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리 성당
희미한 봄꽃들이 스러지고 강렬한 색이 지배하는 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성당을 찾았다.
입구부터 단정하고 고요한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치료 중인 보호수를 지나, 회색과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성당을 보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적벽돌 건물 정면에 아치형 문 세 개, 같은 모양으로 난 창문들은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주었다. 꼭대기에 솟구친 첨탑과 십자가가 위엄 있으면서도 부드럽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당을 감싸며 보호하는 거대한 나무들은 여름이 오기도 전에 무성한 잎을 내어 충분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고목과 성당의 조화가 너무 아름다웠다.
신을 벗고 성당 내부로 들어가 보니, 평 천장 가운데로 아치형 천장이 솟아있다. 무지개처럼 그려져 있는 회색 장식, 그리고 회색 기둥이 엄숙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스테인드 글라스 창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성당 둘레에 마련된 십자가의 길을 순례자처럼 걸었다.
붉은 철쭉이 핍박받는 예수상과 어우러지며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하얀색과 분홍, 연보라, 특이한 핫핑크까지 다양하고 화려한 철쭉의 절정이었다.
박물관의 문은 닫혀 있었지만, 마당에 소박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은 열려 있었다.
토요일 미사 시간인지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바쁘게 움직이셨고, 야외 예배당에서는 찬송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정의 집은 지친 사람들에게 팔을 벌리고 있고, 마리아 상 앞에서는 양초에 촛불을 밝혀 기도드릴 수 있다.
숨겨진 장소인 듯한 성체 조베실은 성체 안 예수님과의 은밀한 시간을 갖는 곳이었다.
이렇게 고요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도, 성당을 찾는 이도 많아 소란스럽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곳의 모든 것들은 공존하며 자연스러워 보였다.
피나클 랜드
아산의 또 다른 명소 피나클 랜드.
공세리 성당의 철쭉이 아직 눈에 선명한데, 이번엔 튤립이다.
활짝 핀 튤립은 꽃송이가 더 커 보였고, 강렬한 원색의 꽃들은 크기만큼 화려했다.
늦은 봄은 선명한 색의 꽃들 천지다.
튤립 축제 기간이지만 다양한 꽃들에도 눈길이 간다.
복숭아꽃이 국화를 닮아 국화도다. 색이 노랗다면 국화꽃, 모양이 복숭아꽃이면 복사꽃일 텐데....... 특이하다.
작은 복숭아 열매를 맺는다니, 국화도라기 보단 복사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수선화의 종류도 다양하다. 자주봤던 노랗고 간결한 수선화와는 다르게, 은은한 색이 뒤섞인 잎 많은 수선화가 피어 있었다.
매화처럼 생겼지만 노란색의 꽃을 황매화라 한다.
죽단화는 풍성한 겹꽃이지만 황매화의 색을 닮아 겹황매화라고도 부른다.
매화도, 황매화도 아닌 꽃 죽단화. 꽃에 이름을 붙이는 방법이 단순하고도 재미있다.
늦가을인 듯, 짙은 물이 든 이 나무는 자엽 자두나무다. 하얀 꽃이 아직 남아 있었는데 너무 작고 나뭇잎의 색이 강해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작은 벚꽃 모양의 꽃이 자주색 잎 사이로 하얗게 얼굴을 내민다.
싹이 날 때부터 낙엽까지 자줏빛을 유지하는 나무가 신기하다.
팥알 같은 꽃봉오리가 열리면 팥색의 꽃이 피어난다.
진달래의 빛깔과 비슷하고 꽃잎이 4개로 개나리 같으니 '진나리'고 해도 되지 않을까.
잔디처럼 피어난 지면패랭이꽃들은 요즈음 철쭉과 함께 자주 볼 수 있는 꽃이다.
어린 아이들이 좋아했던 동물 먹이주기 코너.
알파카라는 동물은 몸에 비해 목과 다리가 길었다. 놀이공원에서 동전을 넣으면 움직이는 동물 모형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피나클 랜드의 정상까지 올라가며 내려다보는 경치는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곳곳에 포토존과 다양한 식물들 그리고 조형물들이 정성스럽게 배열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흐렸던 하늘이 서서히 맑아졌다.
2007년 겨울, 나의 어린아이들과 이곳에 왔었다.
옛 사진의 배경에는 꽃도 푸르름도 없었지만, 뭐가 그리도 좋은지 웃음과 즐거움이 배어난다.
아이들은 없지만,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포즈를 재현해 사진을 찍어 보았다. 카톡 메시지로 딸에게 보내니, 셀카를 찍어 자신의 빈자리를 합성해 되돌려 준다. 감동이다.
2007년의 우리와, 2022년의 우리가 완벽하게 같다.
추억이 현재와 이어져 행복은 배가 된다.
함께 지내진 못하지만, 마음 안에 늘 머무는 가족은 삶을 이어주는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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