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을 다시 꺼내 읽었다.
지금 중년이 되어 읽는 데미안은 훨씬 더 마음에 다가온다. 잘 이해되지 않았고 어려웠던 부분들마저도 흥미로웠으며, 나의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한 소년의 성장소설이 이제 와서 더 많은 울림을 준다는 게......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간.
어느 정도는 선하고, 어느 정도는 악하다. 선과 악을 되풀이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는 그 가운데 나를 만들어가며 투쟁한다. 요즘 극장가에서 재개봉 한 영화 <The Dark Knight>. 아들의 추천으로 집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도시의 악과 싸우기 위해 폭력과 파괴와 공포를 조성하는 배트맨의 행동은 선인가 악인가?
정의를 위해 싸웠던 영웅, 하비 검사의 종말은 위기의 상황에서 절대 악으로 변모한다. 그는 선한 인간인가 악한 인간인가?
"이 양극단을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운명으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을 맛보는 것이 나의 운명으로 보였다. 나는 운명을 동경했고, 운명을 두려워했지만, 운명은 늘 거기 있었다. 늘 내 위에 있었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
한 인간은 어떻게든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고, 그런 연대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다. 하지만 한 개인의 운명은 개인의 세계다. 각각의 존재는 하나의 우주다. 소홀히 다룰 존재가 아닌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내가 해야할 일은 나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는 것이며, 운명을 내 안에서 완전하게 굴절 없이 살아내는 것이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
내 자신의 꿈, 살고자 하는 방향성, 도전하고 싶은 일들....... 이것들을 위해 깨뜨려야 하는 단단한 것들을 박차고 나오기란 정말 어렵다. 어쩌면 지금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 두려워 우리는 영원히 안락한 세계 안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진보는 어렵다. 어쩌면 악이다. 바꾸는 건 진통이 따르고, 번거롭다. 많은 비난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는,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그것마저도 나의 인생임을 인정하며 기꺼이 살아가는 것이 나의 세계를 의미 있게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연대는, 개개인들이 서로를 앎으로써 새롭게 생성될 것이고, 한동안 세계의 모습을 바꾸어놓을 거야. 지금 연대라며 저기 저러고 있는 것은 다만 패거리짓기일 뿐이야. 사람들은 서로에게 도피하고 있어. 서로가 두렵기 때문이야. 노동자는 노동자들끼리, 신사는 신사들끼리, 학자는 학자들끼리! 그런데 그들은 왜 불안한 걸까?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해서 불안한 거야."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
닥친 운명을 회피 말고 받아들이기! 어려움을 맞을 준비를 하기! 그래서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기!
그런 후에야 연대를 통해 진정한 명랑함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아름답다.
또 하나의 성장소설인 <호밀밭의 파수꾼>도 다시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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