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현충일과 이어져 3일의 휴일이 주어졌다.
시간의 여유는 마음의 여유로 이어져 대학로에 가면 의례 하는 것들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오랜만에 온 즉석 떡볶이 집은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더 깔끔해진 듯도 했다. 치즈 떡볶이 2인분과 사리로 쫄면, 어묵을 주문서에 체크했다. 분위기 탓인지 추억의 맛처럼 느껴져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배를 채운 후, 마로니에 공원 근처 예술극장에서 사진을 찍고, 뭘 굳이 사지 않아도 늘 가는 Art Box와 10x10을 구경했다.
길거리에서는 연극 홍보를 하는 청년들이 "예매하셨어요?"라고 연신 물었고, 오늘은 당당히 "네"라고 말할 수 있었다.
공연 전 카페인이 필요했다. 마침 만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과 장소의 모리 커피.
뜨겁고 쌉쌀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에너지를 충전했다.
연극을 보기 위해 소극장으로 향했다. 최근 대학로에 나올 때마다 눈길을 끌었던 그 연극, <라면>이다.
레트로 코믹극답게 보는 내내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웃음 세 컵, 추억 두 스푼, 눈물 한 꼬집! 누가 생각해 냈는지 정말 딱 그만큼이다.
최근 본 정통 연극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표를 사고, 입장을 하기 위해 늘어선 줄은 꽉 찬 좌석으로 이어지고, 그만큼 배우들이 힘을 받아 연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학로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는 연극이다.
이름만으로도 낭만적인 동숭동 커피는 어느 해 연말, 자리가 없어 아쉬움을 간직했던 곳이다.
오늘 이곳은 여유로웠다.
커피 볶는 냄새보다 소리가 더 크게 감각을 자극했지만 듣기 좋았고, 불 밝힌 조명은 옛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조금 어수선한 듯 다양한 장식들로 치장된 카페는 레트로 감성과 모던한 느낌 모두 가지고 있는 모호한 매력의 공간이었다.
구석 예쁜 조명아래 자리를 잡았다. 달달한 라테 두 잔을 놓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일한 후 갖는 이 달콤한 휴식은 얼마나 좋은가.
내일 하루가 더 있다니 꿈만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소박하게 즐기는 하루하루는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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