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저자는
바운더리(boundary)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관계의 문제를 바라보고,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바운더리(boundary)란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나와 타인과의 경계이자 통로를 말한다.
몸의 피부와 같이 말이다.
바운더리가 너무 단단하면 폐쇄적일 것이고,
반대로 너무 약하면 주위 환경에 휘둘릴 것이기에,
자신을 보호할 만큼 충분히 튼튼하되,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이어야 한다.
필터 기능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건강한 바운더리의 형성은 늘 그렇듯이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유아동기 시절 공감과 신뢰를 주는 양육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모들은 너무 죄책감이나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안정적 애착이란 끝없는 '단절-회복'의 경험으로 만들어지는 동아줄이지,
부모의 초인적 인내와 정성으로 한 번도 금가지 않고 빚어낸 도자기가 아니다.
그러니 제발 천사 같은 부모가 되려고 하지 마라.
일시적인 단절을 받아들이되 다시 연결을 회복시켜주는 부모가 돼라."
육아를 하며 단 한 번도 아이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화내지 않고,
잘못된 훈육을 한 적이 없는 부모가 과연 있을까?
단절은 있을 수 밖에 없으니, 그 이후 회복을 거듭하며 서로에게 신뢰를 쌓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에 사회로 나아갔을 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라는 말인 듯하다.
부모의 육아형태 뿐 아니라, 타고난 기질, 주위 환경과 상황들로 인해
형성된 일그러진 바운더리의 형태는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볼 수 있다.
순응형- 누군가와 불편해지는 건 너무 싫어
돌봄형- 네가 기뻐야 나도 기뻐
방어형 - 나한테 신경 좀 쓰지 마
지배형 -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
어떻게 하면 위와 같은 잘못된 바운더리를 극복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
또 건강한 바운더리란 또 무엇일까?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진 사람은,
첫째, 관계의 깊이를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면서
자신과 관계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분별할 줄 알고,
그에 따라 바운더리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다.
둘째, '따로 또 같이' 라는 상호 존중감을 가진다.
나와 너의 다름을 존중하고,
둘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셋째,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과 고통을 헤아리는 것이지만,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더 나아가 상대의 흥미, 욕구, 생각, 재능, 행복, 미래 등
마음 전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헤아리는 것이다.
넷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갈등은 누군가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가치관과 취향, 대화방식의 차이로 인해 빚어지는 쌍방향의 문제로 보는 사람이다.
"갈등이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친밀감의 수업료' 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회복의 경험이다."
다섯 째, 솔직하게 자기표현을 하는 사람이다.
의식의 안테나가 늘 바깥으로만 향해 있으면
다른 사람 신경 쓰느라 내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에 둔감하게 된다.
부드럽고 정중한 태도로 자기표현을 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불이익이나 어려움은 없거나 적다.
"좋은 관계란 내가 무언가 불편하거나 내키지 않는 것에 대해
불안이나 곤란함을 느끼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다."
인간관계는 쉽지 않다.
가까운 사이라도 갈등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주어진 생을 잘 살아가야 하고, 그러려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한다.
건강한 바운더리를 세워 나답게 살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
먼저 나 자신의 '관계의 역사'를 아는 것이다.
왜 나는 이런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는 걸까?
부모, 형제 타인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고
그런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부모의 육아방식으로 인해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나의 부모 또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영향을 받은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용서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나의 마음에 구멍을 메우며 치유하고
과거의 나로부터 벗어나 현재의 나를 인식하는 것이다.
아이-어른의 관계에서 벗어나 어른-어른의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일관되게 느꼈던 것은
나의 소중함과, 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였다.
"관계의 변화란 상대를 내 뜻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를 내 뜻대로 바꿔가는 것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초점은 관계 안에서 '나의 변화'이며 상대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에 대한 연민을 갖자.
자주 자신에게 따뜻한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면서 나를 위로하자.
자기표현 훈련을 해보자.
자기표현을 하면 불안과 긴장이 점점 줄어든다.
더 나아가, 자기표현을 하면 할수록 자신을 좋아하게 된다.
자존감이 높아야 자기표현을 잘하는 게 아니라 자기표현을 잘하다 보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불쾌감을 차분히 표현한다는 것은 감정을 조절해서 짤막하고, 천천히, 명료하게 그 핵심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나만의 세계 (오티움)을 만들 것.
오티움(Otium)은 라틴어로 영혼을 기쁘게 하는 능동적인 여가를 뜻한다.
활동의 결과와 상관없이 활동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누리는 일들이 있는가?
음악, 영화, 글쓰기, 운동, 여행, 수집 그 무엇이든 말이다.
장 그르니에가 말한 비밀스러운 삶과도 어느 정도 닮아 있는 듯하다.
비밀스러운 삶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어떤 것이다.
인간은 혼자 살다가 혼자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러니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비밀은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이자 시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섬_장 그르니에> 중
사실 나는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고르자면, 아마 순응형에 가까울 듯하다.
거절하거나 싫은 소리를 잘 못하고
뒷감당을 끙끙거리며 했던 경험 몇 가지가 기억난다.
하지만 기억하자.
내가 거절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요청일 뿐이니
그건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이 아닐 거다.
문제는 거절하는 태도이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고, 정중하되 명료하게, 유연성을 발휘하며 거절하는 것!
나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다면
오히려 쿨하고 멋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지고 인간관계를 하는 것.
명심하고 노력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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