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읽기에 어려운 책이 아니다.
진득하게 한 권의 책 읽기가 쉽지 않은 요즘, 한 part에 딸린 소제목의 글들이 길지 않기 때문에
글을 읽는 내내, 나의 독서 인내심에 한계를 느낄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필자의 말이 공감이 되며 이해하기 쉬운 말로 쓰여져서인 이유도 있겠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에 드는 나의 생각은,
이 책은 그리 쉬운 책은 아니다.
나의 말그릇은 과연 어떤가? 나는 경청하고 말하는 것을 일종의 '기술'로 다루며 다듬고 연습하고 실천하고 있었는가?
대답은 'No'다.
가족이나 타인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상처 주지 않는 좋은 말을 해야지... 기운 주는 말을 해야지...
말하기보단 듣기를 더 해 주어야지... 이런 막연한 생각으로는 살아왔다.
그러면서 어떤 날은 만족스러운 대화를,, 어떤 날은 하지 말았으면 좋았을 말을 내뱉으며
그렇게 말이다.
나의 말과 상대방의 말이 다를 때,
나의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이 전혀 다른 방향일 때, 갈등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럴 때... 이런 생각의 전환을 해 보자!
책의 내용 한 부분을 소개해 본다.
공식의 구조
A- B-C
Accident - Belief - Consequence
사건 - 믿음(공식) - 반응
동일한 사건을 두고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 사건을 대하는 개인의 믿음, 즉 공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타인의 말을 담는 그릇이 넉넉하려면 한 가지 공식에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공식의 차이가 결국 '인간성 우열'의 차이가 아니라 '경험과 공식'의 차이라는 것을 알면
한결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교류분석 이론을 보면,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는 크게 OK 방식과 NOT OK 방식이 있다고 설명한다.
OK 방식이란, 상대방에게도 이해받을 만한 동기가 있고 잘해내고 싶은 욕구가 있으며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실행의지가 있다는 것,
즉 상대방을 '꽤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말한다.
반대로 NOT OK 방식이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를 대면서 변명하고, 나태하고 게으른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실행력 없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태도를 뜻한다.
즉 상대방을 미리 '별로인 사람'으로 규정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자신은 OK 방식으로 바라보면서,
상대방은 NOT OK 방식으로 바라보곤 한다.
김윤나「말그릇」中
사람들은 저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우리는 아주 갓난아기 때부터, 살기 위해 힘든 상황에 버티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는 나만의 삶의 방식(=공식)을 만들어 살기 마련이다.
부모, 배우자, 자녀 그리고 친구와 직장 동료 등 그들의 삶의 경험이 나의 것과는 다르다.
같은 사건을 같은 시각으로 볼 수 없는 거다.
그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담을 수 있는 크기의 말 그릇을 준비하자.
NOT OK 가 아니라 OK 방식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내가 잘나고 그들이 못나서가 아니라. 우리는 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공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과
삶의 반경을 넓혀주는 책들을 가까이할 것을 권하고 있다.
'너도 나도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말 그릇을 키우는 자양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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