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 이후>

 

 


 

 

요즘 매주 챙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tvN의 책 읽어드립니다!

 

프로그램 정보에 쓰여 있는 대로,

 

읽고 싶어 구입했지만, 살기 바빠서, 내용이 어려워서, 혹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완독 하지 못한 스테디셀러 책들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프로그램!!

 

이다.

 

 

 

 

설민석 선생님의 재미있고 대단한 해설과, 출연진들의 책에 대한 사랑과 그것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는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전현무의 솔직함과 입담도 웃음 포인트이다.

 

이 책은, 방송을 보고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 수전 손택은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스스로를 '문명의 수호자'라고 생각하며 자신들이 대놓고 우세하다고 확신한다.

그 특권을 잃어버릴까 모난 자존심을 세우며 다른 민족들을 무시하고 심지어 짓밟는 일들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모든 미국인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미국은 대량학살 위에 세워졌다."  "백인은 역사의 암이다." 등의 센 발언을 하면서

인간의 존엄과 평등 그리고 전쟁과 폭력에 반대하는 입장을 항변하였다.

미국의 보수주의자 등 많은 인사들에게 얼마나 눈엣가시 같은 인물이었을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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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은 전쟁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이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후세들이 6.25 전쟁의 참혹한 사진을 봤을 때,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장면을 TV에서 접했을 때,

영화로도 많이 제작된 유태인의 홀로코스트 화면을 봤을 때 무슨 생각이 들까?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미지들은 당연히

충격과 공포, 연민과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몰아올 것이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미지를 찾아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지 손가락 하나이다.

우리는 쉽게, 습관적으로 타인의 고통을 검색하고 찾아보고 그리고....... 익숙해진다.

무뎌진다.

 

이런 이미지들을 보는 것이 우리를 더 선량하게 만들까?

우리가 대단한 연민을 가짐으로써 인류평화에 한몫을 담당하는 것일까?

 

"내 확신에 따르면 사람들은 현실의 불행과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얼마간, 그것도 적지 않은 즐거움을 느낀다."

 

"고통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격렬한 것이다."

 

 

<타인의 고통 中_ 수전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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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고 우리가 연민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 고통과 나는 상관없는 제삼자라는 반증이다.

연민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가 선하다는 증거일 수 있겠지만, 어찌 보면 그것은 뻔뻔함과 책임회피의 반응이라는 거다.

그리고 그 연민의 감정은 변하고 시들해진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타인의 고통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타인의 고통 中_ 수전 손택>

 

나의 특권이 타인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

 

우리는 상상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것은 많은 부분에서 연결되어 있어 보인다.

 

상위 몇 프로 이내의 부자들의 소유는 빈민층과 무관하지 않다.

한 기업의 눈부실만한 성공이 노동자의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나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전쟁을 하는 목적은 너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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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또한 이미지 역사의 실체를 고발하고 있다.

연출되거나 조작된 이미지들, 사진 밖에서 이루어진 전쟁들, 재현된 현실과 실제 현실의 참담함 사이 등을 말이다.

 

 

역사 속에서 사진작가들은 자국의 전쟁을 옹호하고 지속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진을 이용했다. 

 

전사들 업무의 긍정적인 이미지, 자국의 우월함을 돋보이게 하는 사진,

가난하고 미개한 곳에서만 발생하는 듯한 비극의 사진들을 찍으면서 말이다.

 

결국 많은 사진들의 순수하지 못한 성격에도 그것이 역사의 증거가 된 것이다.

 

우리가 관음증 환자처럼 타인의 고통스러운 이미지들을 들여다보면서

왜곡된 정보로 잘못된 해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연민을 느끼는 것 만으로는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정답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행동해야 하는지 더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행동해야 하는지............

 

"저는 이 책의 도움을 받아서 사람들이 이미지의 용도와 의미뿐만 아니라

전쟁의 본성, 연민의 한계, 그리고 양심의 명령까지 훨씬 더 진실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타인의 고통 中_ 수전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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