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겨레출판>

 

 

 


 

|결 : 거칢에 대하여|

 

책 표지와 제목이 강렬하다.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의 작가 홍세화. 그가 세상에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주어진 삶 동안 열심히 사유하고 행동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해 준 책이다.

 

'사유하지 않고 살고 있는 사람'은 이미 자신은 완성 단계에 있고, 내 생각은 다 맞는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사는 사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하지 않는데 어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내가 온전한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 다른 사람의 의견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매 순간 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럴 때 고집스러운 자아를 가진 사람이 아닌 부드럽고 결이 아름다운 고결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일을 의심쩍어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오히려 이를  습관화하는 것이 우리의 판단에 대한 믿음을 튼튼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홍세화_ 결 中]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직장 동료가 성소수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며, 정치와 연관하여 매우 비판을 하였다. 나는 그녀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서 나의 생각을 소심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말 주변이 없는 건지, 논리가 부족한 건지, 용기가 없었던 건지..... 대화는 어색하게 끝난 채 알 수 없는 불편한 감정만이 남아있었다.

아마 내가 그녀를 설득하는 것도, 그녀가 나를 설득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다. 사람의 생각이란 이리 다르고 고집스러워 설득하기도 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니 얼마나 큰 다툼이 세상에 존재하겠는가?

 

확고하게 나를 사로잡은 생각은 과연 어떻게 나에게 왔을까? 작가는 이것이 나의 사유의 결과라기보다는 체제에 순응하며 살다 보니,  20이 이끄는 지배세력의 법과 논리에 묻혀 살다 보니 자연스레 들어온 '생각'이라는 것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생각하는 존재로 존중받지 못한 채 지식과 생각을 꾸역꾸역 입력당하고 있다. 왜?라는 질문을 귀찮아하는 부모와, 나에게 불편하거나 부당하게 느껴진 것에 대한 비판적인 안목을 길러주는 교육보다는 그 불편을 없애기 위해 경쟁을 부추기는 학교들..... 우리는 '생각하지' 않고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라는 공자님 말씀이 딱 그렇다.

 

 

 

 

당신은 20에 속하는가 80에 속하는가? 절대다수는 80에 속한다. 나도 다를 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다수의 학생들은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들 청년들의 꿈은 가능한 여유로움을 유지한 채 노동을 적게 하고 사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의 소유자들인 것이다.

 

 

80에 속한 나는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일말의 회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고집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자유의 날개는 저 먼 곳에서 슬픈 날갯짓을 하고 있다.  [홍세화_ 결 中]

 

 

그렇다. 80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마치 20에 속하는 듯, 아니면 마치 그렇게 될 수 있는 듯이 행동한다. 80의 정서를 거부하고 80의 복지와 안녕에 무관심하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뭔가 행동해야 한다. 내가 속한 80의 고통에 감정 이입하고 연대해야 우리가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더 안전하고 공정하게 살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생각과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 중립을 지키는 것, 질서에 대한 무의식의 복종이 결코 선한 것이 아니다. 논쟁이 필요하면 논쟁을, 설득이 필요할 때는 설득을, 투쟁이 필요할 때는 투쟁을 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것, 나의 인생의 결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런 익숙해짐의 과정에서 무감하여 별일 없이 살거나 한 두 마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다가 마침내 냉소와 좌절에 빠지는 게 우리의 모습이라면, 진정한 자유인은 거기에 '회의하는 자아'로 단호히 맞서라고 요구할 것이다. [홍세화_ 결 中]

 

우리는 바위는 확실히 부서진다는 확실성이 아니라 바위도 부서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행동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이 바라는 사회변화는 확실성이 아닌 가능성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세화_ 결 中]

 

 

 

 

'배고픔은 있지만 생각 고픔의 현상은 없다'라는 말! 정말 그러고 보니 내가 생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 얼마나 있었을까? 생각을 가지고만 있었던 나를 반성해본다.

나의 존재가 무엇인가? 나는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져 있지는 않은가? 삶의 주체가 되어 나의 결을 고결하게 지어가며 현실을 사는 것이 아니라,  주입된 고집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유연함과 반성 없이 살고 있었던 건 아닌가? 이룰 수 없는 삶의 모습을 환상처럼 그리다 이 삶을 마무리한다면 얼마나 허무한 인생일까?

 

자유인으로 살려면 외로움은 당연한 대가이다. 이러한 외로움과 불안은 내면에 이웃에 대한 사랑과 참여, 연대 의지가 있을 때 극복할 수 있다.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여 자유로부터 도피하지 말자. 20에 속하는 사람인 듯 애써 나를 거부하고 부자유함 속으로 들어가지 말자. 내 인생의 주체는 나이고 나는 자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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