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문학은 전후 서독 사회의 변화과정을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라 불릴 만큼, 작가 자신의 시대 체험, 동시대인의 문제와 현실 인식 등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뵐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향한 관심을 갖고, 사회의 억압과 인권침해에 대해 깨어있는 양심의 소리를 낸 작가였다. 이 책 역시, 패전 독일이 민주, 복지 국가로 변모하던 70년대 사회를 씨끄럽게 했던, 테러리즘과 언론의 폭격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단 그 시대 그 나라에서만 있을 법 하지 않은, 바로 지금 우리 땅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 즉 언론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2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가정 관리사로 일하는 성실하고 검소한 스물일곱 살의 여성, 카타리나 블룸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범한 한 사람의 명예가, 언론의 폭력으로 인해 얼마나 처참히 실추되며 짓밟힐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결국은 블룸은 한 기자를 권총으로 살해하게 된다.
왜 카타리나 블룸이 기자를 살해 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도 <차이퉁>지의 왜곡되고 오도된 보도와, 블룸의 진실한 언어 표현을 찾으려는 자세가 대비를 이루며 읽는 내내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진실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 현실이 말이다.
3
"신문은 진실을 진실에 맞게 재연해도 진실을 더럽힌다. 그들이 다시 장미꽃이 핀다고 쓰면, 설사 꽃이 피고 있는 장미 밭 앞에 서 있다고 해도 난 의심하게 될 것이다" [ 10년 후 쓴 뵐의 후기 중 ]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하까?
특히 요즈음은, 신문과 TV 보도 외에도, SNS에 난무하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을 매 순간 접하게 된다.
좋든 싫든 말이다. 거짓 정보와 과장으로부터 우리 자신과 사회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언어의 신뢰성 회복은 가능한 걸까? 참 암울하고 참담하다.
4
"블룸은 국가가 이런 오욕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주고 그녀의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시켜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지 물었다."
"교양을 갖추고 성공한 사람들조차 얼마나 분노케하고 얼마나 거친 방식의 폭력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는지..."
"사실 잘 들여다 보면 그것은 신문 보도 때문이었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中
한 사람의 인생을 신문이나 방송이 망칠 수 있다. 그건 계층이나 직업, 출생과 빈부를 떠나서 다 마찬가지인 듯해 보인다. 부디 모두가 정의로와지길... 옳은 걸 옳다 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를....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를.... 나에게 이익이 오지 않을 지라도 말이다.
(이 부분에서, 어려서부터 우리가 조금씩 하게 되는 사소한 거짓말, 아니면 나에게 유리하게 말하거나, 과장되게 표현하는 습관들이 이 무시무시한 일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국가가 보호해 주기가 너무 어려운 일이라면, 개인이 바른 생각을 가지고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