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atcher in the Rye
호밀밭의 파수꾼. 그는 과연 호밀밭에서 무엇을 지키는 걸까?
유명한 사립고등학교의 학생, 홀든 콜필드. 그는 매사에 부정적이며 불만이 많은 17세 소년이다.
부유한 집안, 교육열 있는 부모덕에 좋은 학교에 입학하여 지내지만, 공부나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4과목이나 낙제를 받은 후 퇴학 통보를 받게 된다.
이 소설은 그 후 학교 기숙사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2박 3일의 가출 기이다.
1951년에 쓰인 책이지만, (문화의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질풍노도를 겪는 청소년들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한 일들을 경험하는 듯하다. 세상에 대한 반항,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 틀에 박힌 배워야만 하는 학업과 늘 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싫증, 그리고 다툼을 일으키는 친구들과의 문제들............. 그뿐인가, 이성에 대한 관심과 연애, 담배나 술, 클럽 문화에 대한 호기심 등으로 불안한 자아.
홀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호되게 사춘기를 겪는 학생이었다. 담배와 술, 연애도 하고 친구들과 싸우며, 선생님들과 부모님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고 공부도 게을리하는 그런 전형적인 문제 학생이었다.
그러나 글 곳곳에서 선한 마음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가령 여자 친구의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수녀들의 소박한 식사에 부끄러워지는 자신, 큰돈을 선뜻 기부하는 행동, 좋아하지 않는 친구지만 밀어내지 않고 받아주며 참아주는 태도, 길을 묻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친절함과 동생 피비에 대한 사랑 등이 그것이다.
그가 혼란스러웠던 것은 '순수'와 '속물'사이의 경계에서 순수를 바라는 마음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혼란은 반항과 일탈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이 아이러니하게도 순수한 행동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안다.
"만약 내가 그놈의 선택이라는 걸 할 수 있다면 말이야"
...........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 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꼭 붙잡아주는 거지.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_<호밀밭의 파수꾼 중>
그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단지 순수한 것들이다. 하늘나라에 간 사랑하는 남동생 앨리, 귀엽고 순수한 여동생 피비, 형의 순수했던 소설, 욕심 없는 수녀들의 소박한 식사, 스스로 삶을 마감했던 친구의 굴하지 않았던 태도, 자유로운 배움,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모든 순수한 것들 말이다.
점차 어른이 되어가면서 퇴색하게 될 그 순수함 들을 지켜내고 싶었던 거다.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지키듯이 말이다. 그러나 홀든도 알았다. 그런 순수는 결국은 지켜질 수 없는 것들이란 사실을........, 결국 그는 혹독했던 방황 끝에 다시 학업을 시작하고 주어진 삶을 살아나갔을 것이다.
난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한 걸 후회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이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 것뿐. 이를테면, 스트라드레이터나 애클리 같은 녀석들까지도.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_<호밀밭의 파수꾼 중>
그에게 이런 순수에의 갈망과 방황은 어느 정도는 숨기고 싶은 과거 이야기로 남아 있었을 거다. 그러나 어둠과도 같았던 이 시기를 지나올 수 있었던 건, 아마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멀리 떠나버리려 했던 홀든의 마음을 돌렸던 피비의 순수한 행동 같은 것 말이다.
속물 같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그 순수한 것들, 아련하게 미소 짓게 만드는 소중한 것들. 가족과 따뜻한 사람들, 사랑...... 그런 것들 말이다.
이 책은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와'는 조금은 다른 성장통을 겪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두 주인공 모두 만만한 인생을 살고 있어 보이진 않는다. 한 인간이 그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 살아간다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많은 진통을 겪으며 사는 것이다. 나에게 다가오는 어떤 크고 작은 일들에 맞서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 삶을 살기를......... 다가오는 위험과 불행을 무던히 넘겨가기를........ 그래서 모두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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