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열림원>

 


 

류시화 님이 엮은 잠언시집 모음이다.

간혹 낯설지 않은 인물의 작품들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처음 듣는 이름이다.

작가 미상의 작품들도 있다.

 

책 한 장을 넘기니 아주 오래전 알고 지냈던,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 지인이

정성스레 메모를 해서 선물해준 책이었다.

그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그때의 일들이 문득 생각난다.

 

누구가 되었던 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각자의 삶의 무게는 무겁고 어렵다.

 

그 인생을 살아가면서 터득한 지혜들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은 책이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한 번 적어본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행복해진다는 것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네

 

 

내 인생의 신조

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 그리고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웃음이며......

 

 

만일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무엇이 성공인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무덤들 사이를 거닐며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짜로 줄어들었다.

살아 있을 적에는 지위와 재물이 그들을 갈라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워 있다.

......

홀연히 나는 

내 목숨이 어느 순간에 끝날 것을 본다.

내가 죽음과 그렇게 가까운 것을 보는 순간 즉시로 나는 내 생안에서 자유로워진다.

남하고 다투거나 그들을 비평할 필요가 무엇인가.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돼라.

 

 


 

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

 

만일 단지 짧은 기간 살아야 한다면

이 생에서 내가 사랑한 모든 사람들을 찾아보리라.

그리고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확실히 말하리라.

덜 후회하고 더 행동하리라.

또한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모두 불러 봐야지.

아, 나는 춤을 추리라.

나는 밤새도록 춤을 추리라.

 

하늘을 많이 바라보고 따뜻한 햇빛을 받으리라.

밤에는 달과 별을 많이 쳐다보리라.

그다음에는 

옷, 책, 물건, 내가 가진 사소한 모든 것들에 작별을 해야겠지.

그리고 나의 삶에 커다란 선물을 준 대자연에게 감사하리라.

그의 품속에 잠들며.

 

 

이 시는

한 신부가 제공한 이름 모를 여대생의 시이다. 

불치의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나?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나?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이대로 죽음을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마무리여 보인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췌장암을 앓던 직장 동료의 여동생. 30대 후반? 40대 초반?

암을 인지한 지 6-7개월 되었을까? 너무나 빨리 다른 세상으로 가버렸다.

 

슬프고 허무하다. 그녀의 인생 그리고 남아있는 우리네 인생도.

부디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기를.......

사랑하는 가족 옆에서 따스한 미소를 머금고 눈 감았기를.......

 

 

 

 

 

 

 

 

 

<2009, 시그마북스>

 


 

사람은 누구나 상처가 있다.

 

특히나 요즘처럼 급변하는 사회, 이기심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

질병과 자연재해가 세상을 압도하고 있는 세상에서는

더더욱이 그렇다.

 

이름을 알기에도 너무 많은 질병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성폭력과 학대 등 

내 주위에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도 이제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뿐인가!

내겐 별것 아닌 일인데 누군가에겐 큰 상처로 느껴진다면 그건 더 이상 사소한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일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트라우마가 틀림없다.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우리는 서로 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그렇게 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한 트라우마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총 24편의 영화들.

그중 내가 봤던 영화들이다.

 

 

1.

 

바람피운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은 후,

하나뿐인 아들마저 잃어버린 비운의 주인공 이야기

 

밀양

 

 

 

2.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속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21그램

 

 

 

3.

 

어린 시절 어긋난 아버지의 사랑으로

정신병원까지 가게 된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야기

 

샤인

 

 

 

4.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방황하는 한 남자와,

살아남은 한 여자의 상처 이야기

 

가을로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고통받는 주인공들의 트라우마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커다란 상처이다. 

그들은 과거의 상처로 세상과 단절한 채, 혹은 자신만의 삶의 방식으로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도 그들을 위로해 주지 못하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수수방관, 수동성, 무관심 등으로 또 다른 상처를 준다.

 

치유의 시간은 오래 걸린다. 정말 너무도..........

 

모두 삶과 상처 그리고 치유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주는

인상적인 영화이다.

 

 

그중, 가을로라는 영화도 참 좋다. 

 

 

전남 우이도- 담양 소쇄원-내연산-울진 해돋이 공원- 구절리 전나무 숲-정선의 여기저기 등.......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가을 풍경과,

여행지를 거닐며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은 영화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아름답고 고요한 자연의 풍경은 복잡하고 시끄럽고 위태로운 도시에서의 삶이

두 사람에게 준 상처를 따스하게 안으며 치유해주는 듯이 느껴집니다.

<치유의 심리학(김준기) 중>

 

 

영화의 두 주인공은 서로 그 상처를 말하고 토해내고 오열하며 그 사건을 마주한다.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보게 된다.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순 있다.

<카를 바르트(Carl Bard)>

 

 

 

 

5.

 

낮은 아이큐와 불편한 다리로 인해

어려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검프의 인생역전 이야기 

 

포레스트 검프

 

 

자신의 인생을 원망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의 삶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트라우마 마저도 치유해 주는 그의 삶의 태도는 

보는 이들에게도 희망을 준다.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 you never know what you are gonna get.

<Forrest Gump>

 

 

인생은 한 상자의 초콜릿과 같다.

내가 고른 것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을지 모른다.

씁쓸할 때도, 부드러울 때도, 쓰러지게 달 때도, 딱딱할 때도 있다.

내가 싫어할 수도,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것은 초콜릿이다. 

 

인생은 그렇다.

 

아무리 불행한 인생일지라도

중간중간 달콤한 초콜릿과 같은 순간은 반드시 있다.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말고 오로지 현재에서 행동하자.

상황에 맞게 내 마음을 다스리자.

 

자책하지 말자.

It's not my fault!

 

그렇다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누굴 원망하지도 말자.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아들이 그런다.

학창 시절 후회되었던 모든 것들, 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은

생각해보니 누구의 탓도 아닌, 자신이 용기가 있었더라면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고,

망설일 필요가 없었던 거라고, 그래도 괜찮았을 거라고.....

 

그리고.......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래도 되었고, 또 안 그랬어도 다 똑같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다 별거 아니라고 말이다.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는 아들인 거 같아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책과 영화를 되돌아보니,

트라우마에 갇혀 고통과 단절 속에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공감과 이해가 

그리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함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2003, 현대문학>

 


 

가브리엘 루아의 작품을 한 권 더 읽어보았다.

 

<세상 끝의 정원>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황량한 낯선 땅에서 가난과 결핍으로 살아가는 다문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여섯 편의 중단편 소설의 모음이지만, 이 모두 이어진 한 편의 소설인 듯 읽힌다.

 

 

주인공은 18세의 신입 여교사이다.

그러나 작가가 이 책을 쓴 나이는 67세였다고 한다.

젊은 시절 여교사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이 책은 그녀의 삶의 마무리 단계에서 피어난다.

 

그녀의 책이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유가 있었다.

 

작가는 불어가 모국어인 집안에서 태어나,

영어 사용 지역인 마니토바에서 '이방인'으로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 자란 어린이들을 가르쳐야 했던

교사로서의 자신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은 쉽지 않다.

어른들에게서 받는 스트레스와는 또 다른 무엇이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다 보면 원대했던 초심을 잃어버린 채,

타성에 젖어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이 아이들의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교사라는 직업이 특별하고 소중한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한 아이 한 아이가 특별하며

그 개인에게 집중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임을.........

 

조급하게 지식을 쑤셔 넣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고

사랑과 친절함을 유지하며 공감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말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알지도 못하는 그 누군가에게,

나의 경우처럼 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경험 없는 풋내기 여교사에게

사람들은 이 지상에서 가장 새롭고 가장 섬세하고 가장 쉽게 부서지는 것을 위탁한다는 것을 느낄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_<집 보는 아이 중>

 

 

 

사실 내가 일생동안 느꼈던 그 뜨거운 욕구,

지금도 내가 각자에게서 최고의 것을 얻어내려고 싸우는 그 욕구는

사랑이었다._<찬물 속의 송어 중>

 

 

 

진실된 마음과 태도로 한 개인을 대하는 것.

그 기본은 사랑일 것이다.

 

사랑을 도무지 하지 않을 수 없는 가족과의 사랑만 중요한 것은 아닐 거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한 개인을 사랑하는 일.

나와는 상관없지만 이 땅에 존재하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이 어려운 것을 노력할 때 비로소 진실된 교육과 가르침은 따라올 것이다.

 

그러니 교육이란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__________

 

 

 

 

 

 

 

<현대문학, 2004>


이 책은 가브리엘 루아의 네 편의 중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삼리웡, 그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한 나그네가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우두 골짜기

세상 끝의 정원

 

 

캐나다 서부 내륙의 넓은 평원지역에 정착한 소수민족, 이민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그들을 따스한 연민의 감정을 느끼며 바라본다.

 

모든 것의 결핍으로 도저히 살 수 없을 지경이 된 사람들.

알지도 못하는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 새로 인생을 시작하려는 그들에게는 

대단한 포부도 무시무시한 두려움도 공존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또 다른 고통과 어려움은 늘 줄지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려움 가운데서도 각자의 방법으로

인생을 개척하고 살아나가는 

인간들의 연약함과 슬픔을 책을 읽으면서 끝없이 느꼈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에게서 소박하게 느껴지는 행복의 기운은 

더 슬프고 가엾다.

 

 

 

[세상 끝의 정원]

 

우크라이나에서 넓디넓은 캐나다 땅으로 이민 온 마르타.

몇 페이지 안 되는 이 소설 속에서 그녀의 삶을 돌아보기란 쉽지 않겠지만,

황량한 터에서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생각해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살만하게 집을 갖추고,

힘든 노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산 세월들.

 

사랑스러웠던 자녀들은 살길을 찾아 떠나고

다정했던 남편은 활기를 잃어버린 채 무뚝뚝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녀가 견뎌낸 세월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인적 없던 벌판에 여러 종류의 꽃과 식물을 심음으로 그녀만의 정원을 만든다.

그리고 그 무수한 세월을 피고 지는 꽃들을 가꾸고 바라보며 견뎌낸다.

 

 

 

그녀는 여름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짧은 계절을 붙잡아 아름답게 꾸며서 그것이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기 위하여 그녀가 일생 동안 바친 모든 노력을 생각했다. 마치 여름에만 희망을 걸고, 있는 힘을 다해서 노력할 가치가 있다는 듯이......... 사실 그녀는 여름을 얼마나 소중히 해왔던가.

여름은 희망 못지않게, 젊음 못지않게 커다란 신비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세상 끝의 정원_가브리엘 루아> 중

 

 

 

그녀는 그 정원 안에 꽃들만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의 삶 그 자체를 가꾸어놓았던 것이다.

 

 

 

그녀는 적어도 곁에 거느린 자녀들과 매일같이 그에게 말을 걸어주었던 착한 남편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 그것들은 그녀를 위로해주는 것들이었다. 

 

<세상 끝의 정원_가브리엘 루아> 중

 

 

 

 

비길 데 없이 정성스럽게 가꾸었던 여름의 꽃들은 매서운 추위나 바람으로 몇 시간 만에 참혹한 모습을 하고 만다.

찬란했던 우리의 인생은 어느 순간 고통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잘 살아보지만 끝내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된다. 

 

그녀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불멸은 가능한가? 저 너머 세상에서 영혼들은 죽지 않고 살아남게 될까? 

초라하고 보잘것없었던 그녀의 삶은 이 세상 밖에서 받아들여 질까?

 

 

 

그녀가 그토록 좋아했던 그 바람이 가금 그녀를 기억해주고 이 고장을 더듬고 다니며 풀잎들을 흔들다가 그녀의 삶에 대하여 뭔가를 말해주기만 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았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바람이 심심할 때면 그녀에게서 위안을 얻고 그녀는 또 그 떠도는 정령에게서 위안을 얻고..........

 

마르타는 두 손을 마주 잡았다. 한숨이 나왔다. 대기와 바람과 풀들의 이 겸허한 불멸에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맡겼다.

 

<세상 끝의 정원_가브리엘 루아> 중

 

 

 

 

췌장암을 앓고 있는 직장 동료의 동생.

암 소식을 접한 지 불과 6개월 조금 더 된 것 같은데

그동안 몰라보게 살이 빠졌고, 이제는 혼자 거동도 어렵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비관적으로 본다고 한다.

너무 고통스러워 호스피스 병동에 보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는 이야기를 어제 들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생을 마무리할 준비를 하는 그녀.........

 

말년에 암으로 투병했던 마르타의 삶 가운데서도

여름날의 화려함과 반짝거리는 순간이 있었듯이,

 

유독이 가족을 잘 챙겼다던 그녀의 생가운데도 그런 무수한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순간들로 버티고 살아가는 우리가, 언젠가 삶을 떠나야 할 때,

 

그 찬란했을 여름날을 기억할 수 있기를.

그래서 대자연에 나를 맡기고 아쉬워하지 않기를.

잘 살았다고. 행복했노라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1996, 열림원>


이청준의 자전적 소설 <축제>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제목만으로 책의 내용을 짐작했다가는 전혀 다른 소재로 인해 당황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한 노인의 죽음과 장례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편을 여의고 홀로 어렵게 자식들을 키웠지만,

 

큰 아들은 재산을 탕진하고

술병이 나 결국 농약을 먹고 생을 마친다.

 

작은 아들은 중학교 무렵 타지로 보내야만 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억척같이 살았지만 그 덕은 보지 못한 채,

치매로 피붙이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죽어간 슬프고 허망한 인생.........

 

둘째 아들 준섭.

늘 고향으로 돌아와 모시고 잘해드리고 싶었지만

그 또한 홀로 어렵게 학업을 마치고,

결혼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까지 삶이 녹록지 않았다.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내가 입에 풀칠하고 가족을 건사하며 살다 보면

타인은 고사하고, 어려움에 처한 가족, 심지어 부모를 돕는 일도 어려울 수 있다.

이렇다 저렇다 핑계인 듯한 말을 속삭이고, 마음으로만 효를 하는 것 같은 그 상황이 참 슬프다.

 

자식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셨기에 한없이 작아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준섭은 참담함 마음으로 장례를 치르게 된다.

 

어려운 시기를 보낸 만큼

가족들 간의 불만과 서운함 원망과 미움 등 미묘한 감정들의 골이 깊어져 있던 준섭의 가족들.

 

이 소란스럽고 계획처럼 되지 않는 장례식의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의 감정들을 소리 내고 추스르고 다독일 수 있게 되어간다. 

 

마지막에 찍은 가족사진.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떠난 이와의 추억과 이야기와 사연들을 각각 가지고 있었다.

삶의 증인을 잃어버린 슬픔을 함께 느끼는 사람들이다. 물론 준섭의 맘은 더 남달랐겠지만 말이다.

 

" 노인과 함께 한 세월이 형수님도 길었지만, 나는 물론 그 형수보다도 더 길었던 셈이지요. 그러니 나는 이제 첫 출생서부터 나를 가장 오래고 깊이 알고 있던 내 생의 증인을 통째로 잃고 만 셈이지요.

내 지난날과 함께 앞날에 대한 가장 소중스러운 삶의 근거까지 말이오."

<축제_이청준>

 

소설에서는 요즈음은 거의 볼 수 없는 장례절차들이 묘사되어 있다. 

망자를 편안히 보내기 위해 최대한 공을 들이고 정성을 들였던 옛 선조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듯하다.

 

두 해 전, 아흔이 넘으신 시아버님을 보내드리고 겪은 장례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상조회사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결정만 하면 되었다.

예식뿐만이 아니라........... 많은 것들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사전적 의미의 축제는 

 

1) (기본 의미) 어떤 대상이나 분야를 주제로 하여 벌이는 대대적인 행사.

2) 정해진 날이나 기간을 축하하여 흥겹게 벌이는 의식이나 행사.

 

이 이야기는 왜 축제일까?..... 생각해봤다.

 

장례식에 오가는 많은 친지들과 지인들은 정말 오랜만에 만남을 갖는다. 

위로와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는다.

 

떠나는 이를 보냄과 동시에, 남아있는 이들을 위로해 준다.

고인의 살아내었던 시간들을 인정해 주고, 남아있는 자들의 살아갈 시간을 격려해 준다.

캐캐 묵은 마음의 감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관계를 열어나가는 장이기도 하다.

 

어떤 죽음인지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장례예식을 다른 관점으로 보니 또 달라 보인다. 

 

죽음이란 걸 그 말과 육신의 힘든 자기 속박으로부터의 해방 같은 것으로 생각해 본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보다 깊은 무엇, 삶의 궁극이나 그 완성 같은 것.........

<축제_이청준> 중

 

영화 대본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와, 이청준 특유의 문체,

그의 소설 <눈길>,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 내용의 삽입 등

독특한 책의 구성과, 어머니의 사랑과 죽음 그리고 장례식이라는 소재 때문인지

 

책을 다 읽은 후,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뒤섞여

정리되지 않은 채 혼란스러워진다.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이는 다른 이유와 사정이 있는 각 개인의 감정이

나에게는 동일한 비중으로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 소홀히 다룰 마음이 아니다.

 

영화는

장례식의 과정 등에 집중하며 소설과는 다른 시선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챙겨봐야겠다.

 

 

 

 

 

 

 

 

<인플루엔셜, 2020>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라는 프로에서 진행한 

코로나 이후 시대에 대한 대담이 책으로 나왔다.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라 귀를 더 기울이게 된다.

 

 

이제 우리, 전인류는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을 머뭇거리거나 주저해서는 안된다.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꿀 절호의 기회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는 생활방식에 대한 지혜로운 글들을

생태학, 경제학, 서비스 융합 디자인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에서 읽을 수 있다.

그 시대를 살아갈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인 듯하다.

 

 

1. 생태와 인간_최재천

2. 경제의 재편_장하준

3. 문명의 전환_최재붕

4. 새로운 체재_홍기빈

5. 세계관의 전복_김누리

6. 행복의 척도_김경일

 

 


 

 

코로나는 전염병이긴 하지만, 인간들이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고 훼손하는데 원인이 있다.

지구온난화로 열대지방의 박쥐는 온대지방으로 넘어오고 있고,

뎅기열을 유발하는 모기는 대만까지 북상했다.

 

시베리아 같은 극지방의 동토가 녹으면서

예전에 탄저균으로 죽었던 순록 사체가 드러나며 탄저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갈수록 주기가 짧게 찾아오는 전염병.

그 백신을 기다리다가는 인류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지도 모르겠다.

 

생태 백신과 생활 백신이 답이다.

 

생태 백신!

생활 속에서 기후 변화를 줄이기 위한 크고 작은 노력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소비자들은 그들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생활 백신!!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상화하고, 쓸데없는 접촉을 피하며 우리 삶의 거품을 뺄 필요도 있겠다.

비대면 분야의 경제는 앞으로 커질 것이다.

 

이러한 전환을 이루지 못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고집스러운 기존의 생활방식을 과감히 던지고, 배우고 도전해야 하겠다.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지혜로운 만족감을 갖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WANT가 아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LIKE를 추구해야 한다.

 

남과 비교하며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대신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고,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함께 공존할 때 우리는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소확행, 스웨덴의 Hugge(휘게)등 작고 소박한 일에 행복을 느끼고 시간을 보내자는 단어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개념이다.

 

미래를 내다보며 자연을 건드리지 말고

적정하게 소박하게 간소하게 사는 것.

 

비록 느슨한 사회적 관계이지만

진실되게 상호 도움을 주며 따뜻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적정한 행복감을 갖고 무리 없이 살아낼 수 있는 방법인 듯하다.

 

 

경제,  공공복지, 4차 산업혁명,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등의 관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 등에 대한 의견들도 담겨있다.

 

많은 분들이 관심 있게 읽어보고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갈 준비를 갖추길 바라본다. 

 

 

 

 

 

<문학동네, 2016>

 


 

보후밀 흐라발. 낯선 이름이다.

 

<변신>의 프란츠 카프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프라하의 봄 이후, 체코의 많은 작가들이 프랑스로 망명하여 프랑스어로 글을 쓴 것과 다르게,

흐라발은 끝까지 체코에 남아 체코어로 작품을 썼다고 한다. 

 

올곧게 절개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그 자체만으로 그는 대단하다.

 


 

그의 작품을 내리 두 번 읽었다.

132 페이지의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말이다.

어렴풋이 나의 머릿속을 떠다니는 온갖 시끄러운 고독만이 나에게도 남아있다. 

 

책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따뜻해지며 울음이 와락 쏟아져내리려는 걸 참았다.

 

삼십오 년째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 햔타에 대한 연민과

그의 삶의 고단함에 대한 동정.

그럼에도 한줄기 빛을 찾아 살아 내려했던 그의 삶에 대한 찬사.

 

나이 듦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공허감과 젊음에 떠밀리는 무력감.

 현실을 맞서 미래로의 전진을 끝내 하지 못하고, 근원으로의 후퇴를 한 그의 운명.

 

책더미 속에서 소장의 눈초리를 받으며 뜻하지 않게 쌓은 그 대단한 '교양'덕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마친 그의 운 없는 인생.

 

이 모든것들이 너무 슬퍼서였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의 구석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일들이 생각나 더 아프다.

 

살아내기 위해, 부조리와 맞서기 위해 피땀을 흘리며 견디고 도전하지만

결국은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처참히 무너져 내리는 인간들.

 

반면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상도 하지 않았던

무언가가 되어있는 인간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나 자신과 나 자신의 밖과 안에서 이루어지는 삶 역시 마찬가지다.

 

_ <너무 시끄러운 고독> 중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

 

_ <너무시끄러운 고독> 중

 

 

홀로 세상에 맞서야 해. 마음이 안 내키더라도 사람들을 보러 나가 즐기고 연기를 해야 할 거야.

이 땅에 발붙이고 있는 동안은 말이야.

오늘부터는 수심에 찬 원들만 소용돌이치는군........ 전진이 곧 후퇴인 셈이지. 

 

_ <너무 시끄러운 고독> 중

 

 

한탸는 후퇴로의 전진을 하길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근원으로의 전진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너무 시끄러웠던 고독이 

그의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소멸되면서 떠올렸던 이름 하나 그의 작고 여린 연인이었던 이름.

그는 그 아름다웠던 이름을 기억하며 별이 된다. 

 

 

세상의 축소판인 압축기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짓이겨놓을 때도

그 안에서 궁극적으로 최상의 것이 탄생하리라는 믿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

 

_<옮긴이의 말> 중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제각각의 상황과 사정과 지나온 길들이 모두 안쓰럽고 불쌍하다.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강한 여운으로 남는다. 

 

 

 

 

 

 

<시공사>

 


 

 

몇 해전 딸아이가 "엄마가 읽으면 재미있어할 거야"라며 추천해 준 책.

그때 그 잔잔한 로맨스에 '심쿵'한 느낌을 오랜만에 느꼈었다. 잠시 소설 속에서 사는 듯한 감정도 느꼈었고........

나에게도 아직 이런 감정이 남아있구나! 

 

얼마 전 다시 딸이 "사서함에 나오는 여주인공 공진솔을 생각하면 엄마 이미지가 떠올라." 

그 말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이 나의 느낌을 떠오르게 하다니!

그래서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이도우 님의 소설은 모두 잔잔하고 재미있다. 추억 속에 잠기게 하거나 마음을 울린다. 그래서 난 그녀를 좋아한다.

다시 읽으면서 진솔과 나의 비슷한 점이 과연 있을까? 딸아이가 어떤 연유로 나를 떠올렸을까?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내성적인 성격과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는 삶의 방식. 그러나 해야 하는 것들과 놓치기 싫은 것들에 의외로 적극적인 모습? 그런 부분들은 어느 정도 비슷해 보였다.

 

소설의 배경은 익숙한 서울의 거리들이다. 마포 거리, 인사동, 광화문, 종로, 혜화동 등, 그리고 근교 남양주의 고즈넉함.

인사동, 광화문, 혜화동은 익숙한 곳이지만 여유롭게 걸으며 새롭게 느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낯선 마포 거리와, 아직 가보지 못한 낙산공원, 그리고 남양주의 풍경들도 보고 싶다. 

 

 

흘러가는 세월에 묻혀버린 풋풋했던 첫사랑, 연애시절의 설렘과 아픈 감정들까지 소환하여 기분 좋은 추억에 잠기고 싶은 이들과 목하 그런 사랑을 하고 있을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04, 21세기 북스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사람마다 가치관과 생각, 환경이 다르기에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겠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건강, 재물, 사랑 등 빼놓을 수 없는 조건들이 있다.

그러나 프랭클린의 가장 큰 행복의 조건은 '덕 있는 삶' '완전한 성품'이었다. 그리고 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랑의 기술, 노동의 기술, 대화의 기술 등처럼, 덕을 이루기 위한 기술을 우리는 평생 익히며 살아야 한다.

 

 

원칙 1. 사람은 덕 있는 삶,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 때만 행복하다.

 

세속의 욕망에 너무 큰 가치를 두면 만족이 없다. 행복해질 수 없다. 확고한 가치관과 성실함이 있으면 대단하고 힘 있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상황에도 침착함과 담대함을 가질 수 있다. 항상 솔직하게 말하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원칙 2. 덕을 쌓기 위해서는 좋은 계획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한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일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좋은 사람이 되는 일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침착, 순결, 겸손의 덕목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노력하자! 

 

 

원칙 3. 사람들은 진정한 이익과 정반대의 길로 갈 때가 많다.

 

나의 이익이 당장에는 커 보이지만 대중의 이익을 우선하자.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옳다고 생각되는 일을 해야 한다. 분노를 살만한 표현 '분명히' '확실히'와 같이 절대성을 나타내는 단어들보다는 '이러저러하게 생각합니다' '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런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다툼을 일으키지 않고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원칙 4. 올바르게 번 돈은 은혜일 수 있지만, 그 반대는 항상 재앙이다.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가장 큰 낭비이다. 필요 없는 것을 사면 꼭 필요한 것들을 팔게 될 것이다. 옷을 뽐내길 좋아하는 것은 저주이다. 환상을 좇기 전에 지갑부터 살펴라. 처음의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그에 따른 다른 욕망을 채우는 것보다 쉽다. 벌 수 있는 만큼 벌어라. 그리고 그것을 지켜라. 그것이 당신의 납을 금으로 바꾸는 철학자의 돌이다. 즉, 부자가 되는 길은 근면과 절약!

 

 

원칙 5. 올바르게 생각할 때 올바른 행동이 나온다. 

 

 

원칙 6. 건강은 되찾기보다 지키기가 훨씬 쉽다.

 

 

원칙 7. 행복은 마음에서 솟아난다.

 

인간의 행복은 대단한 행운보다는 날마다 일어나는 작은 일들에서 올 때가 많다. 내가 혹 불행하다고 느낄 때면 다른 사람의 기쁨과 행복을 즐거워 하자.(어렵겠지만!) 그러면 나의 불행을 벗어나는 일이 즐겁게 느껴질 것이다.

 

 

원칙 8. 진실과 정직이 부족하면 모든 것이 부족하다.

 

 

원칙 9. 이웃과 잘 지내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인생이 훨씬 만족스럽다.

 

의견 차이에 이기심과 정욕이 더해지면 오는 분쟁. 다른 이들을 비판하며 결점을 들추지 말고 분쟁이 있을 때는 신중히 말하고 보복하지 말자. 무시가 더 낫다. 

 

 

원칙 10. 모든 인간관계 가운데 가장 지속적이고 만족스러운 관계는 가족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결혼한 후에는 반만 떠라. 감싸고 위하고 사랑하라는 말.

 

 

원칙 11. 덕 있는 삶의 열매는 늙어가면서 더욱 분명해진다.

 

할 일이 있고, 쾌활하며, 양심에 거리낌이 없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편안한 노년은 없다. 덕 있는 사람의 열매.... 이런 노년을 살기를.

 

 

원칙 12. 신앙은 행위를 규제하는 강력한 기준이다.

 

종교는 우리의 행동을 규제하는 강력한 기준이 되고, 우리의 마음에 평화와 고요함을 주며, 우리를 자비롭고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으로 만든다.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는 아마 프랭클린 자신이 삶에서 보여준 덕과 근면함, 정직과 확고한 가치관 등 본받을 만한 인품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훌륭한 업적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조리한 사회를 탓하는 건 둘째 치고, 나를 점검해 볼 때이다.

절제하고 있는지? 정직한지? 만족하는지? 세상것에 헛된 낭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족과 이웃과 평안한 지? 나의 노년의 행복이 그려지는지?............. 늘 깨어있자.

 

 

 

 

 

 

<민음사>

 


 

The Catcher in the Rye 

호밀밭의 파수꾼. 그는 과연 호밀밭에서 무엇을 지키는 걸까?

 

 


 

유명한 사립고등학교의 학생, 홀든 콜필드. 그는 매사에 부정적이며 불만이 많은 17세 소년이다. 

부유한 집안, 교육열 있는 부모덕에 좋은 학교에 입학하여 지내지만, 공부나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4과목이나 낙제를 받은 후 퇴학 통보를 받게 된다.

이 소설은 그 후 학교 기숙사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2박 3일의 가출 기이다.

 

 

1951년에 쓰인 책이지만, (문화의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질풍노도를 겪는 청소년들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한 일들을 경험하는 듯하다. 세상에 대한 반항,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 틀에 박힌 배워야만 하는 학업과 늘 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싫증, 그리고 다툼을 일으키는 친구들과의 문제들............. 그뿐인가, 이성에 대한 관심과 연애, 담배나 술, 클럽 문화에 대한 호기심 등으로 불안한 자아.

 

 

홀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호되게 사춘기를 겪는 학생이었다. 담배와 술, 연애도 하고 친구들과 싸우며, 선생님들과 부모님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고 공부도 게을리하는 그런 전형적인 문제 학생이었다.

그러나 글 곳곳에서 선한 마음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가령 여자 친구의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수녀들의 소박한 식사에 부끄러워지는 자신, 큰돈을 선뜻 기부하는 행동, 좋아하지 않는 친구지만 밀어내지 않고 받아주며 참아주는 태도, 길을 묻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친절함과 동생 피비에 대한 사랑 등이 그것이다.

 

 

그가 혼란스러웠던 것은 '순수'와 '속물'사이의 경계에서 순수를 바라는 마음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혼란은 반항과 일탈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이 아이러니하게도 순수한 행동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안다.

 

 

 

"만약 내가 그놈의 선택이라는 걸 할 수 있다면 말이야"

 

...........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 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꼭 붙잡아주는 거지.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_<호밀밭의 파수꾼 중>

 

 

 

그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단지 순수한 것들이다. 하늘나라에 간 사랑하는 남동생 앨리, 귀엽고 순수한 여동생 피비, 형의 순수했던 소설, 욕심 없는 수녀들의 소박한 식사, 스스로 삶을 마감했던 친구의 굴하지 않았던 태도, 자유로운 배움,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모든 순수한 것들 말이다.

점차 어른이 되어가면서 퇴색하게 될 그 순수함 들을 지켜내고 싶었던 거다.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지키듯이 말이다. 그러나 홀든도 알았다. 그런 순수는 결국은 지켜질 수 없는 것들이란 사실을........, 결국 그는 혹독했던 방황 끝에 다시 학업을 시작하고 주어진 삶을 살아나갔을 것이다. 

 

 

 

난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한 걸 후회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이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 것뿐. 이를테면, 스트라드레이터나 애클리 같은 녀석들까지도.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_<호밀밭의 파수꾼 중>

 

 

 

그에게 이런 순수에의 갈망과 방황은 어느 정도는 숨기고 싶은 과거 이야기로 남아 있었을 거다. 그러나 어둠과도 같았던 이 시기를 지나올 수 있었던 건, 아마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멀리 떠나버리려 했던 홀든의 마음을 돌렸던 피비의 순수한 행동 같은 것 말이다. 

속물 같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그 순수한 것들, 아련하게 미소 짓게 만드는 소중한 것들. 가족과 따뜻한 사람들, 사랑...... 그런 것들 말이다.

 

 

이 책은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와'는 조금은 다른 성장통을 겪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두 주인공 모두 만만한 인생을 살고 있어 보이진 않는다. 한 인간이 그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 살아간다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많은 진통을 겪으며 사는 것이다. 나에게 다가오는 어떤 크고 작은 일들에 맞서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게 삶을 살기를......... 다가오는 위험과 불행을 무던히 넘겨가기를........ 그래서 모두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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