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좁은문의 저자이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앙드레 지드. 그가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후 쓴 자전적 에세이다.
소설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소설도, 시도, 기행문도, 교훈서로 정의하기에도 모호했다.
이 책은 지드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 무엇이 삶을 살아가는 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지를 젊은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강렬한 의지가 담겨있는 글이다.
그러므로 나의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에는 이 책을 던져버려라 ---- 그리고 밖으로 나가라. 나는 이 책이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 --- 어느 곳으로든, 그대의 도시로부터, 그대의 가정으로부터, 그대의 방으로부터, 그대의 생각으로부터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바란다. [......] 나의 이 책이 그대로 하여금 이 책 자체보다 그대 자신에게 ---- 그리고 그대 자신보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에 흥미를 가지도록 가르쳐주기를. <앙드레 지드_지상의 양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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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보다는 인간, 영혼보다는 육체, 하늘보다는 땅을 중시하며 인간의 욕망에 충실할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당시 도덕적, 종교적 관습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들에게 도전하는 충격적인 것이었으리라.
카뮈가 다음과 같이 말했을 정도이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 한 세대에 끼친 충격에 비견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책이 감동시킬 대중을 발견하는 데 이십 년이 걸렸다. _알베르 카뮈
총 8장으로 구성된 『지상의 양식』 중 곳곳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들의 양식- 과일, 포도주, 치즈, 곡식 등 -에 대한 찬사를 감각적으로 표현하며 무한히 행복해하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책을 읽거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의 무한함과 위대함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의 모습을 깨닫는 통찰의 내용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또한 주어진 자연과 더불어 살며 사랑하는 인생은 더없이 행복한 삶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지상의 양식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닌 존재의 약함을 깨달으며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면서 사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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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의 『지상의 양식』은 현재를 살아가는 고단한 사람들에게도 기이하리만큼 매력적인 내용이다.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구속에서 벗어나 욕망에 솔직하고 현재를 즐기며 많은 경험을 하고 살라는 그의 외침은, 젊은이들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준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몇 가지만 정리해 보기로 했다.
현재를 즐기라!
⊙ 신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대가 이미 신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함을 뜻한다. 신을 행복과 구별하여 생각하지 말고 그대의 온 행복을 순간 속에서 찾아라.
⊙ 결코 미래 속에서 과거를 다시 찾으려 하지 말라. 각 순간에서 유별난 새로움을 포착하라. 그리고 그대의 기쁨들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말라. 차라리 준비되어 있는 곳에서 어떤 '다른' 기쁨이 그대 앞에 불쑥 내닫게 된다는 것을 알라.
⊙ 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 오직 그대의 원칙과 소망에 일치하는 행복만을 인정한다면 그대에게 불행이 있으리라.
⊙ 우리는 순간에 찍히는 사진과 같은 생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순간들의 '현존'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진 것인가를!
⊙ 매 순간을 내 삶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습관을 붙였다. 그 순간순간에 느닷없이 행복의 개별성을 송두리째 집약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많은 경험을 할 것!
⊙ 사람은 오직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자신할 수 있다. 이해한다는 것은 곧 스스로 행할 수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최대한으로 많은 인간성을 수용할 것'. 이것이야말로 훌륭한 공식이다.
⊙ 바닷가의 모래가 부드럽다는 것을 책에서 읽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맨발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감각으로 느껴보지 못한 일체의 지식이 내겐 무용할 뿐이다.
⊙ 그대를 닮은 것 옆에 머무르지 말라. 주위가 그대와 흡사하게 되면, 또는 그대가 주위를 닮게 되면 거기에는 이미 그대에게 이로울 만한 것이 없다.
⊙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대기 상태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나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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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공들여 찾기보다는 부모의 의견, 주변의 시선을 좇아 좋은 대학, 안정된 직장으로 눈을 돌리는 학생들,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젊은이들, 이 나이에 내가 무슨 일을 시작할 수 있겠어!라고 외치며 숨어버리는 사람들........ 도전하자! 나의 욕망에 솔직하자! 변화를 두려워 말자!
하루하루 주어진 삶 가운데 만나는 우연한 만남을 소중히 하자. 현상계의 수다스러움을 느끼자. 내가 만나는 사람들, 다양한 계절, 익숙한 공원들, 지저귀는 새들, 불 밝힌 카페들, 고즈넉한 저녁, 물결치는 파도, 따사로운 햇살, 쌉쌀한 아메리카노, 달콤한 포도알, 연약한 코스모스, 가족의 웃음 등 그 행복의 찰나를 놓치지 말자.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인생의 전부인 것이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사색하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강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앙드레 지드_지상의 양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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