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 10. 양피지>

 

 


 

이 책 안의 시들은, 시라고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편지인 듯한 느낌이다.

이 시를 베껴 사랑고백을 했다는 독자 이야기가 공감이 된다.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듯한 구성은 읽는 재미를 주며,

문득문득 연애시절의 풋풋함과 서투름이 기억나 미소가 머금어지기도 했다.

 

 

*

 

 

1부 그림움을 벗어 놓고

 

 

첫 만남 - 함께하면 좋은 사람 - 첫 입맞춤 - 포옹 - 첫날밤 - 사랑이라는 말 - 나의 사랑하는 사람아 - 그대가 보고픈 날 - 그리움을 벗어놓고 - 아픔 - 밀려드는 그리움 - 그대가 내 앞에 서 있던 날 -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 사랑 속에 빠져있을 때 - 흐르지 못하는 사랑

 

1부의 제목들을 연이어 읽어보면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의 감정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중, 좋았던 한 시의 구절이다.

 

 

삶이란 바다에

잔잔한 파도가 치고 있다는 것이다.

.....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삶의 울타리 안에

평안함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삶이란 들판에

거세지 않게 잔잔히 흔들어 놓는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中

 

 

*

 

 

2부 내 마음의 유리창

 

 

계절이 지날 때마다

그리움을 마구 풀어놓으면

 

봄에는

꽃으로 피어나고

여름엔

비가 되어 쏟아져 내리고

가을에는

오색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겨울에는 눈이 되어 펑펑 쏟아져 내리며

내게로 오는 그대

 

<계절이 지날 때마다>中

 

 

*

 

 

3부 나무의자

 

3부는 삶과 죽음,

인간의 고뇌 등을 느낄 수 있는 시들 그리고 어머니와 어린 시절 추억 이야기이다.

 

 

시체는 축 늘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사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죽음을 향한 질주였다

한 순간을 자극하는 쾌락이 가져오는

죽음의 손길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만은 비켜가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오토바이 충돌사고>中

 

 

*

 

 

4부 두 손 모아 주님께 기도를

 

4부에서는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고픈 시인의 고백이다.

그중, <아름다운 황혼 같은 죽음>이란 시는 눈물 나도록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황혼 같은 죽음>

 

검은 머리 하나 없이

하얗게 퇴색되도록 살았어도

아무런 후회 없이 살아온 노인이

죽음의 길을 떠나며

평생을 동고동락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말했습니다.

 

"여보!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

 

아내를 바라보며

주기도문을 같이 외우자던 노인은

죽음이라는 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황혼 같은

죽음이었습니다.

 

 

*

 

 

시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해석할 필요도 없다.

편안하게,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따뜻하고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다.

 

오랜만에 편안한 책 한 권을 읽은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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