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밤은 화려했다.
돌산대교와 거북이 대교 불빛은 시시각각 색이 바뀌었고, 케이블에 매달린 50대의 곤돌라는 둥글고 하얀 조명을 깜빡이며 바다 위를 아찔하게 운행했다.
하멜등대는 5초에 한 번씩 빛을 깜빡거리며 광양항과 여수항을 오가는 선박을 지켜주고 있었고, 빨간 등대는 조명을 받아 낮보다 더 선명해졌다.
운행하는 거대한 크루즈 선수 위로 화살 같은 빛이 던져지고, 그 빛이 터지며 색색의 불꽃이 까만 밤하늘에 별처럼 나린다. 선상에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떨어지는 불꽃을 시야 가득 채우는 그 순간은, 멀리서 지켜봤던 불꽃놀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높고 낮은 건물들에서 새어 나오는 따뜻한 빛들, 언덕 위 벽화마을을 밝힌 불빛, 형형색색의 조명이 밤바다에 비쳐 섞이며 너울거렸다. 화려한 빛의 향연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말랑해지며 벅차올랐다.
한낮 더위는 감성이 넘치는 작은 카페와 여유로운 대형 카페에서 달랬고, 국내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에서 탄성을 지르며 동심으로 돌아가 보기도 했다.
여수에서 먹어봐야 하는 음식 몇 가지를 먹었다. 속이 꽉 찬 게장정식은 기본이다.
삼겹살, 문어 그리고 갓김치의 조합이 환상적이었던 삼합은 다시 먹고 싶다. 시원한 문어라면, 이름이 예뻤던 목하 식당의 깔끔한 덮밥, 마지막 날 사치를 부려보았던 호텔 조식도 만족스러웠다.
긴 대기 끝에 살 수 있었던 쑥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이순신광장 한 편에 앉아 먹기도 했다.
바다, 오동도 뷰로 일출을 감상할 수 있었던 접근성 좋았던 호텔과, 붉은 노을로 믈들었던 여수의 해 질 녘 모두 잊지 못할 것 같다.
꿈만 같았던 휴가.
온 가족이 함께여서 더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성숙하고 철이 든 자녀들과의 여행이 참으로 편안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장범준의 노래 가사처럼, 여수에 담긴 우리들만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생겼다.
살아온 날들이 감사했고,
살아갈 날들이 기대되었다.
그리고, 여수에서의 순간 순간이 너무 소중했다.
다시 힘을 내야 할 시간.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또 하루 하루의 삶을 살아야 한다.
10월에 예정된 부산 여행이 벌써부터 맘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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