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첫 휴가다.
올 2월 중순 입대 후, 6개월 하고도 며칠이 지났다.
아린 마음과 걱정의 시간들을 지나,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거니 어찌어찌 시간은 가겠지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중이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군인들의 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아들의 휴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군복과 군화, 군모까지 갖추어 입은 아들을 보는 순간 믿어지지 않았다.
부지런히 퇴근한 우리 부부는 허둥대느라 그 모습을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
많이 달라지지 않기를 소망했었다.
더 의젓해진 것도 같고, 군복을 벗으며 하나하나 정리하고 챙기는 모습이 좀 낯설었다. 아주 짧은 머리카락은 아니지만 고르지 않게 자란 머리 모양도 익숙하지 않았다. 샤워 후 꼼꼼히 로션을 바르며 자신의 몸을 신경 쓰는 모습도 달라 보였다. 다리에 생긴 많은 멍자국은 높은 지형을 오르내리며 총이나 나뭇가지 바위와 계단 등에 부딪힌 상처인 듯 보였다.
소파에 앉아 쉬는 아들 옆에 걸터앉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훈련소에서 불었다는 살은 다 어디로 간 건지 빼빼한 모습 그대로다. 환한 웃음과 시커먼 눈썹, 잘생긴 얼굴도 다르지 않다.
태극마크가 새겨진 가방에서 박스 두 개를 꺼내 쇼핑백에 담아 건네며 쑥스러운 듯 미소 짓는 모습도 익숙하다.
휴가 나오기 전, 카톡 메시지로 보내 준 음식 리스트를 보며 먹성이 좋아졌을 줄 알았는데 막상 먹을 때 입이 짧은 것도 그대로다. 동생이 사 온 패밀리 사이즈 아이스크림을 수저로 떠 개인 그릇으로 옮길 때 어설프게 날아가는 아이스크림 파편에 모두 웃음이 터져버렸다.
다행이다. 달라지지 않아서........ 아직 1년의 세월이 남아있지만 다를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꿈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다. 군내에서도 틈틈이 그 꿈을 향해 무언가 조금씩 하고 있었다.
기특하다.
딸은 방학 중 기숙사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2학기는 비대면 수업으로 집에서 지내게 될 예정이다.
오랜만에 각 방이 주인을 맞이했다. 거실은 TV 소리와 이야기 소리,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아침에 일어나 싱크대 개수대에 나란히 담겨있는 네 개의 유리잔을 보며 맘 한편이 짠했다.
아들의 편안하고 힐링되는 휴가와, 딸의 행복하고 즐거운 2학기 생활을 응원하는 마음을 소리 없이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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