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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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도 99년생이 있다. 22세.
초등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그래도 독서를 즐겨했던 녀석이 대학생이 되어서는 도무지 책을 보지 않는다.
다른 잔소리는 집어치우고라도 책을 가까이하라는 말은 여러 번 한 듯하다. 그러나, 이제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뭐, 아무리 이야기해도 달라지지도 않았거니와, 무엇보다 책을 읽지 않아도 그만의 방식으로 인생에 도움이 되는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거란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저자는 90년대생의 특징을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로 정리한다.
"이제 어떤 사람들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치 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거나 짐승을 직접 도살하는 것만큼이나 구식이고, 심지어는 멍청한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니콜라스 키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The Shallows>
구텐베르크의 발명으로 대중화된 깊이 읽기의 관행은 점차 사라지고, 소수의 엘리트만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우리는 역사적인 표준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 글들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스마트 폰으로 소통을 하고, 영화를 보고, 오락을 즐기고, 소비를 하고, 과제를 하는 그들.
모바일 라이프를 즐기는 90년생들에겐 종이보다는 화면이 더 익숙하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는 동영상이나 다른 사람들의 올려놓은 경험을 공유하며 정보를 얻는 것이 훨씬 빠르고 간단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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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90년대생이 일터의 주인공 그리고 소비의 주체가 되어가는 현시대에는, 더 이상 예전의 문화와 관습, 마케팅으로는 기업이 성공할 수 없음을 꼬집고 있는 책이다.
90년 대생들에게는 돈을 많이 주는 회사보다는 건전한 기업문화와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
칼퇴근은 당연하고, 휴가를 당당히 쓰며, 한 직장을 평생 희생해야 할 곳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좋은 학교를 나와도, 대기업을 다니다가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다시 고시학원을 헤매는 그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이는 안정적인 삶이라기보다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다. 법이 정한 테두리, 법정 근로시간을 지켜가며 정당한 급여를 받고 그 안에서 충분한 휴식과 재미를 추구하는 삶 말이다.
간단하고 편리한 제품을 선호하며, 부조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기업의 물건을 소비하지 않고, 참여를 통한 능동적인 소비자의 역할을 의미 있게 생각하는 그들. 무엇보다 재미와 유머가 중요한 삶의 가치인 90년대생의 마음을 끌기 위한 기업의 고민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커피 브랜드의 강자 스타벅스의 성공을 엿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스타벅스의 인사팀 한 담당자는 스타벅스의 성공을 광고와 프로모션이 아닌 브랜딩에 대한 투자와 내부 직원을 첫 번째 고객으로 두고 아끼는 기업 문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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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예전과는 달라. 인내심도 없고, 산만하고, 진득한 맛이 없어. 무슨 일을 시키면 마무리가 잘 안되지. 책이라곤 도통 읽을 줄 몰라.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어른들에게 예의가 없지. 폰만 보며 그저 노는 것만 좋아해.'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시대는 달라졌고, 세상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고 있다. 꼰대처럼 판단하고 비판만 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세대 간 갈등은 커져만 갈 것이고, 다음 세대를 책임질 젊은 이들을 벼랑으로 몰아가기만 할 뿐이다.
사이먼 시넥의 표현인 이 '놀라운 아이들'을 받아들여야 하며 이들에게 신경을 쓰고 장기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기성세대들은 젊은 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살아온 세월이 더 많다고 인품과 지혜가 더 뛰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 배울 것은 배우고, 포용할 것은 포용하며 바꾸어 나가야 한다.
많은 기성세대들이 이 책을 읽고 90년생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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