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드디어 이 책을 읽었다. 늘 읽어야지 다짐했던 책.
이 글은 주인공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콩코드 마을 근처에 있는 월든 호숫가 근처 숲 속에, 손수 집을 짓고 살았던,
2년여 남짓한 세월 동안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용기.
거의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현대인들. 물론 하루하루가 생각지도 못하는 일들로 가득 차 있기는 하지만, 우리네 삶이란 게 어느 정도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며, 다양한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일상적인 일에서 벗어나, 문명을 피해 일주일만 아니 단 하루라도 살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나는 일상이 깨지는 불편함을 느끼며 매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현실을 피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늘 벌어진다. 틀을 깰 용기가 없다.
삶의 의미.
그러나 소로우의 월든에서의 2년여간의 생활은 꽤 그럴듯하고 멋진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대단한 자연들과의 교제는 다정하고도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런 것이었다. 소중한 것은 얽매임 없는 자유이며,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아마 그는 풍성한 양식과 거대한 집을 사느라 일생을 소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다른 이들에게 경고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위하여 일하고 거의 매일 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드나?
매일의 양식과 편한 집, 부모와 자녀들에게 기본적인 도리를 하고 싶은 마음, 노후의 계획 등등........
사실 난 이런 것들이 대단한 욕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월든을 읽다 보면 이마저도 나의 욕심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내려놓고, 절제와 소박함을 미덕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어쩌면......... 즐겁게 잠자리에 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족.
당신의 인생이 아무리 비천하더라도 그것을 똑바로 맞이해서 살아가라. 그것을 피한다든가 욕하지는 마라. 그것은 당신 자신만큼 나쁘지는 않다. 당신이 가장 부유할 때 당신의 삶은 가장 빈곤하게 보인다. 흠을 잡는 사람은 천국에서도 흠을 잡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이 빈곤하더라도 그것을 사랑하라. 당신이 비록 구빈원의 신세를 지고 있더라도 그곳에서 유쾌하고 고무적이며 멋진 시간들을 가질 수 있다. 지는 해는 부자의 저택이나 마찬가지로 양로원의 창에도 밝게 비친다. 봄이 오면 양로원 앞의 눈도 역시 녹는다. 인생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그런 곳에 살더라도 마치 궁전에 사는 것처럼 만족한 마음과 유쾌한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_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中>
당신이 가난하기 때문에 활동 범위에 제한을 받더라도, 예를 들어 책이나 신문을 살 수 없는 형편이 되더라도 당신은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경험만을 갖도록 제한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가장 많은 당분과 가장 많은 전분을 내는 재료만을 다루도록 강요를 받게 된 것이다. 뼈 가까이에 있는 살이 맛있듯이 뼈 가까이의 검소한 생활도 멋진 것이다. 당신은 인생을 빈둥거리며 보내지 않도록 보호받게 될 것이다. _ 데이빗 소로우 <월든 中>
욕심을 버리고.
'남아 돌아가는 부는 쓸모없는 것들밖에 살 수 없다. 영혼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의 필수품을 사는 데는 돈이 필요 없다.'
문제는 나는 남아 돌아가는 부가 없다고 생각하며, 조금 더 욕심을 내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없어도 살 수 있는 것들을 난 많이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더 검소하게 살 수 있으며, 그런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조급한 맘으로 노동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많은 것을 즐기자. 차분하게, 소박하게 살고, 많은 시간을 나누고 즐기며 의미 있게 보내자.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자족하고 최선을 다하자. 욕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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