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오월이다.
어제는 군인 아들의 일병 진급일이었다.
무탈하게 긍정적으로 지내고 있는 듯 보여 크게 걱정은 안 하려 하지만,
지오피 야간 근무를 무슨 일인지 4주나 하게 되어 건강이 신경 쓰인다.
비 온 뒤 더 눈부신 햇살과, 시원한 공기, 물을 머금어 선명해진 풍경들
이보다 좋은 날도 없을 것 같다.
오늘 반나절 산책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는 한옥마을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남산이 눈앞에 보인다. 남산 북쪽 기슭 필동에 있어서 이름이 남산골 한옥마을이었다.

주차장이 따로 없고 정문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오전 9시경이라 주차가 가능했지, 협소하여 조금만 늦어도 주차가 어려워 보였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도심 한가운데 있는 한옥마을이 특별해 보였다.
서울 시내 곳곳에 있던 한옥 다섯 채를 이전 복원하여 1998년 남산골 한옥마을을 조성하였는데
한옥 다섯 채, 서울 남산국악당, 전통정원, 서울 천년 타임캡슐 광장으로 구성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잦을 듯싶었고
실제 여러 가지 전통체험을 진행하고 있어 어린이들의 전통문화예술 체험에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전통정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넓은 공간. 천우각과 청학지이다.
공연이 이루어지는 무대와 좌석으로 이용되는 계단도 있다.
한옥마을
한옥 다섯 채는 저마다 다른 느낌을 주었다.
1.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양반집답게 으리으리했다.
한옥 마당에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나무와 꽃들이 심겨 있었는데
그마저도 당시의 느낌을 살린 듯 잘 어울렸다.
크고 진한 모란꽃을 한옥 마당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잎이 시들고 땅에 많이 떨어져 화려하고 생생한 꽃들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2. 관훈동 민 씨 가옥




당시 최상류 층에 해당하는 주택이라는 이곳은 전통혼례가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실제로 이날도 혼례가 예정되어 있어 관계자 분들이 부지런히 준비하시는 모습도 보였다.
3.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앞서 본 집들 보다는 작고 소박했다.
대문간이 트이지 않고 꺾여 들어가게 한 점 등 밀도가 높아지는 도시적 상황에 적응한
서울 한옥의 모습을 보여주는 집이라고 한다.
각 한옥마다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활기차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4. 옥인동 윤 씨 가옥



이곳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마루와 집 안에 있는 소품들이었다.
병풍과 자개장 등 너무 낯설지만은 않은걸 보니 나도 어느 정도는 옛날 사람인 듯하다.
5.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





순종이 제사하러 와 머물 때 불편함을 덜어주고자 순종의 장인 윤택영이 지은 재실이다.
한복을 대여해 입어볼 수 있는 체험장이었다. 화려하고 다양한 옷들이 있었다.
서울 남산 국악당



서울 천년 타임캡슐 광장

아름다운 길을 따라가다 보면 타임캡슐 광장을 만날 수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거대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가꾸어져 있는 깨끗한 공간이다.
각 장소가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인 듯하다.
게다가 날씨는 이 모든 것을 확인시켜 주는 듯 눈부셨다.
이런 깨끗한 공기와 눈부신 낮의 풍경을 한 달이나 경험하지 못할 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린다.
그래도 괜찮은 건가? 참 답답하고 속상하다.
'♧ 여행·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종로] 인사동 쌈지길, 전통찻집 지대방_210505 (0) | 2021.05.07 |
---|---|
[서울 종로] 운현궁, 익선동 한옥거리, 호호식당_210505 (0) | 2021.05.06 |
[과천 서울 대공원] 둘레길 따라 걷기 _210425 (0) | 2021.04.26 |
꿈길같은 낙산공원_210418 (0) | 2021.04.20 |
[화성 향남] 살구꽃 공원_210404 (0) | 2021.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