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아인북스_김상열 엮음>구판 절판 // <2014, 아인북스_김상열 엮음>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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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은 구판<홀로 있을 때조차 신중하라>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제목이 더 깊이가 있어 보인다.
책의 부제와 같은 '내 삶을 뒤흔든 옛 성현의 한마디' 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조선 최고의 3대 성현인 다산 정약용, 퇴계 이황, 율곡 이이의 가르침 중 선별하여 정리해 놓은 책이다.
세 분 모두, 우리나라 지폐에 있는 인물들이니 얼마나 그 인생이 모범적이었을까? 감히 상상조차 못하겠다.
각 성현의 가르침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구별되어 있다. 글을 읽어나가면서 어렴풋하게나마 그들의 성품이나, 성격, 생활이 어떠했으리라 조금의 '감'이 오는 듯 하다. 비슷한 듯 하지만 조금씩 다른 느낌이다.
많은 가르침 중, 요즘 나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에 대한 답을 주었던 '내 삶을 뒤흔든 옛 성현의 몇 마디'를 다시 새겨본다.
○ 다산 정약용
|밤 한 톨의 욕심도 버려라
다산 스승이 우연히 숲길을 거닐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 아이는 숨이 넘어갈 듯 울어대며 참새처럼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 선생은 그를 볼 때 마치 '여러 송곳으로 뼛속을 찌르는 듯, 방망이로 심장을 마구 두들겨 맞는 듯 비참하고 절박한 것이, 잠깐 사이에 목숨이 꼭 끊어질 것 같은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이유인 즉슨, 주운 밤 한 톨을 누가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아아, 세상에 이 아이처럼 울지 않고 권세를 잃은 사람들, 재화를 손해 본 사람들과 자손을 잃고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사람들도 달관한 경지에서 내려다보면 모두 밤 한 톨로 울고 웃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
어린아이에게 밤 한 톨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저리 울까? 아이의 시각으로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별게 아니라는 걸 우린 알고 있다.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발버둥치고, 손해보는 듯 하여 괴롭고, 뜻대로 되지 않아 심장이 벌렁벌렁 하는 그 모든 것들의 원인은 욕심이다. 그러나 인생을 길게 본다면 사실 그것은 '밤 한 톨'과 같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사소한 것에 욕심부리지 말자. 밤 한 톨에 울고 웃는 철없는 사람은 되지 말자. 다 별거 아니다.
○ 율곡 이이 |어떤 사람이 졸장부인가
율곡 스승의 이 글에는 졸장부의 나쁜 버릇들을 이야기하며 이를 뿌리채 없애야 할 것을 강조한다.
오늘 한 일은 내일 고치기 어려우며, 아침에는 지난 행실을 후회해도 저녁이면 다시 되풀이된다. 모름지기 용맹스럽게 행동하고 뜻을 크게 펴서 한칼로 나무를 뿌리째 끊어 버리듯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라. 거기에 늘 간절히 반성하는 노력을 더하여, 마음에 한 점 더러운 때가 없게 한 후에야 학문을 이야기 할 수 있으리라.
내가 좋아하는 것이 하늘의 뜻과 순리에 맞지 않는다면, 그것을 완전히 끊어 버리는 결단성이 필요하다. 좋지 않은 생각이나 욕심도 마찬가지다. 망설이거나 고민하거나 미련을 가져서는 안된다. 모든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그 싹부터 없애는 게 상책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멀스멀 다시 고개를 내민다. '단칼에 베어버리기' 이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모 아니면 도이다. 없애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매일매일 '나를 점검'해야 하는 이유이다.
|생각을 멈추지 마라 게으르지 않고 바쁘게 살면 결코 못된 마음이 일어나지 못한다. 생각하는 일을 멈추지 마라 ! 일은 반드시 합당하고 순리에 맞게 처리할 것을 생각하라. 그러기 위해선 글을 읽어야 한다. 글을 읽으면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지혜를 터득하고, 그 지혜를 일속에서 써먹을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일의 잘잘못을 가리지 않거나 일은 않고 그저 책만 읽는다면 그 학문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책을 깊게 읽고 배우며, 그 가운데서 지혜와 이치를 터득하고, 그 이치로 세상을 바르게 산다면 마음에 근심없이 욕심없이 착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근본이 책이다. 훌륭한 사람들이 쓴 책을 꼼꼼하게 읽고, 탐구와 사색을 통해 이치를 깨닫고, 그리고 나에게 적용하여 실행하고 반성하는 것. 그것이 잘 사는것이다. ○ 퇴계 이황 |배움은 죽을 때 까지 해야 한다. 퇴계 스승도 율곡 스승과 마찬가지로 배움은 죽을 때까지 해야하는 것이니 꾸준히 할 것을 강조 또 강조한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도 욕심은 넣어 두어야 하나보다. 책을 읽어도 마음을 괴롭힐 정도로는 읽지 말 것이며, 너무 집착하거나 마음을 얽매어 무조건 빠른 효과를 거두려 해서는 안된다. 인간의 마음이란 붙잡으면 보존되고 놓으면 도망쳐 없어지는 법이다. 공부만을 무작정 생각하지 말고, 평상시의 명백한 곳에 눈을 두고 마음을 여유있게 가지면서 이 속에서 한가롭고 편안히 쉴 필요도 있다.
|길은 어디에나 열려있다.
궁리하는 사물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힘껏 탐구해도 통찰할 수 없거나, 내 모든 재주로는 이를 밝히지 못해 억지로 터득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우선 그 일을 놓아두고 다른 것을 궁리해야 한다. 이렇게 이 일 저 일 궁리하는 가운데 오랫동안 쌓고 깊이 익히면 자연히 마음이 점점 밝아지고 진리가 눈앞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요즘 많이 경험하는 일인데, 책을 읽고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거나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몇 번이고 읽어보곤 한다.
그러나 조급해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궁리하다 풀리지 않으면 그만 두라는 것이 아니다. 다른 책을 읽으며 또 다른 이치를 깨닫는 과정과, 살면서 얻어지는 다양한 경험으로 인해 어느 순간 그 풀리지 않던 것이 깨달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고 그 길은 언제 어디에나 열려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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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성현의 가르침은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지만 그 중심에 흐르는 줄기는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현시대는 분명 혼란스러운 시대이다. 크고 작은 이기심과 욕심에 물들어 사람됨의 기본을 소홀히하고 있으며, 잘못된 정보와 말들에 현혹된 사람들은 무지한 지성으로 무장한 채 뽐내려고만 하고 있다. 이런한 부끄러운 상황들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개개인의 바른 정신과 깊은 성찰이 선행되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만물의 이치를 깨닫는데 힘을 쓰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인문학이 무시되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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