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첫 휴가다.

올 2월 중순 입대 후, 6개월 하고도 며칠이 지났다.

 

아린 마음과 걱정의 시간들을 지나,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거니 어찌어찌 시간은 가겠지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중이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군인들의 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아들의 휴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군복과 군화, 군모까지 갖추어 입은 아들을 보는 순간 믿어지지 않았다. 

부지런히 퇴근한 우리 부부는 허둥대느라 그 모습을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

 

많이 달라지지 않기를 소망했었다. 

 

더 의젓해진 것도 같고, 군복을 벗으며 하나하나 정리하고 챙기는 모습이 좀 낯설었다. 아주 짧은 머리카락은 아니지만 고르지 않게 자란 머리 모양도 익숙하지 않았다. 샤워 후 꼼꼼히 로션을 바르며 자신의 몸을 신경 쓰는 모습도 달라 보였다. 다리에 생긴 많은 멍자국은 높은 지형을 오르내리며 총이나 나뭇가지 바위와 계단 등에 부딪힌 상처인 듯 보였다. 

 

 

소파에 앉아 쉬는 아들 옆에 걸터앉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훈련소에서 불었다는 살은 다 어디로 간 건지 빼빼한 모습 그대로다. 환한 웃음과 시커먼 눈썹, 잘생긴 얼굴도 다르지 않다.

태극마크가 새겨진 가방에서 박스 두 개를 꺼내 쇼핑백에 담아 건네며 쑥스러운 듯 미소 짓는 모습도 익숙하다.

휴가 나오기 전, 카톡 메시지로 보내 준 음식 리스트를 보며 먹성이 좋아졌을 줄 알았는데 막상 먹을 때 입이 짧은 것도 그대로다. 동생이 사 온 패밀리 사이즈 아이스크림을 수저로 떠 개인 그릇으로 옮길 때 어설프게 날아가는 아이스크림 파편에 모두 웃음이 터져버렸다.

 

다행이다. 달라지지 않아서........ 아직 1년의 세월이 남아있지만 다를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꿈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다. 군내에서도 틈틈이 그 꿈을 향해 무언가 조금씩 하고 있었다.

기특하다. 

 

딸은 방학 중 기숙사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2학기는 비대면 수업으로 집에서 지내게 될 예정이다.

오랜만에 각 방이 주인을 맞이했다. 거실은 TV 소리와 이야기 소리,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아침에 일어나 싱크대 개수대에 나란히 담겨있는 네 개의 유리잔을 보며 맘 한편이 짠했다.

아들의 편안하고 힐링되는 휴가와, 딸의 행복하고 즐거운 2학기 생활을 응원하는 마음을 소리 없이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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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睡蓮).

밤이 되면 잠자 듯 꽃잎을 접고, 아침이 되면 다시 피는 꽃. 

호수 산책은 늘 오전이니 잠자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수면 위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내밀고 수줍게 떠있는 은은한 자태가 아름답다.

큰 키와, 화려하게 구불거리는 너른 잎, 연근을 제공해 주는 연꽃과는 다르지만, 그 못지않게 아름답다.

 

 

 

7월 4일, 광교 호수공원

 

 

흰 색, 분홍색, 심지어 노란 옷을 입는 화려한 꽃들이 물 위에서 반짝거리며 깨어있다.

초록의 무수한 잎들을 배경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 위에서 자라는 꽃이라.... 도무지 자연의 섭리는 신기할 뿐이다.

 

 

 

7월 11일, 광교 호수공원

 

한 주 후, 확연하게 많아진 수련의 잎들과 꽃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뗏목을 타듯, 나룻배를 타듯, 수련 잎에 올라 호수를 건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트 모양이라 우겨도 될 법한 잎의 모양, 풍성한 꽃잎, 화려한 색감과 생기 있는 수련은 모습은 흐린 물에서 유독 아름답게 느껴진다.

 

 

 

 

철마다 지루하지 않게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공원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요즘 이 날도 비가 쏟아졌다.

잠시 파라솔이 있는 야외 Cafe에 앉아 비와 풍경 그리고 모닝커피를 즐겼다. 

 

 

 

아주 오래 전 온 가족이 세미원으로 나들이 갔던 날이 기억난다.

가끔 예전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이 기억을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사진의 위력이다.

 

무척 더웠던 그 해 8월, 휴가 여행으로 그을린 벌겋던 얼굴들로, 환상적이었던 세미원을 돌아다녔던 그날.

 

 

 

2006년 8월, 세미원

 

 

수련과 연꽃을 동시에 볼 수 있었던 세미원

 

 

연꽃의 모습은 수련과는 다르다.

부처님 오신 날 화려하게 볼 수 있는 연등의 모습이 연상되는 자태다.

 

 

 

무더위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아침, 오래전 그날의 추억에 미소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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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새내기 한 한기를 비대면 수업으로 마무리하고, 여름 방학부터 기숙사 생활이 허용됐다.

딸을 데려다 주기 위해 송도로 향했다. 

 

집에서 한 시간 남짓 멀지 않은 거리지만, 딸이 고등학교 시절 기숙사 들어갔을 때와는 다르다.

완전한 독립은 아니지만 왠지 그쪽에 가까운 느낌이 드는 게 기분이 이상하다.

 

송도는 매우 낯설었다. 내가 생각했던 예전 그 모습이 아니다. 
깨끗하고 정비된 거리, 세련되게 솟아있는 아파트들, 서울 중심가처럼 번쩍이는 건물들. 국제도시로 충분해 보였다.


이곳이 딸에게는 금방 익숙해지겠구나. 다행이다. 좋은 동네라서....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지만 밥을 먹여 보내기로 하고 찾은 곳. 맛있지만 건강에도 좋고 든든하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주꾸미 볶음이다.

 

 

신복관

 

 

 

쭈꾸미세트(12.0) 3인분을 주문하니 밑반찬과, 넓은 목기 그릇에 담긴 샐러드,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시원한 묵사발 한 대접이 나왔다. 셀프 코너에서 밑반찬은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여기에 볶은밥까지 포함이다.

 

주꾸미를 찍어먹을 수 있는 퐁듀와 볶은밥에 추가되는 통치즈 사리 중 고민하다 퐁듀를 선택했다.

 

 

 

 

퐁듀에 찍어서 한 번, 깻잎에 싸서 한 번, 쌈무에 싸서 또 한 번, 어떻게 먹어도 맛이 있다.

콩나물이나 파채와 어우러지는 그 맛도 일품이다. 

무엇보다 두툼한 주꾸미의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우리를 만족스럽게 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볶음밥. 통치즈를 얹어 녹여먹지 않아도 남은 퐁듀와 함께 먹으니 아쉽지 않았다.

적당한 식사에 모두 만족하며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캠퍼스로 향했다.

 

 

 

캠퍼스가 모두 평지다. 오르막길이 없다. 

내가 가 본 대학 캠퍼스들은 어김없이 오르기 힘든 구간이 있었는데 말이다.

 

해질 무렵 선선한 날씨와 공기, 높은 담이 없는 학교 교정, 옷을 맞추어 입은 듯 어울리게 서 있는 건물들을 보니 시원하고 뭔가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학생들이 북적거리지는 않았지만 단단히 포장된 상자나 캐리어를 곁에 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입사 절차를 받으러 가는 학생들, 기특하게 혹은 아쉽게 그 모습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부모들을 보며 우리도 그 대열에 자연스레 합류했다.

 

 

 

 

시간이 오래 걸려 유리문으로 복도를 들여다보니, 깨끗하고 시설 좋은 복도로 학생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부모들의 입장은 허용되지 않으니 그 많은 짐을 혼자서 나르고 정리해야 한다.

필요한 서류를 내고 확인받은 후, 방 키를 받고, 카트를 대여해 기숙사 방까지 두 번 왔다 갔다 하며 짐을 내려놓으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

 

 

 

 

마침내 땀을 뻘뻘 흘리며 내려온 딸.

마지막 포옹 그리고 잘 지내라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텅 비어 보이는 딸과 아들의 방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이미 수없이 있었던 일인데..... 유난스럽다.

최근 늦은 밤 딸의 귀가에 자는 시간이 맞춰져 있었는데, 고장 난 시계 덕에 일찍 자리에 누웠다.

 

 

가족.

부모와 자녀.

머릿속에 시끄러운 생각들이 떠다니다 최은영의 책 쇼코의 미소 중 한 단편이 생각났다.

 

 

 

 


딸이 태어난 후로는 그늘진 마음에도 빛이 들었다. 마음속 가장 차가운 구석도 딸애가 발을 디디면 따뜻하게 풀어졌다. 

 

있는 마음 없는 마음을 다 주면서도 그 마음이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까 봐 불안하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그저 그 마음 안에서, 따뜻했다.

 

아이는 저만의 숨으로, 빛으로 여자를 지켰다. 이 세상의 어둠이 그녀에게 속삭이지 못하도록 그녀를 지켜주었다.

아이들은 누구나 저들 부모를 지키는 천사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최은영_미카엘라 중>

 


 

 

 

내 안에 품고 있을 때부터 계속 나를 지켜주었던 두 자녀. 나의 삶의 동력이 되어주었던 그들.

 

엄마란 존재가 그들에게는 신과 같이 절대적이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뭐든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성인이 되어 부모의 배려가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지금까지도,

그들은 나의 소중한 천사들이다.

 

온 마음과 신경이 그들에게 향해 있어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주었고 줄 그 마음이 되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나의 부모를 완전히 헤아릴 수 없듯이.....

 

그럼에도 따뜻할 것이다.

 

 

이제 모두가 새롭게 출발이다. 

따뜻한 온기를 마음 밑바닥에 장착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가치 있는 인생을 향하여.

찬란한 끝을 위하여.

 

 

파이팅!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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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5일

 

남편이 다이소에서 봉선화와 해바라기 씨앗을 사 심었다.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나는 화분을 집에 두려 하지 않는다.

너무 물을 많이 주어서인지, 볕이 잘 들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식물 키우는 데 성공한 적이 없다.

무엇보다 귀찮기도 하고.....

 

작년 이사온 아파트 10층은 창가에 해가 따스하게 오래 머문다.

남편이 키우는 이 화분들에서는 꽃을 기대해도 될 듯싶다.

 

 

 

- 5월 1일

 

나름 원칙을 가지고 열심히 물을 주더니 쑤욱 새싹이 올라왔다.

성인이 된 두 아이를 바라보며 대견한 마음도 있지만 조금씩 떠나보내는 마음이 헛헛한가 보다.

무언가를 돌보며 삶의 생기를 찾고 싶은 남편의 마음이 느껴진다.

 

 

 

귀여운 새싹 봉선화와 떡잎부터 큰 해바라기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두 쌍떡잎식물의 그것이 실해 보인다.

올 해는 남편 덕에 손톱에 예쁜 봉선화 물을 들일 수 있을까 기대된다.

 

 

 

- 5월 9일

 

싹이 올라온 화분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다.

남편과 동네 한 바퀴 돌다 꽃집에 들려 카랑코에와 바질 트리를 데려왔다.

 

 

 

쪼르르 횡렬로 서있는 화분들이 앙증맞다.

초록의 허브잎과 분홍빛 꽃이 있으니 한결 생기가 돈다.

 

 

 

그새 봉선화는 새싹이 하나 더 생겼다. 해바라기도 잎의 수가 늘었다. 건강하고 싱싱해 보인다.

오롯이 남편이 물을 주고 키운다. 재주가 있나 보다.

나는 가끔 해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화분을 돌려주거나 지켜볼 뿐이다.

 

 

 

- 6월 15일

 

며칠 전 커피나무를 2.000원 주고 사와 살며시 남편의 손길이 닿는 곳에 두었다.

 

 

 

아라비카 커피의 하위종으로 알고 있던 카투라(Catura). 화분 표찰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신맛이 풍부하고 생산성이 좋다는 품종이다.

 

 

 

잎이 무성해진 바질 트리.

잎 몇 개를 따서 물에 잠깐 담갔다가 물냉면 위에 고명처럼 얹어 먹어봤다. 

향이 강해 조금 넣어 먹으니 나쁘지 않다. 스파게티나 오므라이스 위에 얹으면 더 좋을 것 같다.

 

 

 

키도 자라고 꽃잎도 많아진 카랑코에. 색을 더해줄 꽃봉오리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해바라기는 잎이 많아지고 넓어졌다. 꽃이 필 준비를 하는가 보다. 아무래도 화분이 작아 보인다.

 

 

 

눈에 띄게 줄기가 굵어진 봉선화는 무럭무럭 잘도 자란다. 제일 기대되는 화분이다.

 

 

 

허전하던 베란다가 남편 덕에 여느 카페 부럽지 않다.

분갈이를 해야 하지 않을까? 바질 트리는 더 기울기 전에 다듬어야 할 텐데..... 해바라기 아래쪽 잎의 저 마른 부분은 뭐지? 물을 더 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속으로는 끊임없이 궁금하지만 남편을 믿기로 했다. 내가 나섰다 일을 그르칠 수 있을지 모른다.

 

아침에 베란다 창 블라인드를 걷으며, 퇴근 후 환기를 위해 창을 열 때 호기심과 애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래서 반려식물과 동물을 키우겠구나. 관심이 없었던 나도 그 마음을 조금은 알것 같다.

 

 

7~8월 달라져 있을 화분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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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가 도는 봄이 오면 개나리, 목련, 산수유, 벚꽃들을 시작으로 꽃들의 향연은 시작된다.

화려한 꽃들이 지고 그 자리를 잎이 무성하게 채우면 여름의 문턱이다. 

 

초록이 눈부신 여름 사라진 줄 알았던 화려한 꽃들이 거리를 걸을 때마다 눈에 띈다. 

꽃길 조성 사업을 도시마다 마을마다 하고 있나 보다.

 

초여름에 피는 꽃들. 그것들이 있어 거리를 걷는 게 심심치 않다.

 

 

 

 

장미

 

 

덩굴식물인 장미는 오월에 피는 꽃이 가장 탐스럽고 아름답다고 한다. 겹꽃이라 풍성하고 화려하다.

 

 

 

붉은 학교 담장을 타고 밖으로 뻗어져 나와 다른 나무의 꽃인양 하나가 되었다. 그 안에서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더 뽐내는 듯하다. 강렬한 색과 풍성한 꽃잎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꽃 중의 꽃.

 

 

 

 

큰 금계국

 

 

노란 코스모스인 줄 알았는데 국화과에 속하는 큰 금계국이란다.
금조(金鳥)의 벼슬을 닮아 금계국이라고 불린다.

 

큰 금계국은 금계국보다 번식력이 매우 좋고 꽃의 색이 조금 다르다.
꽃술 주변에 자주색 무늬가 있으면 금계국, 아니면 큰 금계국 이렇게 알아보는 게 빠를 것 같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이 꽃은 우리나라에 관상용으로 심은 후 번식력이 좋아 지금은 자주 만날 수 있다.

번식력이 너무 좋아 토종 식물들을 위협한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특별한 규제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튼지 노란 꽃길을 걷는 기분은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일본 조팝나무 꽃

 

 

키 작은 떨기나무. 우산 모양 꽃차례에 달리는 연분홍 꽃이다. 색은 다르지만 산수유와 꽃 달리는 모습이 비슷하다.

색감이 너무 예쁘다. 드물지만 하얀색의 꽃도 핀다고 한다.

6월 1일에 찍은 사진이니 지금은 꽃이 더 많아졌겠다. 오늘 그 길로 걸어가 봐야겠다.

 

 

 

6월 14일

보름 정도 지나 찍은 사진인데 연분홍 꽃들의 수가 많아졌다. 정말 무럭무럭 자라는구나.

 

 

 

 

해당화

 

 

바닷가 모래땅, 산기슭에서 자란다는 해당화는 실제 인천 영종도 바닷길에서 만난 꽃이다.

장미과에 속하지만 그 보다 화려하지 않은 자태가 좋다. 왠지 소박하고 가녀린 것들에 더 정이 간다.

꽃잎과 8~9월에 빨갛게 익을 열매는 식용, 약용으로도 이용된다고 한다. 

 

 

 

모란꽃의 크고 화려한 느낌과는 다르지만 왠지 수줍은 모란꽃 느낌이 나기도 하는 해당화.

갯벌이 드러난 바다 옆에서 풍성한 잎 사이사이 은은한 모습을 드러낸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샤스타데이지

 

 

 

국화과 다년생 식물이다. 중앙에 있는 노란색 두상화를 흰색의 설상화가 둘러싸고 있다.

두상화는 꽃대 끝에 많은 꽃이 모여 두상을 이룬 꽃이다. 새하얀 꽃잎과 그 안에 노란 꽃 뭉치가 그림 같다.

꽃을 그리라면 꼭 이렇게 그릴 것 같은 모양과 색감을 가지고 있어 신기했다.

 

 

 


 

 

 

올 해는 이름 모를 꽃들도 많이 봤고 하나같이 다 눈길이 갔다.

예전에는 지나쳤을 꽃들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꽃이 '아름답다' '예쁘다' 하는 얘기는 그만큼 꽃을 인정하고 알고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람도 그렇지 싶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길가에 핀 꽃을 보며 감탄하는 하루하루처럼,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름답다' '귀하다' '소중하다' 인정하고 관심갖고 말하고 있는지,

진심으로 칭찬하고 사랑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며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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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까지 40여분 남짓 걸어 다니는 길목에

작지만 눈부신 공원이 있다.

 

늘 눈길을 끌었던 이 아름다운 나무의 이름을 들여다보니

사과꽃나무다.

 

 

 

벚꽃이나 매화꽃과 색감이나 모양은 닮아있지만

꽃송이가 나뭇가지에 더 단단하고 충실하게 달려있다.

 

우아하고 화려하다.

 

가을엔 작고 붉은 사과 모양의 열매가 달린다고 한다.

신맛과 떫은맛이 강해 절임이나 과일주로 활용되나 보다.

 

 

 

 

 

가을날, 붉은 열매를 볼 생각에 기대되고 설렌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공원의 풍경은 참으로 신기하다.

늘 같은 날이 없다.

 

그날의 날씨, 공기, 냄새, 소리, 나의 기분, 주변의 풍경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특히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만물이 자라나는 봄에는

특히나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오늘의 출근길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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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길로 가다 / 박노해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일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군 입대한 아들이 너무 그립다.

자대 배치마저도 제일 열악하다는 최전방 사단으로 받게 되었다.

 

최악의 시간은 짧게 끝나길

절정의 시간은 오래 지속되길 바라는 것은 인간의 욕심일 거다.

 

아들의 혹독한 군 시계는 빨리 흘러가기를

딸의 대학 새내기 시간은 더디 가기를

 

그 둘을 동시에 바라야 하는 나는, 모순 투성이다.

 

좋은 것도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것도 나쁜 게 아니라면

다 돌고 돌아 지나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억울할 것도, 분노할 것도, 속상할 것도 없다.

 

 

한결같이 인간됨을 잃지 말자.

둥그렇게 돌아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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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5일 아들이 군입대를 했다.

화천 최전방.

 

추위를 무척 타는 아들이라 매서운 추위가 참 걱정이다.

아들을 보내고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 보지만, 모든 사물과 현상을 보며 자연스레 아들 생각이 난다.

하필이면 입대 다음 날 한파주의보에 눈까지 내린다.

마음이 허하다.

 

친구들의 조언도 많이 듣고, 맘도 긍정적으로 먹었다며 의연하게 구는 아들 녀석의 모습이 더 맘 아프다.

언제 그리 인맥을 만들어 놓았는지 훈련소 가는 차 안에서도 끊임없이 오는 친구와 선배들의 연락이 고마울 따름이다. 

 

코로나 때문에 훈련소 인근에서 아들만 갑작스레 혼자 내렸다.

앞 선 두어 명의 뒤에 멀찌감치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어색한 모습을 보다 지나치는 차 안에서 드디어 울음이 터져버렸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남겨두고 싶다며 군대 가기 전 찍은 증명사진의 미소년 모습과,

어떤 충격에도 벗겨질 것 같지 않은 뿔테 안경을 쓰고 짧게 깎은 머리를 한 채 웃음지으며 찍은 사진을 비교하다

마음이 무너진다.

 

괜히 어렸을 때 찍었던 동영상을 찾아보며 추억에 잠기고,

미숙했던 부모였기에 잘 해주지 못했던 그 날들이 기억나 눈물이 난다.

 

무얼 해도 편안치 않고

마음과 몸이 쇳덩어리처럼 가라앉는다.

 

이제 6주간의 훈련소 생활 후 자대 배치를 받아 18개월을 근무하게 된다.

예전에 비해 기간도 꽤나 단축되고, 모든 환경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그것도 족하지 않다. 

 

상처 받지 않고 마음도 건강하게.....

다치지 말고 몸도 건강하게......

그렇게 잘 지내길......

 

 

시간아 어서어서 가라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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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밤사이 하얗게 내린 눈과 차가운 겨울바람이 반기는

딸아이의 졸업식이다.

 

아쉬움과 기대감, 감사함과 후련한 마음, 기쁨과 슬픔, 끝과 시작 등

마음 가득 소용돌이치는 감정들로 주체할 수 없는 하루가 될 것이다.

 

3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어쩌면 지옥 같은 생활을 보냈을 아이들.

간혹 있던 찰나의 행복함과 동기들과 가족들의 응원 덕에 버틸 수 있었던 그들의

고등학교 생활이 끝을 맺는다.

 

아쉬운 것은

코로나19로 그 시간들의 마무리마저도 맘껏 즐길 수 없다.

 

비대면 졸업식

 

예전의 풍경처럼 온 가족이 잘 차려입고 신경 써 고른 풍성한 꽃다발을 안고

학교를 찾아가던 일을 할 수 없다.

 

친구들끼리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며 사진 찍으며 울고 웃었던 모습,

아쉬움과 기특함에 말없이 미소짓던 선생님들의 모습도 볼 수 없다.

 

학생들은 준비된 영상을 보고

반별로 시간을 정해서 졸업장과 앨범을 받으러 가는 게 다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학교를 가기는 하니 말이다.

 

아쉽다.

소중한 추억을 놓친다는 것이.......

 

꽃다발 선물은 하고 싶어서 딸이 좋아하는 빨간 색,

수국을 준비해봤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라는 글귀가 너무 아름답다.

 

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참 좋다.

 

 

 

티라미슈 케이크도 하나^^

 

잠깐의 시간이지만 

마음 가득 사랑과 추억을 담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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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한 톨의 욕심도 버려라!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이다.

한 아이가 숨이 넘어갈 듯 울어대며 참새처럼 팔딱팔딱 뛰고 있다. 마치 송곳으로 뼛속을 찌르는 듯, 방망이로 심장을 두들겨 맞는 듯, 곧 목숨이 꼭 끊어질 것 같은 그 아이의 모습. 그 이유인즉슨, 누가 밤 한 톨을 뺏어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나만 손해를 보는 듯하고, 너무 큰 위기가 온 것 같지만 사실은 긴 인생의 여정에서 보면 그리 별거 아닌 일이다. 마치 빼앗긴 밤 한 톨처럼 말이다.

손해를 본 듯하여 가슴이 아리고, 억울해서 잠 못 드는 밤이 지속되고, 후회와 아쉬움으로 가득 차 있다면, 그건 욕심이다. 밤 한 톨로 울고 있는 아이와 다를 바 없는 철없는 마음과 행동인 것이다.

 

넉넉한 마음, 성숙한 태도, 긍정적이고 자족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삶은 예측 불가능하고, 순간순간 닥치는 위기들이 나를 위협하며 도처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두 형제의 이야기. <흐르는 강물처럼>!

 

 

 

 

메마른 마음에 촉촉한 이슬을 내리고 싶어 찾아 본 영화이다.

잔잔한 배경과 음악, 보기만해도 미소 지어지는 훈훈한 두 배우, 가족과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아름다운 메시지가 너무 좋았던 영화다. 

 

 

That life is not a work of art and that the moment could not last. 
삶은 예술 작품이 아니기에 그 순간은 지속될 수 없다.

 

삶은 완벽할 수 없다. 흘러가는 대로, 온갖 고난과 어려움에 발맞추어 나의 인생을 당당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 노만과 폴은 다른 결의 인생을 살았지만, 그들의 삶은 그 나름대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삶은 잘 짜인 연극 무대가 아닌, 순간순간 주어진 환경과 나의 선택으로 움직이는 쉽지 않은 여정이기에 예술작품보다 더 아름답고 눈부신 것일지도 모른다.

 

 

We can love completely without complete understanding.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나와 너무 다르기에..... 가족조차도 말이다. 그래서 사실 그들을 도울 수가 없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도, 언제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기도 어렵다. 심지어 나의 도움이 오히려 그들의 삶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란, 서로 부대끼며 상처 받지 않고 살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러니 어떠 어떠한 이유로 사람을 사랑한다면 도대체 누구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겠는가!

'그들을 이해할 순 없지만 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다'라는 그 말이 너무도 슬프게 다가왔다. 그러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나약함이 사무치게 느껴져서 말이다.

 

흘러가는 대로, 흐르는 대로, 온 몸을 그 삶의 리듬에 맞추어 보자. 경쾌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자. 때로는 폭풍우로 소란스럽고 험난한 상황을 마주할지라도 그 물줄기는 또다시 흐르게 마련이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이다. 변하지 않는 자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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