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한옥마을을 빠져나와 인사동으로 가기 위해 낙원상가를 지났다.

 

인사동은 오래전 여러 번 방문했을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요즈음 외국인 관광객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인사동의 색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세월이 지나며 내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든다.

 

 

 

인사동 거리

문화의 거리답게 곳곳에 있는 갤러리들은 전시를 하고 있었고, 작은 가게들 안에서는 수공예로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인사동

쌈지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색다른 건물 하나를 볼 수 있는데 바로 쌈지길이다.

 

쌈지란 순우리말로 '주머니'라는 뜻인데 쌈지에 '길'을 붙여 이름을 지은 공예품 전문 쇼핑몰이다.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도 있었고, 키링이나 머리끈부터 도장이나 시계 그림 등 다양한 작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단독 건물로 아이디어스 스토어도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조금 더 안정적으로 아이쇼핑을 할 수 있었다.^^

소녀들이 좋아할 만한 예쁜 문구류와, 귀걸이 등의 액세서리가 많았고 어버이날을 위한 다양한 선물들도 볼 수 있었다.

 

 

 

이 건물에도 수공예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 참 멋지다.

몇 가지 물건들이 예뻐, 살까.... 살짝 만지작거리다 내려놓고 샵을 나왔다.

 

인사동 거리에는 흔치 않은 전통찻집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중, 

정말 가보고 싶었던 전통찻집 지대방을 아까 거리에서 발견하고 기분이 묘했었다.

 

그래 거기다.

 

 

 

 

인사동 전통찻집

 

지대방

 

 

좋아하는 책 이도우 님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서 언급되어 메모해 두었던 곳이다.

 

어느 건물 2층 '지대방'이란 전통 찻집. 진솔은 창가 나무의자에 앉아 이건의 시집을 읽기 시작했다.

_<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중>

 

 

 

1982년에 오픈한 인사동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찻집이다.

 

작년 여름 갔었던, 중대 근처 터방내라는 카페가 생각난다.

이곳은 1983년 오픈이니 그맘때 이런 찻집이 많이 생겨났었나 보다.

 

두 곳 모두 벽에 빼곡한 낙서들이 지저분하게 느껴지지 않는 곳이었다.

 

 

 

손님들의 방명록을 모아 놓은 책장도 있었다. 뭔가 푸근하고 따뜻했다.

 

 

주인분께서 창쪽 자리를 추천해 주셨는데, 소설에서는 이 창 밖의 풍경 속에서 진솔이 애리를 처음 발견한다.

실제로 창 밖 풍경을 보니 거리 아래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기는 좀 어려웠다.

 

'대나무를 잘라 만든 메뉴판 ' 이란 소설 속 표현대로

굵직하고 둥근 대나무 통을 잘라 하나하나 정성 들여 쓴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매화차와 모과차 그리고 디저트로 약과를 주문했다.

 

 

 

매화차 

 

햇 매화차라고 하셨다. 아마도 직접 차를 만드시나 보다. 

따뜻한 물에 핀 매화도 참 예쁘다. 

나누어 마시라고 찻잔을 하나 더 주셨는데, 신경 써 주시는 게 느껴져 감사했다.

독특한 향을 가진 맛있는 차였다.

 

 

 

모과차

 

모과차는 2년 숙성시킨 것이라 하셨는데 정성이 들어가서 그런지 맛이 예술이다.
마트에서 파는 청으로 된 모과차만 마셨던 나에게는 정말 너무 그윽하고 맛있었다.

찻잔도 커서 넉넉한 양을 마실 수 있어 더 좋았다.

 

 

 

약식과 한과

배가 불러 디저트 주문은 안 하려 하다가, 왠지 하나 먹어보고픈 맘에 제일 부담 없는 약과를 주문했다.

한과는 서비스로 나오는 듯 함께 주셨다.

 

한과는 생강 맛이 감도는 제대로 된 한과였고, 약과는 달지 않고 고급스러운 약과였다. 최고다.

 

소설 속 찻집. 

오래 가게 특유의 감성, 친절한 주인장, 정성이 느껴지는 차의 풍미와 고급스러운 다과 맛.

은은하게 흐르는 전통악기로 연주되는 음악들.

오늘 인사동 거리에서 너무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오후가 되니 해가 따스하게 느껴지고 거리에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어린이날이라 그런지 자녀들과 나들이하는 가족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명랑하고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도 즐거웠다.

 

 

다음 목적지는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인 덕성여자 중고등학교 길과 북촌 한옥마을이다.

또 다른 기대감을 가지고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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