그의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소멸되면서 떠올렸던 이름 하나 그의 작고 여린 연인이었던 이름.

그는 그 아름다웠던 이름을 기억하며 별이 된다. 

 

 

세상의 축소판인 압축기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짓이겨놓을 때도

그 안에서 궁극적으로 최상의 것이 탄생하리라는 믿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

 

_<옮긴이의 말> 중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제각각의 상황과 사정과 지나온 길들이 모두 안쓰럽고 불쌍하다.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강한 여운으로 남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